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만/ 신촌지역 공동육아협동조합 '우리 어린이집' 조합원

민석은 요즘 어린이집(신촌지역공동육아조합 우리어린이집)에서 방이 바뀌었다.

2월 말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형·누나들이 방과 후 어린이집으로 옮기면서 한 방씩 올라가게 된 것이다.

우리 가족도 소근이가 된 민석을 케이크를 사서 먹으며 축하를 해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3월이 되면서부터 툭하면 “바보야 멍청아…”, “○○○때려버릴꺼야.”, “○○○죽여버릴꺼야” 심지어는 “민재(여동생) 밀어서 떨어뜨려버릴꺼야”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폭력적인 언어로 자주 표현하기 시작했다.

입만 열면 그러니 걱정스러워 민석의 요즘의 관심사와 생활을 관찰을 하다가 몇가지 원인이 될 만한 것들을 발견했다.

일단은 방이 바뀌면서 큰 형들과 통합교육을 받으며 형들의 정서와 관심에 많이 영향을 받게 되었고 집에서는 엄마 아빠의 보살핌이 동생과 나누어지면서 마음이 힘들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큰 형들은 이미 비디오라든가 상업용 방송에 부분적으로 노출되면서 놀이와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그 내용들이 등장하고 “너 ○○○알아?” 물어서 대답을 못하면 “바보야, 멍청아 그것도 몰라” 이런 식으로 공공연하게 무시하는 말을 하는 듯하다.

민석도 집에서 그런다. “포켓몬이랑 디지몬이 싸우면 누가 이기게?” 글쎄 모르겠는데 하면 그대로 “바보야 멍청아…”로 응대한다.

사실 민석은 이전까지 상업용 비디오는 한 번도 본적이 없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와 계실 때 텔레비전 만화영화를 한두 번 본적이 있을 뿐이다.

최근 민석이 포켓몬스터 비디오를 빌려달라고 졸라 고민을 하다가 너무 몰라도 아이가 소외되는 게 아닌가 싶어 주말에 빌려 주었더니 글쎄 이 녀석이 아빠가 볼 때만 3~4회를 연속해서 보는 것이 아닌가? 아차 싶어서 다른 놀이로 유도를 해보지만 머리 속은 온통 포켓몬스터 뿐인 것 같다.

함께 보면서 새삼 놀란 것은 그 내용이 오직 포켓몬스터 중심이고 인간에 대해서는 서로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경박하다. 게다가 주된 내용이 포켓몬스터끼리 싸워서 우열을 가리는 것으로 마치 고대의 인간격투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반복해서 보고 있는 아이가 배울까봐 걱정이 될 정도다.

얼마 전 또래 아이들의 엄마 아빠들 모임에서 아이들의 폭력성에 관해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시간 부족으로 해결책까지는 논의하지 못하고 몇몇 사례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폭력성이 아이들 사이에서 대물림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들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그렇게 된 데에는 분명 원인이 있겠지만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무관심도 그 원인 중의 하나이리라.

사내아이들의 ‘폭력’을 성장기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고 어른들이 묵인함으로써 폭력이 의사소통의 한 방법으로 발전하여 어른이 되어서도 문제해결의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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