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내용등급제 강행, 청소년보호에 도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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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2일 열린 표현의 자유를 위한 캠페인에 참가한 청소년들. <사진제공·‘정보통신검열반대공동행동’>

어느 순간부터 모든 청소년 문제의 짐을 인터넷이 떠맡게 되었다. 한때 지구촌을 경계없이 이어준다던 꿈의 매체 인터넷은 음습한 뒷거리처럼 포르노그라피로 청소년을 유혹하고, 불법 소프트웨어들이 돌아다니며, 심지어 자살하라고 청소년을 부추기기까지 하는 몹쓸 기계가 되었다.

특히, 최근 정보통신부가 인터넷 소프트웨어에 대한 명백한 검열이라 볼 수 있는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추진하는 동안에 자살사이트와 폭탄사이트, 인터넷 게임에 의한 청소년 모방범죄 등의 문제를 뉴스에 연일 보도한 것은 인터넷이 불러올 수 있는 사회적 파장들에 대해 심각하게 과장하면서 정보통신부의 ‘인터넷내용등급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려는 해프닝이라고 보여진다.

“화랑은 돼도 인터넷선 안된다”

얼마전 부부 나체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 음란물유포와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으로 긴급체포되었던 김인규 교사의 사건 역시 이러한 인터넷의 역기능에 대한 사회적 과장과 이로 인한 학부모들의 과도한 불안감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겨진다.

불과 몇해 전 우리는 구성애의 ‘아우성’에 환호했다. 사람의 몸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성(性)이란 그저 부끄러워하고 가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상업적 목적에 의해 과장되고 왜곡되는 우리의 ‘몸’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는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해 우리는 음란물이라는 혐의를 씌운다. 이번 사건은 인터넷에 대한 부모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며, 언론과 정부가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까지 관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굳이 작품을 보기 위해 먼 길을 오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던, 그래서 대안적 전시관으로 칭송받았던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대해 “화랑은 돼도 인터넷에서는 안된다. 화랑은 청소년 출입이나 제한할 수 있지…”라고 철퇴를 가한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어 추진되는 것이 바로 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인터넷내용등급제이다. 즉, 홈페이지에 등급을 표시하고 선별차단소프트웨어가 그것을 인식하여 접속을 차단케 하자는 것이다.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정부에 의한 인터넷 검열이라는 점을 국회에서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부는 시행령을 통해 이름만 바뀐 인터넷 검열을 지속적으로 추진중이다.

예술가가 체포되는 사회가 더 문제

지금까지 청소년보호라는 명분은 사회적 검열 장치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돼 왔다. 하지만 청소년 문제는 필름을 가위질한다고 해서, 만화책을 랩으로 싸고 19세 빨간딱지를 붙인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인터넷등급제를 통한 검열을 시행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청소년 문제는 우리 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지 매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에 더 큰 해를 가하는 것은 인간의 몸을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김인규 교사 부부의 나체사진이 아니다. 정작 아이들의 건전한 인격을 저해하는 것은 정부기관에 의해 인터넷이 검열당하고, 예술가가 음란물 유포죄로 긴급체포되는 사회이다.

청소년의 자율적 판단력과 문화적 향수권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임기응변식으로 청소년의 눈과 귀를 막는다면 앞으로 더욱 많은 위험을 낳게 될 것이다. 자율적으로 되지 않는 것은 강제로도 되지 않는다는 이 당연한 사실을 정부만이 모르고 있는 듯 하다.

정인선/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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