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호텔에서 ‘2017 제3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 2부에서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명선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김설향 대한체육회 여성체육위원장은 여성 선수들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여성선수들은 운동 시작 초기부터 상급학교 진학 때까지 대다수가 남성 지도자에 의해 교육을 받는다”며 “남성적인 언행을 학습하고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명령체계에 익숙해진다. 따라서 여성 선수의 정체성 확립과 미래 준비를 위해서는 롤모델로서 성공적인 여성 지도자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연아 전 피겨 선수 등 젊은 인재들이 여성 체육인들에게 롤모델로서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경기력 향상을 위한 동기부여를 해주고, 미래지향적인 꿈을 꿀 수 있는 리더로서 사회적 역할을 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체육을 통해 성취감을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적 리더로서도 두각을 드러낸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언급하며 “싱크로나이즈드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크리스틴은 프랑스 재무장관을 역임했고, 현재는 전 세계의 경제를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윤선 여성체육학회 회장은 “대한체육회, 시·도여성체육회 등에서도 의사 결정하는 임원은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며 “여성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한체육회 임원 51명 중 여성은 7명(13.7%)에 불과하며, 시·도체육회는 총 552명 중 여성임원이 63명(11.4%)에 그친다.
오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도 여성의 공감능력과 소통능력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얘기된다. 그러나 법적, 제도적 보호 없이는 여성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여성의 목소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강압적인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세계 여성 지도자들의 저변을 보면 어린 시절 경험한 체육활동에서의 성취감이 리더로서의 역량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며 “여자 아이들의 체육활동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기회가 주어져야만 작은 성취를 이룰 수 있고, 나중에 그것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스포츠기본법, 양성평등 관련법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플로어에서는 ‘체육계 내에서 여성의 대표성 확대를 위한 법적 장치가 실제로 마련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조사 필요하다”며 “체육계의 인사 관행을 비롯해 심판들도 성별에 따라 임금 격차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심판 선정 과정에서 어떠한 차별이 있는지, 성별 임금 격차가 얼마나 심한지 등 데이터 분석을 통해 체육계 전체의 구조적 진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여성체육인회가 구조적으로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제언한다”며 “현상 진단부터 앞으로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지 법규 문제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들여다보면 여성에게 불리한 게 많다”며 “체육 관련 법령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은퇴한 여성 선수들을 추적 조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은퇴 후 재취업 기회가 없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좌절하고 떠났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그는 “경영을 잘하는 여성들 중에는 스포츠를 꾸준히 했던 여성 비율이 정말 높더라. 어느 분야든 스포츠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 리더십은 남성 리더십과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잘못하면 그게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며 “리더십은 시행착오 겪으면서 만들어나가는 거지, 정답이 없다. 자칫 여성 리더십, 남성 리더십 따로 있다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면 곤란하다”며 “젠더 통합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혜원 쇼트트랙 상임심판은 “운동을 이야기하면 ‘남자 영역’이라는 고지식한 생각을 바꿔야 여성 체육인 분야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과 함께 젠더리더십 교육, 인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교육이 함께 한다면 어린 학생들이 운동선수나 일반 학생에서 끝나지 않고 준비된 여성 체육인, 역량 있는 인재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지원 대한당구연맹 이사는 “이사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건 여성 임원 퍼센트가 매우 적다는 것”이라며 “이사회를 들어가보면 당구를 잘 모른는 분도 있다. 조직문화가 남성 위주로 흘러가다보니 목소리 큰 사람이 유리한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에 반해 여성 분들은 조용히 의견을 내는 편인데 묵살당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사실 몇 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회의에 참석해서 목소리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냐가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본인의 자질도 키워야 하고 그 자리에 갔을 때 목소리 높여 싸운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대응할 수 있게끔 준비해 가야 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고말했다. 조직적이고 수직적인 남성 중심 문화에 비해 여성들은 서로 배려하며 힘을 모아서 만들어가는 느낌이 있다. 제도적인 면을 보완해서 여자가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