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안 등 10개 생리대에서 독성 물질인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이 검출됐다는 정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지난 3월 파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살충제 달걀과 마찬가지로 뒤늦은 부실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신문이 21일 식약처 대변인실에 확인한 결과, 깨끗한나라(주)의 릴리안 생리대를 조사할 계획인 것은 맞지만 알려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식약처 대변인실 강주혜 연구관은 “릴리안 생리대 조사는 (특별한 조사가 아니라) 분기별로 실시하는 유통감시계획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고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유통감시계획이란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들이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수많은 제품 가운데 많이 팔리는 제품이나 이슈가 되는 제품 등을 선택해 수거해서 조사한다. 9월 조사는 3/4분기 정기조사일 뿐이라는 것이 식약처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강 연구관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나 소비자단체 등에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제보를 받은 것은 없다. 자체적으로 여론을 살펴보면서 수거 조사 제품을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식약처의 이같은 입장은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여성환경연대에 확인한 결과 이미 10개 제품 정보를 식약처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단체는 지난 3월 ‘여성건강을 위한 안전한 월경용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대학 연구팀이 실시한 생리대 TVOC 검출 결과를 공개했고, 이 자리에 식약처 관계자도 참석한 바 있어서 제보 받지 않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설령 공개된 자리에서 제품명은 비공개했을지라도 소관 부처라면 단체에 후속 확인을 해야 한다.

식약처는 본지의 추가 취재에서 오는 9월 조사 대상에 릴리안 생리대만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여러 개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하면서도 몇 개 제품을 조사하는지는 해당 과에 확인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한 상태다.

다시 말해, 식약처는 시민단체와 대학이 앞서 지난 3월 10개 제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을 알면서도 릴리안 생리대와 관련해 ‘공식 제보’를 받은 것이 없고 여론이 나빠서 자발적으로 조사를 한다고 설명했고, 릴리안에 대한 조사 계획 외에는 입장이 없는 상황이다.

10여년 이상 여성단체들이 일회용 생리대 성분 공개 요구와 함께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으나 조사할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일관해온 식약처의 태도를 감안할 때 살충제 달걀 사건처럼 확대 가능성도 없지 않아보인다.

한편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2016년 기준)은 유한킴벌리 57%, LG유니참 21%, 깨끗한나라 9%, 한국P&G 8%로 4개 업체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독과점 구조으로 인해 생리대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문제가 저소득층 여학생의 ‘깔창 생리대’ 문제가 불거진 후 본격화됐으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깨끗한나라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생리대 기부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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