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민의당 전국여성위원장 박주현 의원

변호사로 여성 인권 소송 앞장

여행원 임금차별 소송 기억 남아

사회의 각종 차별은 다 엮어있어

‘성평등 개헌 반대’ 단체와도 논의해야

지역 기반 생활 정책 개발에 앞장

활동하는 지역 여성들 키워야

 

국민의당의 위기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안철수 대표 체제 1개월을 맞았지만 당 지지율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속 의원들은 물론 당지도부의 책임감이 막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박주현 의원이 최고위원인 전국여성위원장이 당선됐다.

국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주현 위원장은 중책에 도전한 이유로 “창당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만큼 무한책임을 지고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도전했고, 지난 30년 간의 사회 활동에서 제일 중요한 게 여성운동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평소의 엄격한 인상과 달리, 마주앉은 박 의원에게서 친근감이 느껴졌다.

박 위원장은 초선 비례 의원이지만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맡는 등 당의 정책통으로 꼽힌다. 그의 정책 개발은 경험과 훈련의 결과물이다. 변호사로 시민사회와 함께 호흡하면서 여성 인권과 관련된 실험적인 소송은 물론 여성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1988년 변호사가 되던 해 지역사회탁아소연합회를 주도하며 첫 보육입법 제정을 이끌어냈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위모임(민변) 창립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경실련, 참여연대, 여성민우회, 여성단체연합에도 참여했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40세에는 최연소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으로도 근무했다. 이후 시민경제사회연구소를 직접 설립해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예산을 연구했다. 그가 맡았던 여행원 임금차별 소송, 종중재산 분배, 호주제 폐지, 이혼 재산분할 소송은 여성 인권에 중요한 사건이다.

여성위원장이 자연스러웠다고 하지만 그의 어깨는 결코 가볍지 않다. 최고위원으로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유능한 여성 후보를 발굴해 공천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목표는 당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으로는 여성위원회와 여성국을 활성화시키고 밖으로는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공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역위원회(시도당)가 여성 후보 공천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금도 필요하고, 전략도 치밀해야 한다. 이하 일문일답.

 

-각 당의 여성위원회가 예전에 비해 소극적이다. 여성위원장으로서 계획은?

“여성위원회가 당내에서 입지가 좁다. 주로 젠더이슈, 여성정치에 대한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차별 철폐를 위한 적극적 우대정책)에 포커스 맞춰왔는데 저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슬로건, 정책 이슈 개발에 집중하려 한다. 지난 전당대회 때 지역위원장들을 만나보니 저에게 현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생활 정책 개발에 기대가 크더라. 지역에서 기대를 모을 수 있는 활동을 보여줄 것이다. 정당의 예산 10%가 여성정치발전기금인데 여성위원회가 충실한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으면 당 예산과 섞일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대비 인재 발굴, 공천 전략은?

“리더십이라는 게 유명한 몇몇 사람 불러다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선거 때 조직, 홍보 등에 봉사하는 사람들이 다 여성이다. 보다 전략 단위에서 여성들이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여성의 성과로 갈무리돼야 한다. 앞으로 중앙당 여성위원회는 시도당에 찾아가서 그 지역의 정책 수요를 찾아낼 것이다. 그걸 기반으로 성과 내는 과정에 참여한 인물 중에서 선발해 집중적으로 키우면 된다.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여성들도 전체 정치영역에서 스스로 철학과 비전과 목표, 전략을 벌려야 한다. 그걸 돕겠다”

-당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여성정책은?

“청년운동과 함께 여성청년운동에 집중할 생각이다. 나는 호남 출신이고, 민변 활동을 했다. 양극화와 지역 문제가 모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함께 할 때 더 효과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공공원룸을 확대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젊은 여성의 주거의 안전성과 직결되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이 부모에 의존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만들어야 부모세대의 가치관과 부당한 결혼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혼부부 주택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잣집 자식에게 해당하는 정책이다. 남자 군복무 기간도 1년으로 줄이고 입직연령을 27세로 낮춰야 한다.”

-변호사로 다양한 여성 인권 소송을 맡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여행원(은행원) 임금차별 소송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 (인권)소송은 수임료를 받지 못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차원의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인데다, 원고가 되는 입장에선 피고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게다가 피고측인 은행은 최고의 로펌을 고용했다. 1년 넘게 싸웠는데 졌다. 더 속상하고 안타까운 건 소송 도중 은행이 임금체계를 바꿔서 겉으로 보기에는 여행원 임금차별을 없앴다. 알고보면 여성이 많이 하는 업무의 임금을 낮게 책정해 편법적으로 바꾼 거다. 그런데 법원은 임금 체계가 바뀌었으니 목적을 달성한 게 아니냐는 식이었다. 이혼 재산분할권은 승소했다. 저는 이 재판이 실질적으로 여성의 지위 향상에 엄청나게 기여했다고 본다.”

 

-1990년도 여행원 소송 때나 지금이나 남녀임금격차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우리 사회 여러 단위에 각종 차별이 있는데 다 엮여있다고 본다. 어떤 종류의 차별이라도 강고하게 살아 있다면 다른 차별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사고방식은 다른 집단을 누르고 지배하기 위해 낙인찍고 열등한 것으로 하는 편견을 만들어낸다. 나아가 제도 상에 반영된다. 전체의 패턴이 작은 구조에서도 반복된다는 프랙탈 같다”

-차별에 어떻게 맞서야 할까?

“유럽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게, 우리가 단일성이 강한 나라지만 차별은 심각하다는 거다. 남녀, 지역, 장애인, 외국인 등 다양하다. 핀란드에서 교육학을 전공할 때 지도교수도, 학생도 여자가 많았는데, 말끝마다 남녀차별을 얘기하더라. 그래서 제가 평등한 국가라고 했더니, 아직 문제가 많다며 이것도 문제, 저것도 문제라고 전부 지적하더라. 그때 배운 게, 이 사람들이 이렇게 차별에 대해 꼬치꼬치 따지고, 맞서 싸우기 때문에 해결됐구나, 나도 한국에 가면 만연한 차별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여성운동 후배들이 차별 타파를 날카롭게 주장할 때 낯설기도 했다. 이제는 차별이 있으면 정정당당하게, 정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이 변했다. 최소한의 전위대는 필요하다. 호남 문제도 마찬가지고.”

-개헌 논의에도 적극적인데.

“예전엔 민주화, 양극화에 집중했다면 이젠 모든 차별과 배제, 소외를 없애는 것이 저의 정치 목표다. 우리 사회 모든 차별 요소를 동시에 해결해야 선진국으로 간다고 생각한다. 지금 어느 한쪽이 이기면 독점하게 된다. 그래서 차별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정치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승자독식의 대통령제가 아니라 각자가 정당하게 가져가는 다당제, 내각책임제, 합의제 민주주의를 이루어야 한다.”

-기독교 보수단체의 성평등 개헌에 반대가 심하다.

“여성운동은 모든 차별을 다룬다는 입장인데 기독교의 반대가 너무 강하니 더 논의해야 한다. 자기 의사를 적극 표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리고 한쪽을 잘라내기 보다는 함께 논의해나가는 게 사회 발전이다. 기독교에서 이번에 동성애 문제로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낸 사건 때문에 많은 국민이 인지하게 됐다. 알게 됐으니 느끼고 평가하고 판단할 것이다. 몇 사람이 선언적으로 한다고 해서 그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해야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게 쌓이면서 여론은 누가 맞고 평가하고 판단하면서 사회가 발전하게 될 것이다.”

 

박주현 국민의당 전국여성위원장 이력

△1963년 전북 군산 △전주여고 △1981년 서울대 법학과 △1985년 27회 사법시험 합격 △경실련·참여연대·민변 등 시민단체 △2003년 참여정부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참여혁신수석비서관 △2005년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2014년 핀란드 탐페레대학원 교육학 박사과정 △2015년 국민회의 정책위의장 △2016년 국민의당 비례대표 당선 △2017년 국민의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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