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1일 오후 경기 광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나눔의집을 방문해 이용수 할머니로부터 배지를 선물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1일 오후 경기 광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나눔의집을 방문해 이용수 할머니로부터 배지를 선물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는 11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노벨평화상 후보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자서전 출간을 맞아 방한한 게르하르트 슈뢰더(73) 전 독일 총리가 11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위로하고 싶어 한 시간 남짓 시간을 냈다.

오후 3시 나눔의 집에 도착한 슈뢰더 전 총리는 입구에 있는 고인 5명의 흉상을 마주했다. “여기 있는 김학순 할머니는 1991년 위안부 피해를 공개적으로 처음 알리신 분”이라는 안신권 소장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소녀상의 손을 어루만졌다. 위안부 희생자들을 모신 추모비에 꽃을 바치고 묵념을 했으며, 일본군위안부 역사관도 둘러봤다.

할머니들 흉상 앞에서는 “위안이라는 말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인데 여기 계신 분들은 폭력에 희생된 분들”이라며 위안부라는 용어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슈뢰더 전 총리는 나눔의 집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 9명 가운데 이용수(90), 이옥선(91), 박옥선(94), 하점연(96)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이용수 할머니는 소녀상 배지를 슈뢰더 전 총리의 가슴에 달아줬고,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가 죽기 전에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도록 도와 달라”며 끼고 있던 ‘기억 팔찌’를 채워줬다. 슈뢰더 전 총리의 눈도 촉촉해졌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전쟁이라는 참혹한 역사의 희생자와 만나게 돼 가슴이 아프다. 특히 전쟁에서 희생당한 여성들을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인권을 실현하고 있으며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역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이 원하는 것은 복수나 증오가 아니라 일본이 과거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살아계실 때 그런 일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위로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1일 오후 경기 광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나눔의집을 방문해 별세한 할머니의 흉상에 고개 숙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1일 오후 경기 광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나눔의집을 방문해 별세한 할머니의 흉상에 고개 숙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그는 또 반성과 사과를 외면하는 일본의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일본이 이런 폭력을 겪은 피해 여성들에게 사과할 수 있다면 역사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고 있다고 하겠지만, 아직 그런 용기를 갖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는 제안이 있다고 들었는데,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적극 지지하겠다”고 했다.

또 할머니들에게 ‘안네의 일기’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안네 프랑크’의 동상 사진이 든 액자와 자서전 수익금으로 마련한 기부금 10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답례로 김순덕(1921~2004) 할머니가 그린 ‘끌려감’ 등이 실린 책자와 소녀상 모형을 전달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렇게 큰 고통을 당한 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흐른다’는 글귀를 방명록에 남긴 슈뢰더 전 총리는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다.

출판기념회,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대담 등의 일정으로 방한한 그는 나눔의 집에 광명 동굴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고 있는 양기대 광명시장의 주선으로 이날 나눔의 집을 방문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때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태인 대학살)를 일으켰다. 독일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 세계에 홀로코스트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1일 오후 경기 광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나눔의집을 방문해 박옥선 할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1일 오후 경기 광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나눔의집을 방문해 박옥선 할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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