77년 요크셔 살인마 사건 인한
밤길 통행금지 항의하며 시작
미투(#MeToo) 캠페인 등
여성 향한 폭력 여전
지난 11월 25일(현지시간) 저녁 6시,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수백 명의 여성들이 모여들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 추방’, ‘내 개인 공간은 초대받은 사람 전용’ 등 다양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든 이들은 ‘밤을 되찾자(Reclaim the Night)’고 외치며 트라팔가 광장을 출발해 런던 중심부를 통과하며 약 3km 정도 거리 행진을 벌였다.
영국 여성들의 밤길 시위는 1977년에 처음 시작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요크셔의 살인마’라 불리는 연쇄살인사건이 영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던 그 때 여성들은 날이 어두워지면 집에 있어야 한다는 경찰의 권고에 밤 외출이 힘들었고 범죄자가 아닌 여성들이 자유를 구속받는 이런 상황에 항의하기 위해 요크셔 주 리즈에서 여성들이 밤길 시위에 나선 것이 그 시초다. 당시 여성들은 ‘여성 통행금지령 해제 - 남성에게 통행금지령을(No curfew on women – curfew on men)’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들고 밤거리를 행진했다.
이번 밤길 시위를 주최한 런던 페미니스트 네트워크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이렇게 행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지만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미투(#MeToo)' 캠페인을 보면 이 운동의 중요성이 분명해진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폭력과 관련된 통계자료가 이를 증명한다. 통계에 따르면 영국에서만 매주 2명의 여성이 배우자나 전 배우자에게 살해를 당하고 여성 3명 중 1명이 생애 중에 폭행을 경험한다. 매년 40만 명의 여성이 성추행, 8만 명의 여성이 강간 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있으며 잉글랜드와 웨일즈에만 약 6만6000명이 할례를 당했고 2만여 명의 소녀들이 할레를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런던 페미니스트 네트워크는 여성에 대한 폭력 반대를 주장하며 2004년부터 매년 런던의 밤길 시위를 주최해 왔다. ‘미투(#MeToo)’ 캠페인 등 많은 사람들의 용기 있는 고백과 폭로가 소셜 미디어를 채우고 있는 이들에게 올해의 밤길 시위는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주최 측은 “이 행진은 성폭행 없는 자유로운 세상을 요구하는 집단의 힘을 보여준다”면서 “여성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서비스를 촉구하고 ‘비난 받아야 할 대상은 피해자가 아니라 폭력을 저지른 남성’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런던뿐만 아니라 브리스틀이나 뉴캐슬 등 영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도 비슷한 행진이 벌어졌다. 스코틀랜드 렌프루셔에서 열린 밤길 시위는 여성들만의 행진인 런던과 달리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로 눈길을 끌었다. 28일 저녁 6시 웨스트오브스코틀랜드 대학교에 모인 수백 명의 참가자들은 약 한 시간 동안 행진을 이어갔다. 로레인 카메론 렌프루셔 시장은 “매년 열리는 밤길 되찾기 행진은 남녀 모두 젠더 폭력은 참을 수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모두에게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