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가
선감학원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가 선감학원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1967년 가을 서울 변두리 판자촌 마을을 서성이던 8세 소년은 느닷없이 경찰의 손에 끌려갔다. 옷이 지저분하다는 이유에서 경찰은 부랑아라고 판단해 서울시립아동보호소로 보냈고, 다시 경기도의 선감도에 위치한 시설으로 옮겨졌다.

선감학원이라는 이 국가 시설에는 또래 아이들이 많았다. 소년은 학교도 가지 못한 채 아이들과 염전에서 중노동을 하며 걸핏하면 폭행을 당했다. 밥도 제때 먹지 못하고 반찬은 썩어가는 새우젓뿐이었다. 소년은 지옥같은 생활을 견딜 수 없어 육지로 도망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앙상한 팔다리로 있는 힘껏 헤엄을 쳤지만 바다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육지에 닿을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 몸은 가라앉았고, 바닷물 속에 부모의 얼굴을 마주했다. 사흘 후 선감학원 앞 해변가에는 눈을 뜬 소년의 시신이 떠올랐다. 소년의 시신은 섬의 산기슭에 암매장된 소년 수백명의 시신 위에 묻혔다. (피해자 증언을 각색)

일제강점기부터 1982년까지 경기도 안산에 있던 강제수용소인 ‘선감학원’의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23일 국회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을 마련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감학원 사건은 형제복지원과 유사하게 부랑인 갱생이란 명분으로 빈민과 아동들을 잡아 가두고 강제 노역을 시켜 착취한 사건”이라면서 “권위주의 정부는 이들에게 부랑인, 깡패, 윤락여성이라며 거짓된 멍에를 뒤집어 씌웠다”고 폭로했다.

이어 진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소외된 빈민과 아동이어서 그들은 국가폭력의 피해자가 되었고, 또 그렇게 소외된 자들이어서 과거사정리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면서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된 들에 대한 폭력이 해결될 때만, 비로소 과거사 정리는 마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감학원 피해자로 이날 처음으로 대중 앞에 나선 김성환 씨는 “8~10살 어린 아이들이 매질과 성폭행을 당했다. 그 트라우마를 50대인 지금도 갖고 있다”면서 “일 잘하는 로봇, 매맞는 기계에 불과했다. 공무원 또한 또래 아이가 있는 부모 입장이었지만 그들에게 저희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 모임의 회장인 김영배 씨는 1962년 붙잡혀가서 1986년까지 생활하다가 집으로 돌아간 경우다. 그는 “가족과 생이별하며 고아 아닌 고아로 살아야 했다”면서 “세상은 우리가 범죄라도 저질러 격리된 아이들로 오해되고 있다. 밝혀져야 할 선감학원 진실이 묻혀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상 규명을 통한 명예회복과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 의원은 “과거사 진상규명법 제개정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선감학원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을 규명할 수 있는 독립된 조사기구를 설치하고 그간의 국가의 잘못을 드러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억울하게 죽어간 아이들과 현재까지도 어린 시절 겪은 폭력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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