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행정자치부가 <여성과 공직 2000>이라는 자료집을 발간하였다. 이 자료집에는 전체 여성공무원의 직급별·직종별 현황과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소속기관별 여성공무원 현황 등 여성공무원 관련통계를 자세히 싣고 있어 현재 공직사회에서의 여성의 위치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여기서 특히 기자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 책을 발간한 행자부의 여성공무원 통계였다. 공직부문에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등 여성공무원 관련 정책을 전담하는 행자부 내 여성공무원의 위치는 수적으로나 직급면에서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행자부 전체 공무원 중 여성공무원은 16%. 여기서 일반직 여성공무원만을 따지면 8%밖에 되지 않고, 760명 중 5급 이상 여성공무원은 단 6명이다. 최고위직 여성은 3급의 여성정책담당관이 있었으나 타부처로 옮겨 새로 온 4급의 여성정책담당관이 한 명 있을 뿐이다. 최근 새 여성정책담당관이 오기 전까지 행자부 여성정책담당관 자리는 거의 한 달 간 공석으로 있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행자부 내부에는 해당 직급인 4급 여성공무원이 없을 뿐더러 승진시켜 임용할 대상자도 없어 외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뒷얘기다.

이처럼 행자부는 다른 시·도, 부처에 여성의 공직 진출을 선도하고 권고할 입장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뒤처져 있는 현실이다. 행자부가 타부처나 행정기관에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면 행자부의 여성공무원 정책은 ‘메아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행자부는 곧 고위직 여성공무원 육성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행자부가 이번에는 여성공직자와 공직 진출을 희망하는 많은 여성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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