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OUT ②] AV 산업은 현대 노예제와 같아
[디지털성범죄 OUT ②] AV 산업은 현대 노예제와 같아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10.02 20:54
  • 수정 2017-10-05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② 가나지리 가즈나 ‘PAPS’ 공동상담지원사업 상담매니저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 심포지엄

 

이나영 중앙대 교수가 9월 23일 오후 서울 중앙대 310관 B502호에서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을 주제로 열린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DSO
이나영 중앙대 교수가 9월 23일 오후 서울 중앙대 310관 B502호에서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을 주제로 열린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DSO

공창제도, 일본군‘위안부’, 집창촌, 여성에 대한 성적 재현, 디지털 성범죄…. 각각의 개별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결과를 낳는다. ‘여성이 성폭력·성매매 피해 대상이 된다’는 것. 디지털 성범죄는 인터넷 발달로 파생된 새로운 범주의 폭력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배경만 달리할 뿐, 여성 착취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성매매 및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9월 23일 오후 서울 중앙대 310관 B502호에서는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을 주제로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디지털성범죄아웃(DSO), 중앙대 사회학과 BK플러스사업팀이 공동 주관하고, 희망의씨앗, 콜라보(colabo), 십대여성인권센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의기억재단이 주최하며, 서울시 성평등기금이 후원했다. 4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나온 전문가 8인의 발언을 기록해 정리했다. 

AV 촬영, 한 번 계약하면 빠져 나올 수 없어

사진촬영 알바로 피해자 속인 뒤 누드사진 찍게 하고 

“신상 유포하겠다” 협박한 뒤 AV 촬영 강요해

가나지리 가즈나 PAPS(팝스) 공동상담지원사업 상담매니저는 ‘일본AV산업 실태와 피해사례’를 이야기했다. 팝스는 여성보호시설 직원과 사회복지사, 연구원들이 함께 전문지식을 살려 포르노 피해와 성매매업에서 발생하는 성착취 문제에 맞서는 시민단체다. 이날 가나지리씨는 상담자 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유사한 복수 사례를 일반화해 A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인터넷에서 부분 모델 모집을 발견한 A씨는 시험 삼아 응모한 뒤 연락을 받고 면접을 봤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니 알바 내용은 전혀 달랐죠. 가즈나씨는 사진작가 지망생의 연습모델로 하루 동안 사진촬영에 임해야 했습니다. A씨는 거부감을 표했지만 담당자 1은 “이건 공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담당자는 A씨 학생증과 의료보험증을 복사하고는 모델 등록용 사진촬영을 하자고 말했습니다. 촬영이 시작되자 사진작가는 ‘좀 벗어보라’고 했습니다. A씨는 당황했지만 사진작가는 “유명 아이돌 그룹도 다들 그렇게 한다” “여배우라면 흔히 있는 일이야” “바디라인도 봐야 한다”며 결국 옷을 벗게 했습니다.

A씨는 나중에 사무실로 오라는 얘기를 듣고, 다시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전과는 다른 담당자 2가 나왔습니다. 그는 “촬영면접에 응하면 1회당 3000엔을 받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는데 어떠냐. 물론 일은 거절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심이 생긴 A씨는 가벼운 기분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말에 A씨는 담당자와 함께 미용실을 간 뒤 면접용 옷을 사러 갔습니다. 그 비용은 프로덕션이 냈죠. 며칠 후 사무실에 가니 A씨는 담당자 3에 의해 AV 제작사 면접을 돌게 됐습니다. AV 제작사는 신체 사이즈와 취미, 성관계 유무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가슴을 드러낸 사진도 찍었습니다. A씨는 “처음과 얘기가 다르지 않냐”며 문제제기를 했지만 담당자는 “제작사를 소개만 하는 거지, 일은 골라서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담당자는 “지금까지 프로필사진 촬영이나 면접에 돈 쓰게 해놓고 일 안 한 여자애가 있었는데, 그런 짓은 하지 말라”는 말로 A씨를 압박했습니다. A씨는 점점 거절하기 어려워졌지만 면접을 본다고 바로 일하게 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가나지리 가즈나 PAPS(팝스) 공동상담지원사업 상담매니저가 ‘일본AV산업 실태와 피해사례’를 발표하며 보여준 AV 출연 동의서. ⓒDSO
가나지리 가즈나 PAPS(팝스) 공동상담지원사업 상담매니저가 ‘일본AV산업 실태와 피해사례’를 발표하며 보여준 AV 출연 동의서. ⓒDSO

2주 후, A씨는 사무실 사장에게서 “AV 일이 정해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A씨는 필사적으로 촬영을 거부했지만 사장은 A씨의 말을 다 쳐냈습니다. A씨가 “부모님이나 학교에 알려질까 싫다”고 말하면 “AV를 연간 10만편 제작하고 있다. 절대 들키지 않는다. 들킬 거라고 생각하다니 자의식 과잉이구나”라고 답하는 식이었습니다. A씨는 촬영 직전까지 출연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사장은 “출연 취소하면 위약금 내야 한다” “위약금 낼 수 없다면 부모에게 받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아직 성경험이 없다고 말하자 “처음이면 남자배우가 더 친절하게 잘해줘. 첫경험은 더 잘 팔린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패닉 상태가 돼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촬영에 응하게 됐습니다.

일단 계약을 하고 촬영에 임하면 선택의 자유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많은 내담자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촬영에 저항하지만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무기력 상태에 빠져 저항을 포기하고 하라는 대로 따르게 된다고 말합니다. A씨의 경우 6건의 계약이 있었고, 촬영은 매달 1회씩 3개월에서 반 년 정도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촬영이 끝난 후 AV는 마치 여성이 원해서 출연한 것처럼 포장돼 판매되고, 그때부터 지옥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AV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법률이 아직 일본에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담은 법적 문제해결만으로도 최소 반 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종결된 상담보다 해결해야 할 상담이 더 많아 PAPS 내부에서도 힘든 상태입니다. AV에 출연한 게 트라우마가 돼 ‘죽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팝스와의 면담이나 변호사와의 면접 이후 그때의 기억이 단편적으로 되살아나 또다시 고통을 겪는 이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 AV업계에 있어야 했던 한 의뢰인은 ‘신상이 알려져 이 업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태가 돼 AV를 그만둘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촬영을 계속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돈이 모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그만둔다면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생각에 촬영 전날에는 불안해져 알콜에 의존하거나 약을 먹어야 했습니다. 실제 AV촬영은 (여성을 학대하는 등) 심한 내용도 많아 촬영하고 나면 육체·정신적으로 충격이 큽니다. 하지만 촬영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여겨져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충족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건 일시적인 것이죠. 미래에 대한 불안을 지우기 위해  AV 촬영에 임하는 것은 자해행위와 같다는 걸 알면서도 의존 상태에 빠져 AV 업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현재 상담지원이 필요한 분은 135명(올 8월 기준)입니다. 직접적인 지원은 필요 없지만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분들은 75명이죠. 내담자 중 2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자살시도를 한 내담자 중 연락이 닿지 않게 된 이들도 있습니다. 상담 중 내담자들로부터 ‘이제 죽고 싶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듣곤 하죠. 

AV프로덕션과의 계약서에는 ‘출연 의무에 소홀할 경우, 피해 손해를 청구할 수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또 AV제작사와 교환하는 출연동의서에는 ‘촬영 완료 후에 임신이나 성병에 대해 일절 배상이나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적혀있습니다. 이는 성과 생식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죠. 이는 현대 노예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성을 가족이나 회사로부터 고립시켜 혼자가 되게 만들고, 신상이 털릴 수 있다고 협박해 공포를 심으면 누구든지 손쉽게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피해자들을 상담하며 알게 됐습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