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엘림/한국여성개발원 수석연구위원

지난 1월 29일 여성부가 출범하여 이제 100일이 지났다. 작년 1월 초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여성의 역할이 크게 증대될 21세기 시대에 대비하고자 여성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직후부터 여성부에 관해 많은 기대와 우려 내지 반감이 표명되고 있다.

여성부 홈페이지의 자유토론방에 게시된 글 중에는 남성부는 왜 안 만드냐, 여성표를 의식한 정치적 술수가 아니냐 식의 남성들의 비방, 비판도 많다. 그 중에는 여성부의 홈페이지명 ‘moge’가 여성부의 영문표기인 Ministry of Gender Equality(남녀평등부)의 약자인데도 ‘moge’의 발음이 ‘모계’라는 점에 착안하여 대한민국을 모계사회로 만들려고 한다는 기발한(?) 질책도 있다.

작년에 여성부의 설치방안연구를 맡아 많은 남성공무원, 전문가들과 논의하면서 내가 가장 고심해야 했던 것은 여성부를 왜, 무엇을 위해 설치하려는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여성부와 여성정책이 결코 여성만의 지위향상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평등하며 평화롭고 부강한 가정과 사회를 남녀의 공동참여와 협력으로 이룩케 하여 남녀평등실현을 촉진하고 남녀 모두와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지식정보화·국제화·민주화와 인권·여성정책의 보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21세기 국제사회의 변화속에서 우리 나라가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남녀평등을 저해하는 의식과 제도를 개혁시키는 일, 아시아지역 국가에 비해서도 현저히 뒤떨어져 있는 여성의 인력활용도와 정치·정책결정과정 등 사회참여도를 높이는 일, 성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을 철폐하여 인권을 보장하는 일, 국가의 모든 정책이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수립·집행되도록 하는 일, 평등·발전·평화의 실현을 위한 국제협력과 NGO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인권협약을 비준·이행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시대적 필요와 기대속에 여성부는 장관을 수반으로 하는 중앙행정부처로서 역대 여성행정기구 사상 가장 높은 위상을 가지고 출범하였다. 특히 여성정책을 총괄기획·조정할 뿐 아니라 정책평가기능과 집행기능, 국무회의 의안제출권과 의결권, 법률제정권에 의해 다른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 남녀평등하게 수립, 집행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4월 18일에 여성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남녀평등한 민주인권복지사회의 실현을 위한 여성정책추진계획>은 여성문제 해결을 국가의 주요 정책과제로 삼는 ‘여성정책의 주류화’, 남녀평등을 법률만이 아니라 의식과 문화속에 정착시키는 ‘여성정책의 생활화’, 남녀가 함께 상생발전하고 일반주부, 소외계층등 대다수 국민이 체감하는 ‘여성정책을 통한 사회통합’으로 여성정책 추진원칙을 설정하였다.

이제 여성부는 그 구체적 실현을 보여줄 숙제를 안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102명의 인력으로 100일 지난 신생조직만으로는 그 많고 중대한 역할을 감당하기 곤란할 것이다.

여성부에 머리와 마음, 힘을 주도록 노력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평등과 진보를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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