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17년도 하반기 국회 폭력예방교육’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지난 8월 31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17년도 하반기 국회 폭력예방교육’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국회사무처가 최근 내부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 등에 대해 대응 방안을 내놨지만 실행되지 않거나 요식행위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발을 막겠다며 성희롱 예방교육을 긴급 실시했지만 평소에 이뤄진 교육과 다를 바 없었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8월 31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는 ‘2017년도 하반기 국회 폭력예방교육’이 열렸다. 국회 내에서 일어난 성희롱 사건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우윤근 국회사무총장이 재발방지를 위해 긴급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강의는 평소와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직급이나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수백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의로 진행됐고, 국회 내 사건과 상황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취재 결과 해당 강사는 국회 내에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국회로부터 아무런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회사무처는 수 개월 전 발생한 성희롱 사건과 출장비 횡령 비리를 쉬쉬하고 있다가 뒤늦게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자 8월 들어 7일, 22일 두 차례나 보도자료를 내고 대책을 발표했다. 우윤근 국회사무총장은 7일에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진상조사, 엄중 징계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8월 중 긴급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22일에는 국회사무처 징계위원회는 자성의 기회로 삼아 무관용 원칙에 따라 해당 수석전문위원들을 면직 처리했고 공직 기강 강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주 내로 별도의 태스크포스(TF)만들어 내부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또 △감사관의 개방형 직위로의 전환 △성 평등 옴부즈만의 설치 및 성 고충 상담의 전문화 △회계 및 성 관련 교육의 상시화 △비위·징계 관련 규정 개선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성신문의 취재 결과 당시 발표와 달리 3주가 지나도록 태스크포스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로 확인됐다. 국회사무처는 취재를 시작한 9월 초에는 “내부인사와 외부인사를 구성 중인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이유를 내놨고, 9월 12일에는 “구성안을 마무리했고 다음주에 결재를 받아 확정되면 첫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원 명단은 물론 인원수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는 3월 발생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에야 뒤늦게 대책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대응 태도는 다른 정부기관들과도 비교된다.

청와대의 경우 금품수수와 성희롱 등 직원 비위를 단속하는 ‘공직기강 핫라인(HOT-line)’을 운영하기로 했다. 핫라인은 ‘고발․제보’(부당 지시)와 ‘상담’(성범죄)은 익명게시판으로 운영한다. 익명게시판은 작성자 추적이 불가능하고 공직기강비서관 이외에는 누구도 작성 내용을 볼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정부 각 부처에서도 이미 비슷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감사원의 ‘청렴 핫라인’, 검찰청의 ‘내부제보시스템’, 경찰청의 ‘국관에게 바란다’, 국세청의 ‘SOS 감찰지원센터’, 국무조정실의 ‘반부패청렴게시판’ 등이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희롱 문제는 미봉책으로 덮고 지나가면 반드시 재발한다”며 “조직의 수장이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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