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이사 2명 사임 이어 김태현 이사장도 사임

피해자 지원단체·시민사회 반대여론 속

정부 “한일 합의 검증” “재단 사업 재검토” 예고한 상황

 

지난해 7월28일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은 시작부터 피해자 지원 단체들과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7월28일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은 시작부터 피해자 지원 단체들과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뉴시스‧여성신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세워진 화해·치유재단의 김태현 이사장이 사의를 표했다. ‘한일 합의는 피해자 동의 없는 졸속 합의’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문재인 정부가 합의 전반 검증을 예고한 가운데, 재단이 사실상 동력을 잃고 해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커졌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지난 19일 재단 이사회에서 사의를 표했다. 피해자 지원 단체와 시민사회의 합의 이행 반대에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두 달 안으로 새 이사장을 선임해야 한다. 그러나 재단 관계자는 “새 이사장 선임 여부 등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화해·치유재단은 사실상 사업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지난 10일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을 찾아 “재단 사업을 원점에서 세세하게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국민이 (‘한일 합의’에) 납득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같은 입장을 밝혔다. 재단의 당연직 이사를 제외한 여가부 직원들은 재단에서 다 철수했다. 김교식 아시아신탁 회장,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 등 재단 이사 2명도 올 초 잇따라 사임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이사장이 사임하면서 재단이 해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해 7월 28일 화해치유재단 출범 이사장 기자간담회 직후, 한 남성이 행사장을 나서는 김태현 재단 이사장에게 캡사이신을 뿌렸다. 김 이사장은 이날 병원에 실려가 치료 후 퇴원했다.
지난해 7월 28일 '화해치유재단 출범 이사장 기자간담회' 직후, 한 남성이 행사장을 나서는 김태현 재단 이사장에게 캡사이신을 뿌렸다. 김 이사장은 이날 병원에 실려가 치료 후 퇴원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일 합의’ 후 7개월 만인 지난해 7월28일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은 출발부터 ‘위안부 피해기록을 의도적으로 축소·왜곡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일본으로부터 ‘배상금’이 아닌 정부개발원조의 ‘거출금’ 명목으로 10억엔을 받았고, 이를 피해자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백한 동의 없는 대리 동의·수용 문제 등이 불거졌다. 이사 11명 중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나 위안부 전문가가 빠진 점도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부 내에 한일 합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협상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는지 △교착을 거듭하던 협상이 2015년 말 급진전해 합의에 이른 경위 등을 검증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일본 정부는 김 이사장의 사임 소식에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에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24일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화해·치유재단의 활동 자체가 끝나는 것은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한일 합의 당시 생존해 있던 피해자 47명 가운데 36명이 현금지급을 신청한 일을 언급하며 “‘한일 합의’는 한일 양국이 확인했으며 국제 사회에서 높이 평가된 합의이다. 꾸준히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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