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둘러싼 강대국들

‘근육질 리더십’에 빠져 있어

문재인 대통령은 정반대로

유연하고 섬세하며 포용적인

상생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한반도 8월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4일 비행거리가 약 8000㎞로 추정되는 화성-14형 1차 실험을 한데 이어 지난 26일엔 비행 거리가 더 늘어난(약 1만㎞)가 2차 실험을 실시했다. 이르면 내년 미국 본토 서해안을 사정권에 둔 북한 ICBM이 실전에 배치돼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김정은은 왜 이렇게 무모한 도발을 감행하는 것일까? 우선,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이 북한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둘째,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중국은 북한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 지난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중국과 북한은 혈맹관계라고 언급한데서 잘 드러나 있다. 셋째, 사업가 출신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직거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통미봉남의 전략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해서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의도다. 북한이 연일 대한민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중국은 북한의 핵 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넷째,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부는 과거 보수 정부와는 달리 무조건 미국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국과 미국간에 균열이 올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김정은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만큼 그렇게 녹록치 않다. 북한의 2차 ICBM급 시험 발사 직후 미국은 장거리 전략 폭격기 B-1B가 한반도 상공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 옵션’을 공개로 거론하고, 미국 조야에서는 김정은 정권 교체에 초점을 둔 대북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과연 미국의 선제 타격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타격할 타깃의 불확실성, 보복 반격의 불확실성, 중국개입의 불확실성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분명, 북한이 보복 반격을 할 경우, 우리나라가 엄청난 피해를 당하게 되고, 전면전이 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북한 핵심 시설들이 북중 접경지역에 있기 때문에 자칫 북한 공격으로 중국에 피해가 간다면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미국도 강·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은 닫혔다”고 했다. 하지만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1일 비핵화를 전제로 "어느 시점에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2차 실험 직후 이례적으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에 대한 추가 임시 배치를 지시했다. 정부가 사드의 최종 배치 결정을 일 년 이상 소요되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이후로 미룬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만큼 북한의 도발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조치를 취한 후 문 대통령은 30일 여름휴가를 떠났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위기일수록 대통령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미래를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 사드 임시 배치 결정 이후 북한과의 대화를 근간으로 하는 베를린 구상을 어떻게 실현할 지, 중국의 압박에 어떻게 대처할 지, 미국과의 공조를 어느 수준까지 유지할 지 등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이러 구상을 토대로 휴가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평화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효적인 조치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은 힘에만 의존하는 스트롱맨이 지배하는 ‘근육질 리더십’에 빠져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정반대로 여성성에 입각한 유연하고 섬세하며 포용적인 상생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리더십을 토대로 우리가 남북 대화와 북핵 해결의 주도권을 다시 줘야 한다. 단언컨대, 신념은 바위도 뚫을 수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