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페미니스트 대통령’으로 가는 길
[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페미니스트 대통령’으로 가는 길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7.08.16 07:30
  • 수정 2021-01-05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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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여성적인 인식 가진 측근들을

읍참마속 심정으로 결단을 내려야

성평등 국가를 위한 길 열릴 것

 

 

 

문재인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70%를 웃돌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 갤럽의 8월 2주(8~10일)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78%였다. 긍정 평가 이유로 ’소통 잘함/국민 공감 노력'(17%)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는 '개혁/적폐청산/개혁 의지'(10%), '서민 위한 노력/복지 확대'(10%), '최선을 다함/열심히 한다'(8%), '공약 실천'(5%), '전반적으로 잘한다'(5%), '일자리 창출/비정규직 정규직화'(4%), '부동산 정책'(3%) 순으로 나타났다. 분명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달리 탈권위적인 자세로 국민들의 아픔을 달래주며 격의 없이 일관성 있게 소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여하튼 역대 정부와 비교해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70%대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은 분명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했고, 여소야대 정국 상황에서 이룩한 것이라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젠더 폴리틱스의 관점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 100일 동안 가장 잘 한 것은 '내각 구성'에서 여성 장관 30% 공약을 완수한 것이다. 첫 여성 외교수장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했고, 그동안 남성의 영역으로 치부됐던 국가보훈처장(장관급)에 피우진 예비역 중령을 선발했다. 그 이후 김현미 국토부, 김은경 환경부, 정현백 여성가족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을 임명했다. 초기 내각에 장관급 19명 중 6명(31.6%)이 여성으로 채워진 것은 역대 정부와 비교해 괄목할 만 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이제 여성 장관들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여성 장관들이 남성 장관 못지않은 능력을 보이고 부처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 더불어, 성평등 국가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좋은 정책을 만들어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이 주관하는 국무회의에서도 여성 장관들은 과거처럼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여성 장관들이 맡은 부처가 과거와는 달리 외교부, 국토부 등과 같이 국민 안보와 국민의 삶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여성 장관들은 정부의 모양 갖추기에 불과한 미미한 존재였다면 이를 불식시켜야 한다. 더불어 여성 장관들은 주요 정책 결정에 여성 관료들을 많이 중용해서 남성 지배적 조직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여성 장관들이 있는 부처가 타 부처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 정부 임기 내에 ’남녀 동수 내각‘의 정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취임 100일 동안 가장 잘못한 것은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임명한 것이다. 박 본부장은 임명된 지 4일 만에 자진 사퇴 했지만 여전히 후폭풍이 거세다. 박 전 본부장은 사퇴한후 “마녀사냥에 희생됐다. 현대판 화형을 당한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12일 페이스북에 “나는 단연코 황우석 사건의 진범도 공모자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당당하면 왜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않았는가. ‘박기영 인사 참사’로 우려되는 것은 사회 전반에 여성 혐오 분위기가 만연될 지 모른다는 것이다. 능력 없고 문제가 있는 사람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와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선택되고 특혜 받는다는 것은 현 정부가 주장하는 적폐청산과는 거리가 멀다. 문 대통령이 『남자 마음 설명서』라는 저서에서 여성비하·여성혐오적인 시각을 드러내어 논란이 된 탁현민 행정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좌고우면하는 것은 문제다. 이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기를 포기하는 것과도 같다. 문 대통령은 반여성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주변 측근들을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려야 진정한 성평등 국가를 위한 길이 열릴 것이다. 새 정부 취임 100일은 성평등 국가를 위한 시동을 건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 문 대통령은 여성의 대표성을 제고해 실질적인 성평등을 이룩하는 진정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외부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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