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옥·피우진·강경화 등 ‘여성 장관 30%’ 약속 지켜

안경환·탁현민 등 인사에선 성평등 관점 담기지 않아

‘젠더폭력기본법’ 드라이브, ‘성평등위’ 추진은 지지부진 

 

문재인 정부가 17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대로 적극적으로 ‘성평등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역대 정부 중 처음으로 ‘여성 장관 30%’을 달성했고, 국정 과제에도 성평등 가치를 담았으며 젠더폭력의 국가 책임을 강화했다. 하지만 공직 인사 검증 기준에 성평등 관점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은 ‘옥에 티’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 눈높이에 맞춘 ‘소통’ 행보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70% 후반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촛불 시민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출범한 새 정부는 탈권위와 소통 행보,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대한 국민적 지지에 힘 입어 고공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 개혁을 추진했고, 방산비리 등 한국 사회의 오랜 ‘적폐’로 꼽히는 분야의 혁신을 추진하면서 ‘준비된 대통령’의 약속을 지킨 100일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언한 첫 대통령인만큼 성평등 정책도 속도감있게 밀어붙였다. 특히 외교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실세 부처’에 여성 장관을 임명하며 ‘여성 장관 30%’ 공약을 지켰다. 단순한 구색 맞추기가 아닌 실질적 성평등을 위한 인선이라는 평가다. 부처 가운데 요직에 배치된 여성장관들이 어떻게 바꿔나갈지 역할에 기대가 크다. 여성장관이 남성 중심 조직에서 여성의 눈으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지 주목된다. 다만 문 대통령이 여성신문·범여성계 연대기구와 가진 성평등 정책 간담회에서 서명한 ‘성평등 서약서’에 약속한 여성 차관 임명 확대는 단 2명으로 마무리됐다. 청와대 수석 중 여성도 1명으로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실질적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오찬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오찬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출범도 공식화했다. 그동안 정책 우선 순위에 밀렸던 ‘성평등’이 20대 국정 전략에 포함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부 정책의 핵심에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 읽힌다. ‘여성가족부 기능 강화’ 공약은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여가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예산의 0.18%에 불과한 여가부 예산부터 늘려야 한다. ‘초미니부처’로서 모든 정부부처의 성평등정책을 총괄·총괄 맡기에 한계는 자명하다. 국가 차원의 성평등 정책 컨트롤 타워인 성평등 위원회와 성평등정책 주무부처인 여가부의 역할이 중복되지 않고 맞물려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역할 배분도 중요하다. ‘젠더폭력방지기본법’(가칭)을 제정하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발표 역시 많은 여성들의 박수를 받았다. 반면 국정과제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빠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에 제출할 의견서에 성소수자 차별 금지 등을 규정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을 담기로 했다.

성평등 관점이 빠진 공직 인사 검증 기준은 앞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취임초 조현옥 인사수석, 강경화 외교부 장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등으로 이어진 ‘파격’ 인사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이후 ‘코드 인사’ 논란까지 거론되는 등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졌다. 지난 100일간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이 인사 과정에서 낙마하거나 지명후 자진 사퇴했다. 특히 안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이어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왜곡된 성 인식 논란에 휩싸였다. 차별적이고 비상식적인 여성관을 가진 인물을 반복적으로 등용해 여성계를 넘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청와대가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서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는 선언이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전체 여성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성평등’을 국정 철학에 반영하고 국정 중심에 놓아야 한다. ‘나라다운 나라’ ‘개혁과 통합’은 성인지적 관점 없이 이뤄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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