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범죄의 검거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기소율은 31.2%에 불과하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몰카 범죄의 검거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기소율은 31.2%에 불과하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제주도 한 카페에서 일하며 여성 손님을 몰래카메라(이하 몰카)로 촬영하고 SNS에 게시해 논란을 일으킨 남성 직원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몰카 범죄의 처벌 규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 나사구멍이 몰카 구멍이더라는 소문, 현관문 앞 계단에 아무렇게 놓인 담뱃갑이, 알고보니 몰카였더라는 이야기로 여성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기상천외한 몰카들이 유통되고 구입도 식은죽먹기라는 사실이 함께 알려지면서 몰카 판매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뜨겁지만, 정작 한쪽에서는 보란듯이 올린 몰카 사진을 두고도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카페 아르바이트 직원 이씨는 수개월에 걸쳐 손님으로 방문한 젊은 여성들 중 일부를 선택해 독사진을 찍고 얼굴과 몸매 등에 대해 평가와 감상 등을 써서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들 대다수는 평범한 옷차림으로 테이블 앞에 앉아 차를 마신다. “다 보여주며 가릴 곳만 가린 건 참 매력없다”, “원피스를 입은 하늘하늘 여인에게 더 끌린다.” 직원 이씨가 쓴 것처럼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과한 노출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보니 타인의 신체를 동의없이 촬영·게시했지만 관련 법에 저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타인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 또는 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음란한 화상·영상’에 해당될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타인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모든 행위가 규율대상이 아니라,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와 음란한 화상 및 영상에 해당될 경우에만 처벌된다. 대신 피해자는 민사상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책임만을 제기할 수 있다.

이미 대법원 판례도 있다. 2015년 1월 30일 판결에서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여성의 전신사진을 몰래 촬영한 행위에 대하여 공개된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여성의 전신의 모습은 특별히 엉덩이·허벅지 등이 부각되지 않았다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몰카 범죄의 검거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기소율은 31.2%에 불과하다는 것도 같은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사람들이 왜 제주 카페 몰카 사진에 분개했을까. 굳이 자유한국당 의원 아들이자 성폭력전담부 현직 판사가 지하철에서 몰카를 찍어 검거된 사건이 아니라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의 범위를 법관의 해석에만 맡겨서는 곤란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8월 들어 두 번이나 몰카 범죄 대책을 주문했다. 그러나 처벌 강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성범죄든, 사생활 침해든 좋으니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변화된 사회인식을 반영한 강력한 처벌 규정부터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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