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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정감으로 성탄절 기쁨을 더해줄 가족영화가 25일 호암아트

홀을 중심으로 곧 개봉될 예정이다(뤼미에르극장, 씨네하우스 동시

개봉). 어떤 면에선 이탈리아영화 <젤소미나>나 <시네마 천국>의

정감을 동양식으로 풀어놓은 듯도 하다. 감독의 변대로 처량한 처지

의 인간군들을 다루면서도 “세상을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는

이 영화는 중국 제4대 감독으로 분류되는 오천명 감독의 95년 작

<변검 The King of Masks>.

58세의 오 감독은 등소평의 개방·개혁정책으로 중국영화계에 불기

시작한 ‘신영화운동’을 주도해 장예모, 첸카이거 등 이른바 ‘제5

세대 감독군’을 배출해낸 인물. 89년 천안문사태로 미국에서 방랑

생활을 하다가 다시 귀국해 13년의 침묵을 깨고 <변검>을 세상에

내놓아 제2의 영화인생을 맞았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기네스북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세계 최다

수상작. 동경 국제영화제 최우수 감독상·남우주연상, 시애틀 국제영

화제 작품상·여우주연상등 96년 한해만도 13개 국제영화제 19개 부

문에서 수상했다. 올 겨울방학을 겨냥해 호암아트홀에서 이 영화가

개봉된 배경도 호암아트홀에서 진행된 9월달의 미개봉작 신작 영화

퍼레이드에서 관객반응도와 입장관객수에서 1위를 차지했기 때문.

영화제목이기도 한 ‘변검’은 사천지방 특유의 경극으로 중국 전

통의 가면술. 이를 홀로 묵묵히 이어가는 변검의 달인 변검왕은 대

를 이을 후계자를 구하기 위해 아이를 팔고사는 시장에 갔다가 남장

소녀인 구와를 만나 친손자 못지않게 정을 쏟아부으며 변검을 가르

친다. 그러나 구와가 여자아이임이 밝혀지면서 마음이 돌아선 변검

왕은 소녀에게 변검 대신 기예와 서커스를 가르친다. 그러던 어느날

변검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몰래 가면을 꺼내보던 구와는 실수로 변

검왕의 귀중한 재산인 나룻배에 불을 내고 다시 홀로 거리를 헤매게

되는데...

이 영화에선 늙은 예술가의 고풍스러운 문어체를 통해 엄격한 문화

전통이, 또한 아이매매의 처참한 현실 속에서의 남존여비사상이 두

드러진 배경으로 자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객들에게 깊은 인

상과 여운을 던지는 것은 이 모든 현실적 제반여건을 넘어서는 할아

버지와 소녀 사이에 오고가는 애틋한 ‘정’일듯. 물질만연의 풍조

와 개인주의 팽배속에 불황여파로 연말 분위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펼쳐지는 <변검>의 영상은 그러기에 더욱더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

이 어루만져줄 것 같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주연배우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이 영화감상

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변검왕 역의 67세의 주욱은 30여년 넘는 연

극인생을 끝내고 54세에 늦깎이 영화배우로 데뷔해 호평을 받은 인

물. “나는 일곱번이나 팔려다녔어요!”를 외쳐 관객들의 마음을 아

프게 한 구와 역 주임영. 오 감독이 섬서성 한 곡예단에서 캐스팅해

온 이 소녀는 8세 촬영 당시 아버지는 마약판매범, 어머니는 마약중

독자로 고아나 마찬가지여서 영화속 구와와 너무나 흡사한 처지였다

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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