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후에도 계약 가능하게 바꿔야

부부재산계약제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뜨겁다. 본지가 최근 네티즌 3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부부재산계약제에 대해 ‘합리적이다, 적극찬성, 나도 한다(혹은 추천)’가 전체의 66.15%(215명)를 차지하는 등 호응도가 높았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 결과도 유사해 응답자의 79.9%가 반대한 데 비해 여성은 61.9%가 찬성해 여성들이 좀더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처음 시도되는 이 제도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가 없어 계약체결 후 문제점은 없는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일 로서브디지털법연구소 주최로 열린 토론회 ‘실질적 남녀평등을 위한 부부재산계약의 쟁점과 전망’은 그러한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앞으로 이와 관련한 논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부재산계약제와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른다

부부재산계약 유형에는 프랑스처럼 여러 종류의 계약유형 중 하나를 택하거나 여러 가지를 절충하는 ‘자유선택주의’ 혹은 스위스나 독일처럼 정해진 계약유형 외의 다른 약정은 할 수 없게 하는 ‘한정적 선택주의’ 등이 있다. 우리 민법은 이들과 달리 내용이나 방식 등에서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예비부부의 자율적 합의를 거치면 구두로도 부부간의 재산계약이 유효하다는 것이 통설이다. 등기는 제3자와의 관계에서 법적 효력을 위한 장치이다. 부부간 협의 없이 어느 일방의 빚보증 등으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등기부에 등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을 민법에 규정하고, 법률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표준계약서 양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승우 교수(성균관대 법학)는 “혼인의 본질적 요소나 남녀평등, 사회질서에 반하는 계약내용은 무효로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부부사이의 부양의무를 면제하는 것, 아내의 재산을 남편의 소유로 하는 것, 혼인비용 일체를 부부의 일방에서 부담하는 것, 아내가 남편의 동의를 얻어야만 재산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은 무효임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인 후에 할 수 없나

독일, 스위스, 대만 등은 부부간의 구체적 사정을 반영하여 혼인중에도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혼인성립 전에만 계약체결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간 시행된 적이 없어 부부재산계약제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던 많은 부부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 또한 혼인 전에는 재산권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고 계약 체결의 필요성도 적어 실효성이 적으므로 결혼 후에도 재산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정진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1990년 민법개정으로 도입된 제산분할청구권이 여성의 가사노동, 아내의 협력 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으므로 부부재산계약제를 활성화하여 부부간에 실질적 평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또 “자율성의 증대와 남녀평등의 보장이라는 부부재산계약제도의 원리에 충실한다면 혼인 후에도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중간에 내용을 변경하고 싶다

우리 민법은 혼인 중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어 부부재산계약을 변경할 수 있게 하고 있으나 원칙적으로 이의 변경 및 폐지를 금하고 있다. 혼인 중에도 재산계약을 허용하면 일방의 위압이나 일시적 감정 등으로 불평등한 방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일방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와 같은 변경 금지와 혼인신고 전으로 한정된 체결시기 등이 부부재산계약의 이용을 꺼리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배우자 일방의 위압이나 일시적 감정으로 인한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방해는 결혼 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결혼 전에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실제 부부의 재산은 혼인 중에 얼마든지 변동될 수 있는데 계약내용을 변경·폐지할 수 없다면 변화된 사정에 따른 적합한 규율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승우 교수는 “부부재산계약 체결시기는 혼인전으로 명시한 민법 828조를 삭제하고, 부부의 협의에 의해 변경이 가능한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할 것”을 제안했다.

▲재산 외에 배우자의 행동도 제한할 수 있나

부부재산계약 등기를 접수시킨 김아무개·장아무개 부부는 남편의 외도, 이유 없는 외박이나 폭음, 도박이나 놀음 등도 이혼사유에 포함한다는 항목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켰다. 이처럼 부부재산계약이 재산 외의 다른 사항들도 포함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오정진 연구위원은 “재산 외의 영역에서 일정한 행동을 약속하는 것은 개인의 기본적인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면서 “이혼이나 상속시의 재산관계는 계약의 내용에 포함시킬 수 있겠지만 혼인중 행동에 관한 부분은 부부가 신뢰를 바탕으로 지켜나가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관련기사>

▶ [인터뷰] 부부재산계약제 합의한 유석종·김영주 커플

gabapentin generic for what http://lensbyluca.com/generic/for/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