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임금격차, ‘성평등 노동정책’으로 해결하라
성별 임금격차, ‘성평등 노동정책’으로 해결하라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7.06.19 14:48
  • 수정 2017-06-21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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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 36%

문재인 정부, 15%로 격차 해소 약속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와

성평등 노동정책 수립 필요

 

전문직여성 한국연맹(BPW Korea)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과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양성평등 행복일터를 위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전문직여성 한국연맹(BPW Korea)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과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양성평등 행복일터를 위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00대 64. 2017년 현재 한국 여성은 남성이 100을 벌때 64만원 가량을 번다. 약 36% 차이가 난다(OECD). ‘36’이라는 숫자는 열악한 한국여성의 삶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20대 취업률이 높아지면서 여성과 남성의 임금 출발점은 비슷한 편이다. 하지만 똑같이 공부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해도 ‘좋은 일자리’라고 일컬어지는 대기업 취업문은 유독 여성에게 좁다. 임금이 적더라도 실력으로 평가하고 차별이 적은 교사나 공무원 같은 직종에 여성들이 쏠리는 이유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으로 보장하고 현장에 반영하기 위한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기간 중 여성신문과 범여성계 연대기구가 추진한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성별임금 격차 해소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여성과 남성 간 임금격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5.3%까지 완화하고,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사회 인식과 제도 전반에 대한 사항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행사가 열렸다. 사단법인 전문직여성 한국연맹(BPW Korea·회장 유영선)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과 여성가족부 후원으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양성평등 행복일터를 위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BPW 한국연맹은 지난 2009년 유엔(UN)과 세계 BPW가 ‘동일 임금의 날(Equal pay day)’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국내에서 꾸준히 캠페인을 추진해왔다. 이날 열린 토크콘서트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사회 인식과 제도 전반에 대한 사항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1부 세미나에는 조현욱 변호사(BPW 한국연맹 총무이사)가 좌장을 맡고, 차선희 변호사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에는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수경 고용노동부 사무관,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 이하나 여성신문사 차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정춘숙 의원과 김삼화 의원도 참석했다.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가 두드러지는 시기는 결혼과 출산, 육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0대 부터다. 2016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보면 25~29세 여성 노동자의 평균 월급여는 남성의 92.1%다. 그러나 30~34세에는 84.%, 35~39세는 74.7%, 40~44세 61.3%, 45~49세 51.1%, 50~54세 48.7%로 뚝뚝 떨어진다.

 

전문직여성 한국연맹(BPW Korea)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과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양성평등 행복일터를 위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전문직여성 한국연맹(BPW Korea)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과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양성평등 행복일터를 위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는 직장 내에서 여성이 주로 비전략적 직무에 배치되는 성별 직무분리가 존재하고, 여성 임금노동자의 절반 가까이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에 종사하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비정규직 비율도 함께 증가하는 노동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한국노동연구원의 ‘2016년 비정규직 노동통계’). 남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26.4%로 감소 추세지만, 여성 비정규직 비중은 41.0%로 줄기는커녕 10년 전보다 소폭 늘었다. 영세한 소규모 기업에 입사해 보조적인 업무를 맡는 여성이 많고 가사와 육아가 여성에게 쏠리면서 ‘아이 키우며 일할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를 찾거나, 아예 사표를 내야하는 악순환도 여전히 반복된다.이 같은 노동 현실은 줄어들지 않는 성별 임금격차가 결국 생산성의 문제가 아니라 젠더 문제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다.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결과, 남성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차선희 변호사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포함한 직장에서의 ‘남녀차별금지’와 관련한 사안에서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 지 설명했다. 여성이 대부분인 전화교환원의 정년을 차등 적용한 사례, 사립대학교 여성 일용직 청소원들이 남성 방호원들(정규직)과 동일가치 노동을 하는데도 낮은 임금을 받았다며 소송한 사례 등을 판례로 제시했다. 차 변호사는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남녀 차별을 이유로 한 판결은 많지 않았다”며 “이는 채용, 승진 및 인사발령이나 임금 산정 관련 자료에 대한 근로자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근로자가 차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차별을 인지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근로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은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채용, 승진, 인사발령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재량이 넓게 인정되고 그 전제가 되는 평가에 있어서도 주관적 평가를 배제할 수 없어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차별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려운 점 등이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차 변호사는 “동일한 노동가치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판사 재량에만 맡기고 있는데 영국, 캐나다처럼 전문기관을 두거나 감정인의 감정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판례를 통해 고용 상 성차별 실태와 현행법의 한계·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등 여성노동 관련 법제의 적극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직접적인 여성차별에 대한 규제 규정이 있지 않으면 성차별에 대한 법원의 성인지적 해석의 의지가 보이지 않으며, 남녀고용평등법의 사안에서도 다수의 경우 일반 노동사건의 법리에 따라 해결한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기존의 여성인력 활용 정책을 뛰어 넘어 ‘성평등 노동정책 수립’을 제안했다. 배 대표는 “그동안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은 일자리를 하향평준화해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상하고 있다”며 “가정과 직장에서의 평등노동을 통해 성역할 이데올로기를 넘어서서 여성의 경제적 독립을 목표로 모든 노동자의 인간다운 노동이 실현되는 평등노동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여성의 경력단절은 ‘고용단절’이라며 “다양한 고용형태와 고용 지위를 구분해 고용단절의 성격을 구분하고 그 과정에서 경력단절이 각각의 고용형태와 고용 지위 변동에 어떤 내용과 의미를 가지는지 다루는 것이 보다 발전적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나 여성신문 기자는 “성별임금격차는 젠더 관점에서 노동정책과 복지정책, 여성정책을 새로 짜고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저출산의 원인을 성차별 대신 ‘고착화돼있는 고용 없는 성장 구조’라고 지목한 것은 정부의 부족한 젠더 관점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윤수경 고용노동부 사무관은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한 평가와 임금을 받는 것은 당연한 원칙임에도 현장에서 작용하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제도 개선이나 감독·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성평등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한 점을 감안해 정부는 처벌 뿐만 아니라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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