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위해 온 몸 바친 소중한 이들…‘보고 싶은 얼굴’을 그리다
신념 위해 온 몸 바친 소중한 이들…‘보고 싶은 얼굴’을 그리다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10.20 09:39
  • 수정 2017-10-30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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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이한열기념관 특별기획 ‘보고 싶은 얼굴’전

사회변화 촉구 위해 투쟁한 열사들 그려…12월 31일까지 전시 개최

 

제3회 ‘보고 싶은 얼굴’전 오프닝 행사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 기획전시에서 열렸다. ⓒ강푸름 기자
제3회 ‘보고 싶은 얼굴’전 오프닝 행사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 기획전시에서 열렸다. ⓒ강푸름 기자

인권·민주화운동에 온 몸을 내던진 이들을 기리는 자리가 마련됐다. ‘보고 싶은 얼굴’들이 그림·사진·조각상 등 예술을 통해 되살아났다. 올해 3회를 맞는 ‘보고 싶은 얼굴’전 오프닝 행사가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 기획전시에서 열렸다. ‘보고 싶은 얼굴’전은 2017 이한열기념관 특별기획전으로, 우리사회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친 이들의 삶과 죽음을 예술로 의미화하는 작업이다. 문영미 이한열기념관 학예연구실장은 “‘열사’라는 호칭 속에 갇혀있던 이들을 우리와 함께 호흡했던 아름다운 한 ‘사람’으로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나규환, 윤석남, 김경화, 박불똥, 정상현, 김병화 등 6명의 작가들은 각각 본인이 맡은 열사를 자신의 방식대로 그려냈다. 여성해방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한 고정희 시인은 윤석남 작가가 담당했다. 이날 건강상의 문제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윤 작가는 영상을 통해 소감을 밝혔다. 그는 평소 고 시인에 대해 느낀 점과 작품 ‘고정희를 생각하면서’의 의미를 설명했다.

 

윤석남 작가의 작품 ‘고정희를 생각하면서’ ⓒ강푸름 기자
윤석남 작가의 작품 ‘고정희를 생각하면서’ ⓒ강푸름 기자

 

고정희 시인이 생전 친필로 쓴 시집 ‘쓸쓸한 날의 연가’와 고 시인의 추모행사 안내지. 아래 사진에는 이혼법 개정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과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 선 고 시인의 모습이 담겼다. ⓒ강푸름 기자
고정희 시인이 생전 친필로 쓴 시집 ‘쓸쓸한 날의 연가’와 고 시인의 추모행사 안내지. 아래 사진에는 이혼법 개정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과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 선 고 시인의 모습이 담겼다. ⓒ강푸름 기자

윤 작가는 “고정희 선생님은 어떠한 환경에 처하더라도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을 절대로 놓칠 분이 아니다. 그게 굉장히 좋았다”며 “80년대에는 여성의 자존감 등 여성 문제는 약간 거리를 두고 백안시하는 게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고정희 선생님이) 고집이 세고 강해 보였을 거다. 그런데 내 관점에서는 자기 일에 자긍심이 굉장히 강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고정희 선생님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전했다.

여성신문 초대 주간이기도 한 고 시인은 1980년 초반부터 ‘또하나의문화’ 창립에 참여하는 등 문화를 통한 여성해방, 인권·평화운동에 힘썼다. 그는 1991년 6월 지리산 계곡에서 실족해 향년 44세로 생을 마감했다.

윤 작가는 “연꽃의 의미는 부활이다. 고정희 선생님의 영혼이 부활해서 내 몸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것”이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인물을 기리는 전시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데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살면서 많은 것들을 잊고 사는데, 그건 잊고 싶어서 잊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일로 너무 바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거다). 그래서 끊임없이 되새기고 환기시키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고 시인과 20여년 간 인연을 맺어온 윤 작가는 “그의 시에 나타난 치열한 여성의식은 내가 가야 할 방향과 많이 겹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고 시인은 1998년 화가 5명과 함께 여성해방 시, 여성주의 미술을 결합한 ‘우리 봇물을 트자’전을 열기도 했다.

 

김경화 작가는 박승희 열사를 그렸다. 1991년 4월 26일 명지대학생 강경대가 전투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사망한 사건에 분노한 박 열사는 사흘 뒤인 29일 ‘강경대 열사 추모와 노태우 정권 퇴진 궐기대회’에서 분신한 뒤 21일 간의 투병 끝에 5월 19일 숨졌다. ‘오늘 하루는 열사가 살고 싶었던 내일’을 주제로 박 열사를 그린 김 작가는 “열사라고 하면 강직한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박 열사는 사실 감성적이고 따뜻한 분이었다는 걸 그가 쓴 시와 편지를 보고 알 수 있었다”고 했다. 한복 천에 미싱 바느질을 한 작품을 선보인 그는 환하게 웃고 있는 박 열사 뒤로 꽃과 나비, 새를 표현했다. 그는 “감수성이 풍부했던 박 열사가 좋아하던 꽃들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소박하지만 각각의 소망을 담고 있는 백성들의 그림이었던 민화의 꽃과 나비, 새들을 열사의 모습 뒤로 피어나게 했다”고 말했다.

 

김병화 작가의 작품 ‘거인의 미소’ ⓒ강푸름 기자
김병화 작가의 작품 ‘거인의 미소’ ⓒ강푸름 기자

김병화 작가는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뇌출혈로 쓰러져 운명을 달리한 백남기 열사를 그렸다. 백 열사의 미소에 주목한 김 작가는 작품 ‘거인의 미소’를 선보였다. 그는 작품에 대해 “보다 나은 세상을 꿈꿨던 그의 염원이 비로소 현실화되는 기쁨과 희망의 미소가 기념비적 미소가 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나규환 작가의 작품 ‘청년’ ⓒ강푸름 기자
나규환 작가의 작품 ‘청년’ ⓒ강푸름 기자

 

정상현 작가의 작품 ‘Behind you series’ ⓒ강푸름 기자
정상현 작가의 작품 ‘Behind you series’ ⓒ강푸름 기자

 

박불똥 작가의 작품 ‘제종철 전 상서’ ⓒ강푸름 기자
박불똥 작가의 작품 ‘제종철 전 상서’ ⓒ강푸름 기자

이밖에도 나규환 작가는 작품 ‘청년’을 통해 이석규 열사를 표현했으며, 정상현 작가는 사진작품 ‘Behind you series’로 이정미 열사를 그렸다. 박불똥 작가는 작품 ‘제종철 전 상서’ 통해 제종철 열사를 기렸다. 대우조선 노동자였던 이석규 열사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전국에서 열린 노동자 대투쟁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향년 22세로 사망했다. 1993년 청구성심병원 분만실 간호사로 입사한 이정미 열사는 이후 노동조합위원장을 연임하며 노동탄압의 심각성과 중소병원사업장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알렸다. 노조에서 헌신적 활동을 펼치아 2006년 향년 40세로 운명을 달리했다. 제종철 열사는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선 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에서 활동하던 중 2003년 의정부역 철로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생전에 의정부 지역에서 느티나무 공부방, 청년문화학교 활동을 하며 ‘노동자학교’를 준비 중이었던 그는 35세의 나이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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