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보호처분의 보호관찰은

결정일부터 바로 시작해야

 

종전 성인을 기준으로 한 형사처벌로는 가족 기능을 상실했거나 장애가 있는 가정의 미성숙한 소년들의 재범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 보호가 필요한 사례에도 교육과 복지 등 합당한 조치를 적기에 해줄 시스템이 없거나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소년법이다.

소년(만 10세~19세 미만)은 살인, 강도 등 중범죄가 아닌 이상 가급적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 가정법원 재판을 통해 보호처분이 필요하다는 결정이 나면 항고하겠다는 의사표시가 있더라도 바로 집행에 들어간다. 청소년이 보호자가 없어 방임되거나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으로 되돌아가는 등 집행정지와 보호중단에서 오는 폐단이 적지 않다. 이에 정지와 중단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례적 법 조항을 두고 있다.

이러한 법 조항은 대부분의 다른 보호처분에서도 볼 수 있다. 형사처벌과 대비되는 보호처분 고유의 특례조항이다. 또한 공판담당 검사 없이 판사 한 명과 변호인 또는 국선보조인 만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실무적으로도 부득이 소년원 등에 보내 보호조치를 해야 하는 9호나 10호 처분이 내려지면 그 자리에서 바로 시설로 데려가 일정기간 교육과 보호를 하게 된다.

특별보호절차를 통한 소년보호처분은 보호자에게 전권을 주는 1호 처분부터 1~2년간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받게 하거나 2년 가까이 소년원에 구금하는 10호 처분까지 10개 처분이 있고, 이를 여러 개 묶어 처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보호처분에 유달리 ‘보호관찰’이 붙으면 다시 성인과 마찬가지로 결정 확정 재판 후 8일 째부터 보호관찰이 시작되도록 하고 있다. 법률 발달사를 거꾸로 돌리고 소년법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이상한 모습이다.

검사 없는 재판이니 결과에 대한 불복을 표시할 검사가 없고, 판사가 자기결정을 번복할 리도 없고, 보호자와 보호소년도 전과가 남지 않는 보호처분인지라 거의 불복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항고 의사가 없더라도 그 ‘항고 제기기간 7일’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유로 미확정 상태를 조장해 지도와 교육, 시급한 보호조차 막고 있는 것이다.

오갈 데 없는 소년에게 숙식 제공과 전문적 보호, 재범방지 등 합당한 보호조치가 시급해 즉각 국가의 보호조치를 시행하라는 취지의 판결이 나와도 ‘확정 후 시작’이라는 성인 형사처분에 적용되는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국가의 보호 역할과 기능을 하는 소년보호처분의 효력을 7일이나 중단하고 무력화시키는 구태를 여태 유지하고 있다.

상위법이라 할 수 있는 소년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후 순위 절차성, 보완성을 지닌 ‘보호관찰법’에서 “보호관찰은 법원의 판결이나 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시작된다”는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소년들에 대한 보호처분이 판결이 아닌 결정으로 이뤄지기에 확정이 되려면 7일이 지나야 하기에 해당기간 동안 보호처분 무장 해제라는 엉뚱한 결과를 내는 것이다.

재판 직후 적정한 개입이 매우 시급함에도 그에 필요한 지원이 바로 이뤄지지 못하기에 상당수 소년들이 재판 직후 귀가하지 않고 바로 가출, 보호자의 감독범위를 벗어난다. 범죄환경으로 되돌아도록 법이 손수 소년보호의 틈을 만들어 내는 형국이다. 심지어 재범으로 돌이키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은데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구조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발비행·범죄가 온 나라가 떠들썩할 정도로 중범죄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바늘 도둑’일 때 제대로 된 지도·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법률로 막는 형국이니 어찌 약효가 제대로 날 것이며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수 있으랴.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부산 여중생 사건’도 이런 보호관찰법의 구조적 공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기도 하다. 실무적으로 이에 대한 개정을 수시로 요청해 봐도 어찌된 영문인지 감감무소식이다. 소년법 등장의 법철학적 발달사적 가치에 맞도록 소년보호처분 결정으로 인한 보호관찰은 그 결정일 부터 시작되도록, 소년법 배치적 보호관찰 시작 조항의 개정 필요성에 대한 법조인과 입법부의 공감과 관심이 요망된다. 이를 통해 국가의 소년보호기능 왜곡요인을 제거, 제대로 된 국가의 소년보호정책이 소년범죄 심화의 효율적 차단과 예방을 위한 원만한 가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