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대통령’ 100일③] 5대 성평등 공약 이행은 어디까지 왔나
[‘성평등 대통령’ 100일③] 5대 성평등 공약 이행은 어디까지 왔나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08.15 16:14
  • 수정 2017-08-16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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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간의 국정운영에서 성평등 실현 노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더욱이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 평가는 시기상조이고, 북핵 문제 등 심각한 안보 위기가 발생한 만큼 평가보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자는 입장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21일 여성신문과 범여성계 연대기구가 연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간담회에서 “성평등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성평등 실현 서약서에 서명하고 5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여성신문은 성평등 공약 5가지가 현재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이 공약의 일부는 지난 7월 19일 발표한 100대 과제의 66번으로 포함된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의 주요 내용인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강화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성평등 의식문화 확산 △여성의 경력단절 극복 지원 △젠더폭력 방지 등과 겹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4월 성평등정책 간담회 ‘모두를 위한 미래, 성평등이 답이다!’에 참석해 성평등정책 서약 후 서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4월 성평등정책 간담회 ‘모두를 위한 미래, 성평등이 답이다!’에 참석해 성평등정책 서약 후 서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 심각한 남녀임금격차를 ‘OECD 평균’으로

문 대통령은 ‘성별임금격차 해소 5개년 계획’을 수립해 15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남녀임금격차를 OECD 평균 수준인 15.3%까지 줄이겠다고 서약했다. 7월 19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가 일자리 정책이지만 여기서도 열악한 여성 일자리에 대한 문제 인식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은 명시돼 있지만 이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여러 제도 중 하나일 뿐이다. 성별임금 격차해소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지표관리 계획을 마련하는 등 장기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노동자성 확대 △최저임금 시급 1만원 △기업의 임금공개 의무화 △관리직 임원 여성 30% 할당제와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실효성 확보 등의 다각적인 제도가 함께 실행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남녀 임금차별 구제 절차와 성별 임금공시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여성가족부가 차관을 단장으로 ‘좋은 여성일자리 늘리기 기획단’을 구성해 운영하는 만큼 앞으로를 기대해본다.

정부는 일자리위원회를 가장 먼저 구성했으나 임명한 민간위원 15명 중 여성은 3명에 그쳤다. 또 당초 청와대에 마련한 ‘일자리상황판’에는 여성 노동 현황을 보여주는 지표가 없었다. 여성노동단체의 지적에 따라 뒤늦게 성별임금격차 현황을 추가했다. 일자리위원회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앞으로 설립될 성평등위원회 차원에서 계획을 정교하게 만들어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 여성 1인 가구 위한 ‘주거안정’ 정책 이행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4인 가구 중심의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을 동거, 비혼, 여성 등 다양한 형태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혼자 사는 청년의 주거 빈곤율이 30%에 육박하고 취업난에 보증금 마련과 비싼 월세로 2중고를 겪고 있어서다. 혼자 사는 여성 1인가구의 ‘안전한 주거환경’도 보장하겠다고 했다. 여성안심주택, 홈 방범서비스 프로그램 확대, 소형주택 임대사업자의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시설 확충, 여성 1인 가구 대상 안심택배함제도 확대 등을 약속했다. 국정 5개년 계획에는 내년부터 ‘청년 임대주택 5년간 30만실 공급’, ‘쉐어하우스형 청년주택 5만실 공급’ 등이 명시됐으나 이외에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2015년 기준으로 1인가구는 전통적인 가족유형이라고 생각해 온 4인가구보다 높은 27.2%다. 1인 가구는 계속적으로 증가해 2030년에 32.4%, 2050년에 34.6%까지 늘어난다는 추정치도 있다. 청년 여성 1인 가구 뿐 아니라 노년 여성 1인가구를 위한 맞춤형 주거안정 대책이 절실하다.

3. 여성 장·차관 비율 ‘단계적 50퍼센트’ 추진

임기 중 ‘남녀동수내각’ 실현을 약속한 문 대통령은 초대 내각에 총 5명의 여성 장관을 임명했다. 전체 장관의 27.8%로 ‘여성 장관 30%’ 약속에 근접했다. 피우진 보훈처장까지 포함하면 31.6%다. 남녀동수내각을 향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반면 여성 차관 비율은 한자리 대에 머물고 있다. 차관은 총 23명 가운데 교육부 박춘란, 여성가족부 이숙진 차관 등 2명이다. 문 대통령이 성평등 서약을 지키려면 차관 직에 여성 6명을 발탁했어야 한다. 행정부 경험을 쌓은 차관보와 실·국장급에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여성 차관 발탁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관은 정무적 판단에 의해 임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차관 실무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고위직 여성 인재군을 늘리기 위해 정부는 올해 공공부문 여성진출 확대를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관리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관리자, 군·경찰 등 공공부문이 우선 대상이다.

차관뿐만 아니라 정부조직법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위원회 형태의 6개 중앙행정기관의 각종 기관에는 기관장과 함께 위촉직 위원들의 성비도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장차관급 5명으로 구성된 핵심 기관이지만 여성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의 위원에도 여성이 아예 없거나 많아야 2명 정도다. 정부조직법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일자리위원회 등 정부의 국정의 자문, 의결을 하기 위해 설립된 위원회도 있다. 이들 위원회는 양성평등기본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여성을 40% 위촉해야 하지만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4. ‘젠더폭력방지 국가행동계획 수립’ 이행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스토킹, 데이트 폭력, 사이버 성폭력, 증오범죄 등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젠더폭력방지기본법’(가칭)을 제정하고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내용이 담겼다. 곧바로 여성가족부는 8월부터 국무조정실·법무부·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젠더폭력 범부처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관련 연구를 수행한다. 오는 9월 대책 마련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법무부는 ‘스토킹처벌법제정위원회’를 9~10월경 발족해 4차례 정도 회의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여성단체 등 현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이뤄져야 하며, 사회 문화의 폭넓은 변화를 함께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 ‘여성가족부 기능 강화·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차원에서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국정자문기획위원회 차원에서는 위원회의 사무국 설치를 두겠다고 결정했다고 하지만 대외적으로 발표한 문서에는 담겨있지 않아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위원회 운영에 관한 로드맵을 정한 후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후 2019년도에야 별도의 예산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의 기능 강화와 관련해서도 그 핵심 사안인 예산과 조직 확대의 측면에서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지난 10일 당정협의회에서 검토한 2018년도 예산안은 올해 예산 규모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임기 초 조직개편 최소화 기조와, 정부 예산 자체를 2017년도에 비해 1% 가량 줄인다는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4월 성평등정책 간담회 ‘모두를 위한 미래, 성평등이 답이다!’에 참석해 성평등정책 서약 후 서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4월 성평등정책 간담회 ‘모두를 위한 미래, 성평등이 답이다!’에 참석해 성평등정책 서약 후 서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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