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명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오른쪽 두 번째). ⓒ뉴시스·여성신문
김연명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오른쪽 두 번째). ⓒ뉴시스·여성신문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시민단체 등을 초청해 성평등위원회 설치·여성가족부 기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성주류화 실효성 제고라는 본질보다 ‘정부조직 개편 최소화’라는 기조가 강조되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성평등위원회의 조직과 예산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은 정부조직 개편의 틀 속에서 잘려나갈 처지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분과위원장 김연명·중앙대 교수)는 26일 서울 통의동 회의실에서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구축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연명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공개 모두발언에서는 성평등 사회 구현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성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강화 의지가 높고 성평등 실현에 대한 국민들과 여성들의 기대가 굉장히 높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외국의 역사를 봐도 성평등지수가 높은 사회는 경제성장률과 사회투명도가 높은 등 여러 측면에서 선진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성평등지수는 경제수준이나 사회발전 수준에 비해 매우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5분여 간 모두발언 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 시간에서는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게 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조직개편 범위를 최소화한다는 기조에 맞춰 성평등위원회도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특히 성평등위원회가 국무총리실 산하 양성평등위원회의 전철을 밟지 않고 실질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무국 설치가 필수임에도, 회의에 참석한 한국행정연구원 이재호 실장은 사무국을 대체하는 추진단 형태를 제시했다.

또 이재호 실장은 여성계를 향해 위원회를 구상하려면 행정조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측은 성평등추진체계 강화가 국민적 지지를 받는 국가 아젠다가 아니라 대통령의 공약인 대통령 아젠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뜻이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여성계 인사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참석자는 “좀 더 치밀하게 논의한 후 테이블에 나섰어야 했다. 회의가 갑자기 소집된 만큼 여성계의 준비도 정보도 부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쉽다. 여성계의 추가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석자는 위원회 측 김연명 분과위원장 외에 한정애 위원, 오태규 위원, 임순영·김민아 전문위원이 참석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이기순 기획조정실장·박난숙 여성정책국장이, 전문가와 단체 관계자로는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혜영 숙명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장, 김현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부설 여성·가족정책연구원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이재호 한국행정연구원 기획실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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