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편지> 1년, <기독여성문인회> 회장 정연희 씨

<기독여성문인회>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창간했던 <주부편지>가 오는 3월로 첫 돌을 맞게 됐다.

매달 10만부씩 무료로 배포해온 <주부편지>는 주부들이 가정생활을 새로운 눈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나지막한 목소리의 편지글.

이 <주부편지>의 산파 역할을 했던 <기독여성문인회> 회장 정연희(56) 씨를 만나 <주부편지> 1년을 되돌아 보았다. 하얀 눈으로 덮힌 야산과 농토를 감싸안 듯 아름답게 자리잡은 신간의 자택에서 만난 정연희 씨는 <주부편지>의 의미를 ‘모성을 통한 사회구원’에 두고 있었다.

 

여성의 사랑이 평화의 원동력

- 주부편지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 세상이 너무 들떠 있어서 좀 가라앉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먹는 것, 쓰는 것 모든 우리 생활이 정돈을 잃고 휘청거리고 있어요. 겉으로는 하루 세끼 먹고 사니 사는가 보다 하지만 실상은 온통 마약, 자살, 청소년 범죄 등으로 어지럽지요. 저 창밖이 하얀 눈이 내려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쓰레기가 가득한 것처럼 말이에요. 이 들떠있는 기운을 차분히 가라앉히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 이 이릉ㄹ 할 사람이 여자 밖에는 없어요.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여성들은 우선 살림하는 사람이고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여성들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정성을 다 하고 자식을 키우는 뜻을 깨달아야만 앞으로 우리 사회와 다음 세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지요. 그래서 우리들의 뜻은 어머니들이 참된 사람을 회복해서 우리 사회의 건강을 회복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지 다른 뜻은 아무것도 없어요.”

인간존중과 남녀의 역할

-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제대로 잘 살려지면 우리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리라는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여성들의 특성이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여성은 어쨌거나 어머니로서의 모성을 갖고 있어요. 여성은 무한히 포용할 수 있는 사랑을 타고 나지요. 그런데 이 사랑을 사회가 경쟁위주로 변질시키고 있기 때문에 본래의 사랑의 능력을 잃게 되는 것이죠. 여성이 사랑을 회복해가는 노력은 아주 사소한 데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한 끼 밥을 먹을 때에도 ‘해치우는’ 밥 아니라 어머니가 사랑으로 마련한 밥을 먹고 자란다면 사람이 달라져요. 사랑은 참된 사람을 만드는 기본이에요. 이런 사랑을 요즘 여성들이 점점 잃어가고 있어요.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여성들이 잃어버린 모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믿고 <주부편지>를 통해 아주 작은 부분에서부터 이 노력을 시작하려고 하는 거예요.”

- 여성의 모성적 사랑이 우리 사회와 가정을 지키는데 중요한 부분이겠지요. 하지만 직장여서의 경우는 그런 일이 힘들지 않을까요?

“69년 스위스에 갔을 때에요. 당시 스위스는 여성이 트랙터를 운전도 할 정도로 여성의 활동이 활발했지만 ‘열쇠아동’이 많아지는 것을 비롯해 가정생활이 엉망이었어요.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기심 때문이었어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부부가 모두 직장이 있을 때 일수록 서로가 협조해야 한다는 걸 확인했지요. ‘나도 똑같이 버는데 왜 나만 부려먹나’ 하는 식으로 생각하면 우선 자기 자신이 불편해서 못 살아요. 이것을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서 피곤하더라도 ‘나로 인하여 위로받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아주 달라지지요. 아무리 바쁜 생활이라도 사랑으로 가정을 꾸려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마련이에요.

서로가 조금씩 협조하면 아무리 바쁜 생활이더라고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그 협조하기가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요. 제 경우에는 그것을 신앙에서 찾아요.”

- 그렇다 하더라도 사랑을 통한 무제해결을 여성에게만 기대한다는 게 좀 미묘한 부분으로 남습니다.

남성이냐 여성이냐를 막론하고 능력을 발휘해야겠지요. 그런 사랑의 의미에서 <주부편지>가 남녀 무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하겠지요?

“나이를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이 사는 데에는 잔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랑이 그 인생의 잔재미를 만들어가는 동력이 된다고 볼 수 있지요. 우리가 <주부편지>에서 하는 일은 이렇게 사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겁니다. 커다란 흙탕물이 있을 때 무작정 그 흙을 퍼낸다면 물이 맑아질 수 없지만 가느다란 샘물이 흐르게 되면 그 물이 맑아지지요. <주부편지>는 바로 그 가느다란 샘줄기가 되어보자는 뜻이에요.”

- 88년 <이 민족을 주소서>를 공연해 4천여만원의 기금을 마련해 <주부편지>를 창간했고 작년에도 <하늘의 종소리>라는 연극이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하늘의 종소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한 사람들의 신앙고백연극이었어요. 이 연극에서 여성문인들이 열심히 뛰어, 7천만원 정도의 기금을 모을 수 있었어요. 이 기금모두 <주부편지> 내는데 쓰였지만 재정이 힘이 부치는 게 사실이에요. 매월 천원정도 내는 회원 독자도 있지만 무료로 10 만부를 배포하는 게 보통 부담이 아니지요. 그래서 발행부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법도 생각 중이예요.”

여성성 살려나가는 여성운동이 되어야

- 작품을 쓰실 때에 여성상 표현에서 주력하시는 부분은 어떤 부분입니까?

“작품에서 여성상을 정해놓고 있지는 않아요. 인간이란 고귀한 존재이지만 얼마든지 추악해질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여성도 마찬가지지요. 여성이 여성성을 찾으면 가정이 살고 여성성을 잃어버리면 가정이 무너져버려요. 지금 <민족과 문학>에 연재 중인 <소리치는 땅>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변모과정을 그리면서 땅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를 추적하고 있어요. 여기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있어서는 안 될 여성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지요.”

- 80년대에 우리사회의 여성운동이 급격이 발전하고 있는데 여성운동의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성의 발전을 위한 운동은 활발히 일어나야 해요. 그러나 여성운동은 남자와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가진 장점을 잘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할 수 있는 일부터 개발해서 보다 더 평화롭게, 보다 더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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