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복수심에서 비롯한 ‘성폭력’ 낙인 찍기라는 신종 분열주의
[이렇게 생각한다] 복수심에서 비롯한 ‘성폭력’ 낙인 찍기라는 신종 분열주의
  • 최미진 노동자 연대 기자·『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 저자
  • 승인 2017.10.18 12:00
  • 수정 2017-10-2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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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1460호 [이렇게 생각한다] 코너에 전지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실행위원이 보내온 ‘노동자연대는 피해자에 대한 집요한 가해를 중단하라’는 제하의 기고글을 게재했습니다. 이와 관련 최미진 노동자 연대 기자가 반론글 게재를 요청해 싣습니다.

 

지난호 여성신문에 실린 전지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실행위원(이하 호칭 생략)의 기고문 ‘노동자연대는 피해자에 대한 집요한 가해를 중단하라’는 허위사실과 왜곡에 기초해 있다. 전지윤은 노동자연대가 “성폭력” 사건의 “가해” 단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가 언급한 사건은 성폭력도, 노동자연대 사건도 아니다. 원사건은 2011년 한 대학 교지 편집부 수련모임에서 노동자연대 회원이 아닌 한 남학생(이하 이모)이 한 여학생(이하 H)에게 1분 미만의 야한 동영상을 보여 준 사건이다(이하 동영상 사건). 그런데 전지윤은 동영상을 보여준 이모가 “노동자연대 전 회원”이라고 해, 이모와 노동자연대가 모종의 연관이 있었던 양 넌지시 암시한다. 이런 식의 글쓰기 자체가 의도의 불순함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모는 2007년 인터넷으로 가입 신청한 적 있으나 활동은 전혀 하지 않다가, 원사건 1년 전부터는 회비마저 안 내서 탈퇴 처리됐다(H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이모를 회원으로 여기지 않았다).

나중에 벌어진 명예훼손 소송에서 재판부는 이모가 동영상을 보여 준 일의 강제성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만약 강제성이 없었다면, (포르노가 성을 상품화한다고 비판할 수는 있어도) 포르노 시청만으로 그 사건을 성폭력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한편 사건 당시 새내기 대학생이자 노동자연대 신입회원이던 또 다른 남학생(이하 정모)은 테이블 맞은편에서 아무 참견도 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했다. 정모는 “(H가) 스스로 동영상을 보겠다고 해 굳이 말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정모는 노동자연대가 자신의 소송을 도와 주지 않는다며 반발해, 자신을 돕는 사람들과 함께 탈퇴했다).

H는 그 후에도 오랫동안 “가해자(이모)는 회원이 아니”라고 했다. 당시 H 주변의 몇몇 회원들은 교지에 가서 문제제기하라고 제안하거나 노동자연대 제소절차를 알려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H는 “웃어 넘길 일”이라며 이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그래서 노동자연대 중앙은 자연히 이 사건을 인지할 수 없었다.

그러나 H는 사건 1년 4개월 뒤이자 단체 탈퇴 3개월 뒤 갑자기 온라인 공개 비난을 시작하며 말을 180도 바꾸었다. 동영상 사건은 “성폭력 사건”으로, 수수방관한 정모는 “동영상을 함께 강제로 보여 준 공범”으로, 문제제기하라고 조언한 회원들은 “성폭력을 묵인·은폐”한 “2차가해자”들로 둔갑했다. 그리고 중앙이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했는데도 단체 자체가 “성폭력 2차가해 단체”로 비난당했다.

그러나 정모와 H가 서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의 결과, 정모가 공범이라는 H의 주장은 “허위사실”로 판결났다. 전지윤의 주장과 달리, H가 소속된 대학의 성폭력예방대책위원회의 의결도 이모와 정모의 행위를 구분하며 정모의 구실은 (공범이 아닌) “묵인·방조”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진정 반성돼야 할 것은 도그마가 된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른 무책임한 비방이다. 더는 존재하지 않는 H 지지모임은 처음부터 공신력 있는 기구의 진상조사도 없이 오직 H의 말만 듣고 “노동자연대 성폭력 사건”, “영화 ‘도가니’ 같은 사건”이라고 온라인에 퍼뜨렸다. 허위사실을 바로잡으려는 행위를 다 “2차가해”로 규정했다. 처음부터 노동자연대를 강간범 비호 집단으로 비치게 해 단체의 평판을 훼손시키고자 하는 목적이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H 지지자로 모인 일부 근본적 페미니스트들조차 얼마 안 가 H를 못 믿어서 떠나가는 일이 지난 5년간 반복됐다. 전지윤의 주장과 달리, 노동자연대 비방 캠페인은 광범하지도, 성공적이지도 못했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았고, 일부는 무책임하게 손 떼고 흩어졌고, 일부는 여전히 가명을 사용하며 다른 구성원으로 모임을 재건했다. 그 주도자들은 각기 다른 반 노동자연대를 동기로 이합집산했다. 노동자연대 안에서 운영위원회를 음해하다 탈퇴한 전지윤도 그중 하나다(<노동자 연대> 222호, ‘노동자연대 비방 주도자 전지윤은 누구이며 왜 비방에 열심인가?’ 참고).

따라서 필자가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책갈피)에서 이 사건을 “피해자 중심주의”-“2차가해” 개념의 폐해를 보여 준 사례로 든 것은 불가피하고 필요했다(H의 실명을 쓰지 않아 명예훼손 소지도 없다). 이 책에서 또 다른 사례로 든 ‘2015년 민주노총 전 울산본부장 사건’은 지면 제약을 양해해 주시면서 <노동자 연대> 219호,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마녀사냥과 책임 회피’를 참고하길 바란다.

H와 전지윤의 노동자연대 비방은 성폭력 근절이나 여성 해방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오히려 그런 무책임하고 복수심이 동기인 방식은 불필요한 분열을 낳아 운동의 힘을 약화시킬 뿐이다. 이런 식의 비방과 배제, 도덕주의적 규탄은 이미 곳곳에서 운동(여성운동도 포함해)을 분열·균열시키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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