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에코패션’ ‘그린슈머’ 열풍

크로커다일레이디·K2·아디다스·네파

친환경 소재 사용한 제품 연이어 출시

지속가능성 낮아 ‘반짝마케팅’ 지적도  

 

패션업계가 친환경 전략에 힘쓰고 있다.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그린슈머’ ‘에코패션’과 같은 자연친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함에 따라 에코 기술력 확보가 패션업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크로커다일레이디, K2, 아디다스, 네파 등이 각각 커피원두, 옥수수, 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친환경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고 H&M과 자라 등 SPA브랜드 등이 자사 친환경 전략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브랜드의 친환경 전략은 ‘지속성’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친환경 열풍에 올라타 ‘반짝 마케팅’에 그친 브랜드가 있는 반면 지속해서 환경에 관심을 두고 이를 전면에 내세운 기업도 있다. H&M은 2030년까지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100% 사용하고 2040년까지 전체 가치 사슬을 ‘기후 친화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우 일시적으로 친환경 원단을 활용한 상품만을 출시했을 뿐 본사 차원으로 지속적이거나 구체적인 친환경 전략을 제시하진 않았다.

특히 H&M과 자라의 친환경 전략은 지속성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패스트 패션이 환경을 등한시한다는 비난에 정면 대응한 것이다. H&M은 ‘2016 지속 가능성 리포트’를 통해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전략을 항목별로 정리하고 세분화해 친환경 전략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특히 H&M은 플라스틱을 활용한 ‘리미티드 컬렉션’을 올 시즌 전면에 내세웠다. 해양 폐기물로 제작한 재활용 폴리에스터 바이오닉을 포함해 유기농 실크와 면 등이 사용됐다.

자라는 지난해 FW 시즌 ‘지속가능한 미래를 추구하는’ 여성에 이어 올해는 남성 버전의 ‘조인 라이프’ 컬렉션을 새롭게 출시한다. 조인 라이프는 이번 시즌 ‘유기농 코튼’과 ‘텐셀 리오셀’과 같은 자연 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했다. 이 밖에도 자라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Sustainable Inditex Plan'을 구축해 친환경적인 매장을 선보였다. 이 계획에 따라 향후 전 세계에서 오픈하는 자라의 매장은 기존 매장보다 연평균 에너지 소비량 30%, 물 소비량 50% 감소 효과를 본다.

 

파타고니아코리아 매장 ⓒ여성신문
파타고니아코리아 매장 ⓒ여성신문

파타고니아 코리아(지사장 최우혁)도 대표적인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로서 ‘환경보호의 지속성’을 내세우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미국의 등반가 ‘이본 쉬나드’가 1973년 창립했으며 환경에 불필요한 피해를 만들지 않겠다는 확고한 브랜드 철학 아래 운영된다. 1996년부터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스냅티’를 매년 제작하며 화제를 낳았다. 이번 시즌에는 재활용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소재를 활용한 보드 쇼츠를 선보였다. 제작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파타고니아 코리아 관계자는 “파타고니아를 찾는 고객들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응원하며 브랜드 충성심이 높은 편”이라며 “파타고니아는 1985년부터 매년 매출액의 1%를 환경보호 활동에 지원하고 있다. 구매행위가 환경보호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로커다일 레이디의 ‘아이스커피 데님’ ⓒ크로커다일 레이디
크로커다일 레이디의 ‘아이스커피 데님’ ⓒ크로커다일 레이디

친환경 브랜드 외에도 다수의 패션업계도 에코마케팅에 조금씩 손을 대는 분위기다. 패션그룹형지(대표 최병오)의 크로커다일 레이디는 친환경 ‘아이스커피 데님’을 선보였다. 커피 원두를 내리고 난 뒤 남은 찌꺼기에서 추출한 나노 입자를 원사에 주입한 친환경 원단으로, 착용 시 체감 온도를 1~2도가량 낮춰준다. 제품 원사에 주입된 커피 원두의 수분 흡수와 발산 기능으로 흡습·속건 효과가 뛰어나며 자외선 차단 기능까지 갖췄다. 커피 원두를 재사용한 하이테크환경 보호 원사를 사용해 ‘에너지 절약’과 ‘저탄소 효과’를 낼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다.

 

K2  ‘WWF 컬렉션’ 제품 ⓒ여성신문
K2 ‘WWF 컬렉션’ 제품 ⓒ여성신문

K2(대표 정영훈) 역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연보전기관인 ‘WWF(세계자연기금)’ 함께 ‘WWF 컬렉션’을 출시했다. WWF 컬렉션으로 출시된 의류 8종은 옥수수에서 수출한 환경친화적 소재인 ‘소로나’와 3년 이상 화학성분이 들어간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오가닉코튼’ 재생된 대나무 펄프로 만들어져 가볍고 통기성이 우수한 ‘뱀부’ 친환경 쿨맥스 소재인 ‘쿨맥스 에코모드’ 등을 사용했다. K2는 WWF 컬렉션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WWF에 기부할 예정이다.

 

아디다스의 ‘울트라 부스트 팔리’ ⓒ아디다스
아디다스의 ‘울트라 부스트 팔리’ ⓒ아디다스

아디다스(대표 에드워드 닉슨)는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러닝화를 출시했다. 아디다스의 ‘울트라 부스트 팔리’와 ‘울트라 부스트 언케이즈드 팔리’ 2종은 신발 한 켤레당 평균 11개의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플라스틱병은 몰디브 해안에서 정화 작업을 통해 수거했다. 이번 러닝화에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 폐기물을 ‘업사이클’(못 쓰게 된 폐기물을 다시 쓸 수 있게 하는 것)해 만든 ‘팔리 오션 플라스틱TM’ 소재가 사용됐다.

 

네파의 ‘에코 그래픽 티셔츠’ ⓒ네파
네파의 ‘에코 그래픽 티셔츠’ ⓒ네파

네파(대표 이선호)도 이번 여름 시즌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원단 ‘리젠’을 사용한 ‘에코 그래픽 티셔츠’를 출시했다. 리젠은 버려진 페트병이나 폐원단 등을 녹인 후 다시 원사로 만들어내는 친환경 기술을 적용했다. 리젠은 자원 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등 환경문제에 도움을 주는 친환경 소재로 티셔츠 구매만으로도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다. 리젠의 제조사에 따르면 원사 1톤당 50년 수령의 나무 136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양과 같은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네파 관계자는 “에코 그래픽 티셔츠는 리젠 소재가 자원 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등의 효과가 있어 환경보호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제품”이라며 “최근 환경을 신경 쓰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에코 패션이 환경 보호 효과뿐 아니라 일반 기능성 제품처럼 디자인이나 실용적인 기능성을 갖춘 제품을 선보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패션산업은 결국 면 농사와 양 사육, 부자재 섬유제조, 염색 공정을 비롯한 전통적 산업을 기반으로 해 여러 환경 문제를 만들어 낸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표백·염색·후처리 가공 등에서 폐수가 발생하고, 특히 마·면·레이온과 같은 섬유소 섬유의 경우 재배과정 중 비료·농약·살충제를 사용한다. 양모·캐시미어와 같은 동물성 섬유는 사육과정에서 분뇨가 발생해 환경이 오염된다”며 “폐기 단계에서 나일론 등 합성 섬유의 경우 분해 기간이 30~40년에 달한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기업들이 폐기물을 회수해 섬유로 재생시키거나 재활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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