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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춘, 필요악인가’,‘이혼부부의 양육권 문제’등 제목만 보면

마치 심각한 토론회의 주제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이는 KBS-2TV

에서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50분간 방영되는 〈여성저널〉의 수

요일 프로그램 ‘당신의 선택’에서 다룬 주제들이다. 기존 10시대

프로그램이 인기 연예인을 초청해 토크쇼 위주의 신변잡기적인 내용

일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모험적’인 시도로 보인다.

〈여성저널〉은 지난 10월 개편 이후 타이틀에 맞게 ‘저널성’을

강조하며 날마다 진행방식, 내용 등을 바꾸어 주 시청자층인 주부들

의 관심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공론의 장

을 마련하고 있다.

아나운서 이계진·코미디언 김혜영의 사회로 진행되는데 월요일에

는 관심있는 시사문제를 짚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월요포커

스’가 방영된다. 여기서는 ‘빨간 마후라에서 빨간 보자기까지’라

는 주제의 10대 음란비디오의 현주소와 아류까지 속출한 세태 분석,

청소년 유해환경 추방에 대한‘학교앞에 섹스숍이 웬말’, 사진성형,

면접학원, 관상고치기 등 취업난 속 신풍속도를 다룬 ‘낙타의 바늘

구멍뚫기 작전’과 같은 내용들이 다뤄졌다. 뉴스의 뒷이야기를 추

적,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뉴스를 통해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시간이다. 시사전문가와 여자연예인 1명이 패널로 출연해 방청단과

의견을 나눈다.

〈여성저널〉에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새로운 프로그램은 수요일의

‘당신의 선택’. 한 주제에 관해 양반되는 견해를 가진 전문패널단

과 방청단이 함께 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패널은 연예인,

작가, 아나운서, 의사, 변호사, 여성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다. 여기에 20대-50대까지의 주부, 공무원, 디자이너,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일반인 60명이 방청단으로 가세해 열띤 토론

을 벌인다. 그간 남성들의 외도, 기혼자의 순결문제, 성폭행 피해자

의 문제 등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왜곡된 순결교육에 대해 다뤄왔

다. 시청자들도 ARS전화 참여 외에 전화로 직접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이 프로를 맡은 홍성민 PD는 “토론문화가 없는 우리 사회에

토론문화가 자리잡아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밝힐 수

있도록 하는데 일조하고자 기획했다”며 기획의도를 밝힌 뒤 “진보

적인 주제와 토론자들의 다소 직설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

지만, 새로운 문화와 이를앞서 이끌고자 하는 프로그램이 겪어야 할

진통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22일 ‘매매춘, 필요악인가’라는 주제의 방송

도중 진행자의 실수로 ARS결과가 잘못 발표된 일이 있었다. 그 결

과 ARS집계 및 토론의 결론이 사회악일 뿐이니 사창가를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이지만 진행자의 멘트 실수로 ‘필요악이다’쪽에

손을 들어주게 된 것이다(문자방송은 제대로 나갔으나 진행자가 결

과를 바꿔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가 ‘매매춘을 옹호하

는 느낌을 주었다’고 여러 일간지에 게재하여 곤욕을 치루기도 했

다.

또 11월 3-7일간은 본사 주최 〈대통령후보초청 여성정책토론

회〉에 시간을 내주게 되어 자리잡는 데 난항을 거듭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내용이 유익하면 따라온다’란 소신으로 프로그

램을 추진했고, 이런 노력들이 시청률 안정세 확보, 시청자들의 높은

참여율이란 반응을 얻어 한층 고무되고 있다.

〈여성저널〉은 또한 오랫동안 브라운관을 떠나 소식이 궁금한 연예

인이나 한때 화제거리로 떠올랐던 사건들의 뒷소식을 이야기로 풀어

보는 ‘요즘, 뭐하십니까?’(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여성, 독특한

세계관과 인생관을 갖고 살아가는 여성 등 여성의 진정한 위치와 참

된 의미와 역할을 인식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

을 부여하는 ‘이 여자 이야기’(목), 주부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먹거리를 주제로 재미와 정보를 제공하는‘요리토크쇼’(금)로 진행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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