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한미 동맹의 균열을 막아야

 

외교․안보정책 그랜드전략 수립

4대 강국과의 관계에 나서야

전략적 모호성 득보다 실 많아

 

북한과의 협상 필요성과 한미연합훈련 축소 가능성 등을 강조했던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북한과의 협상 필요성과 한미연합훈련 축소 가능성 등을 강조했던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사망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강경으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에 미묘한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이견뿐만 아니라 문정인 대통령 외교통일안보 특보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문 특보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발언들이 논란을 일으키자 청와대는 문 특보에게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경고의 뜻을 전했다”고 발표했다. 문 특보도 “교수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말했을 뿐 문재인 정부의 생각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그의 발언 내용이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입장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는 문 특보 발언이 문 대통령의 생각과 다른지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난기류가 흐르는 이유다. 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이 20일 미국 CBS와 인터뷰를 가졌다. 북한과의 대화와 관련, “대화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할 필요가 없다”며 “저는 (북한과)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대화를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동결시키게 만들고, 2단계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이뤄야 한다는 단계적 접근방법의 필요성은 미국 내에서도 많이 얘기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향후 5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같이 일을 할 것이고 우리 두 사람은 북핵 문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동북아시아의 평화 및 안보협력 발전 등 공동의 목표를 공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제재와 압력만으로 풀 수 없으며, 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전망과 관련, “올해가 가기 전에 (김정은과) 대화가 가능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의중과는 달리 한미간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핵·미사일 ‘동결’을 조건으로 내건 우리 정부와 ‘비핵화’를 북한과 대화의 조건으로 설정한 미국 정부와는 입장이 다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자유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을 제기한 만큼 대북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를 정상회담 의제로 삼으려고 하지 않지만 여의치 않다. 미국은 지난 2월 한·미 국방부 장관이 약속한 연내 배치를 요구하고, 우리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내세워 배치를 늦추면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소득 주도 성장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의 균열을 막는 것이다. 지난 참여정부는 출범 직후 부터 자주외교, 자주국방,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우며 미국과의 갈등을 일으키면서 스스로 곤경에 빠져 실패했다. 이런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우선 외교·안보 정책의 그랜드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토대로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과의 관계에 나서야 한다.

단언컨대 그때그때 일어나는 상황에만 대처하는 전술(tactics)만 있고 미래를 향한 전략(strategy)이 없으면 외교는 실패하기 쉽다. 지난 6월 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나 “우리 외교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고, 그걸 벗어나면 위험하며, 미국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것이 정답이다. 강대국을 상대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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