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세 박사의 시니어 스토리

 

인간 삶의 여정을 보면 산행과 닮아있다. 산 정상에 다다르면 내려와야 하는 것처럼 인생의 산행도 마찬가지다. 산 정상에 해당하는 청•장년기가 지나면 내리막 길이 기다리고 있다. 노년기가 되면 청년기 때 오르던 기억을 더듬어 그 길로 다시 내려와야 한다. 산 정상에 오르고 나면 안전한 하산이 중요하듯 삶의 여정도 계획된 노년기가 마련되어야 삶이 아름다워진다.

삶의 정상을 향한 오르막길은 누구를 막론하고 열심히 올라간다. 그러나 하산하는 내리막길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생긴다. 앞만 보고 오르다 뒷다리가 길어진 노루처럼 내리막길이 낯설고 싫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산계획을 소홀히 하여 한곳에 오래도록 머무르려 하다가는 자칫 위험한 낭떠러지 앞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학령기가 되었는데도 어린이 집이나 초등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만 머무는 아이들은 없다. 그 많은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내기는 너무 지루할 것이다. 그렇다고 친구들 모두 학교로 등교해 아무도 없는 아파트 놀이터를 배회하는 것도 안된 일이다. 이에 반해 문화센터나 노인종합복지관 같은 곳에서 사회적인 교류를 충분히 하실 수 있음에도 집에만 머무는 어르신들이 많이 있다. 특별히 만나는 친구분들도 없이 하루 대부분의 여가시간을 TV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면 안전하고 재미있게 인생의 산을 하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집에만 주로 계시는 어르신들은 문화센터나 노인종합복지관과 같은 노인여가시설의 유용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사회적으로 타인과 어울리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일 것이다. 어르신들이 노인여가시설을 모르는 것은 미취학 아이들이 학교라는 것을 모르는 것과 일면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자녀들은 노년기에 접어든 부모님을 여전히 본인이 어렸을 때 모든 것을 다 해 주었던 ‘만능 부모’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알아서 잘 하시겠지” 하고 마음을 놓는 경향이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좋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를 알아 보면서도 막상 부모님의 문화와 여가생활을 살피는데 소극적이 되는 이유다.

부모님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스스로 식사준비와 같은 일상생활을 꾸려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그때서야 자녀들은 간병인이나 요양병원을 알아보는 등 분주해 진다. 그러나 부모님의 건강이 악화되기 이전에 인생산행의 안전한 길로 잘 내려가고 계신지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적 교류가 없이 집에만 주로 계셨던 부모님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고립된 생활 습관은 영양부족, 운동부족, 소통부족 그리고 삶에 대한 의욕상실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건강도 나빠진다.

어떻게 하면 계획된 하산 길로 지혜롭게 내려올 수 있을까? 개인마다 조건과 상황이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인간 삶의 여정 전체를 살펴보면 영아기->유아기->학령기->청소년기를 지나 장년기가 되면 다시 거꾸로 청소년기->학령기->유아기->영아기의 특징을 보이는 역순을 밝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50~60대 장년기에 접어 들면 사춘기 때 특성들이 나타나곤 한다. TV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감성적이 되기도 하고, 별 것 아닌 사소한 일에 마음을 상하기도 한다. 60~70대 노년기가 되면 초등학교시절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우리들만의 여가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노인종합복지관’을 찾는 분들이 늘어난다. 백발이 늘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해 지면 점심과 간식을 제공하며 사회복지사가 필요한 것을 친절히 챙겨주는 어르신을 위한 유치원인 ‘주야간보호센터’를 찾기도 한다.

장•노년기가 되면 나이가 더 들어감에 따라 다음과 같은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아두면 요긴하다. 마치 올랐던 산행을 안전하게 하산하는 쉼터 같은 곳이다. ①50플러스 장년들을 위한 배움 강좌  ②문화센터나 노인대학 ③노인종합복지관 ④주야간보호센터 ⑤재가요양 ⑥요양원이나 요양병원과 같은 시설요양.

인생 후반기에 필요한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학령기 때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노년기가 오면 성장기 때 경험을 통해 터득했던 타인과의 어울림에 대한 노하우가 다시 필요하다. 그 노하우로 친구들과 함께 안전한 하산을 한다면. 오르막 길에서 보지 못했던 행복과 재미라는 꽃을 오히려 내리막 길에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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