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 인사 난맥상 끔찍했지만

‘잃어버린 10년’ 민주진보 진영서도

자기관리 제대로 못한 능력자 속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은 불륜” 안될말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6월 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6월 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권이 바뀌면서 세상이 바뀌는 모습을 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지지율 80%를 훌쩍 넘었던 건 단순히 새로운 정권이어서만은 아니었다. 신선한 파격과 따뜻한 눈높이의 정치 철학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이 그대로 드러난 자연스러움에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에 더 감동적이고 멋졌다.

그런데 최근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한다. 초기 기대감이 상승 효과를 줬다가 개혁 의지가 퇴색되는 느낌이 들거나 인사 원칙에 어긋나는 인사 지명이 실망감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빠지는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인격성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여전하기 때문에 큰 위기에 빠질 것 같지는 않다.

야권에서는 코드 인사니 보은 인사니 하며 비난한다. 그 자리에 가면 그럴 수밖에 없는 점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들이 할 말은 아니다. 그리고 정치란 서로 사상과 철학 그리고 방법론이 상통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미래의제를 추구하고 구현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런 명칭을 빗댄 비난은 공정하지 않다. 경계할 것은 그런 비평을 야당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별 고민 없이 혹은 의도적으로 남발하는 점이다.

하지만 재능이 있고 ‘상대적으로’ 정도가 심하지 않은 인물을 장관급 인사에 발탁하는 것은 일견 이해는 하면서도 아쉽다. 오래 전 일을 다 캐내서 흠집 내고 발목 잡는 건 구태의연하다. 그러나 그런 비난에 대해 야속해하거나 그래도 예전보다는 낫지 않느냐 설득하는 건 그야말로 설득력 없는 노릇이다. 처음부터 그런 자리 꿈꾼 사람이 아니고서야 언행에 있어 책잡힐 짓 전혀 없는 이 드물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사람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해한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맥을 보면서 끔찍했다. 어떻게 그런 인물들을 긁어모을까, 그것도 재주다 싶을 정도의 엉망 인사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보수에 속하는 이들이 자기 단속과 절제에 소홀했던 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여긴 까닭에 아예 그런 의도적 관리를 포기하고 대신 노골적으로 잇속만 부지런히 챙긴 보수 인사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잃어버린 10년’은 똑같이 민주진보 진영에 속한 이들에게도 유사한 체념을 빚어냈다. 그래서 자기관리 제대로 못한 능력자들이 속출한 것이다. 부패와 무능의 사슬은 그렇게 배양된다.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자신들의 셈법과 관점을 갖는다. 그러나 아무리 그게 달라도 판단 기준마저 달라질 수는 없다. 내가 하면 로맨스가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상투어에 빌붙을 게 아니다. 민주진보 진영이 부패하고 무능한 수구세력보다 적어도 도덕적으로는 월등하게 우월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저것 재고 따지다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상대의 비열함만 비난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 어느 진영이냐,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떠나 일단 예전에 자신들이 비판했던 항목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유능하며 자신들과 정치 철학이 같은 사람을 포기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내쳐야 한다. 아니, 지명권자가 내치기 전에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과분한 일이면 극구 거절했어야 한다. 그런데 눈앞의 권력과 능력의 실현 가능성에 취해서 스스로 그것을 돌아보지 못하니 곳곳에 돌부리가 그를 넘어지게 한다. 임명권자도 자신도 곤혹스럽게 만든다. 예전 정부에 들이댄 칼날에 자신도 베일 것 같으면 과감히 스스로 포기했어야 한다.

아깝지만 스스로 포기하고 필요하지만 자기 기준에 엄격하기 위해 기꺼이 천거와 등용을 포기할 수 있는 도덕성과 인격의 우월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까운 거 국민도 안다. 하지만 그걸 포기했을 때 더 많은 지지와 성원이 나온다. 멀리 보고 가야 한다. 우리 모두 최소한의 책임은 자기 힘으로 감내해야 한다. 머잖아 그 값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게 지금의 열쇳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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