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법무부 장관 내정자, 과거 칼럼·책 연일 논란

“청문회에서 밝히겠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지난 13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세종로출장소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안경환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지난 13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세종로출장소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가인권위원회장 출신 안경환(69)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과거 신문 기고와 저서에 쓴 글로 질타를 받고 있다.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논문 중복 게재, 음주 운전 등을 고백하고, 저서에선 성매매를 합리화하고 여성혐오적 주장을 펼치는 등 바닥 수준의 젠더 감수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가 2006년 펴낸 조영래 변호사 평전을 둘러싼 사실 왜곡 파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① 3년 전 신문 기고서 음주운전·다운계약서 작성 ‘셀프고백’

안 내정자는 2014년 7월25일 광주일보에 쓴 ‘인사청문회의 허와 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만일 자신이 “2006년 10월 인권위원장에 임명될 당시 인사청문회를 거쳤다면 어땠을지 알 수 없다”고 고백했다. 박근혜 정부 하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 등 공직자들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 잇따라 낙마하던 때였다.

안 내정자는 “병역 기피, 위장 전입, 그런 거야 없지만 다운 계약서(편집자주: 탈세 등을 목적으로 부동산 매매 시 실거래가를 실제보다 낮게 신고하는 것)를 통해 부동산 취득세를 덜 냈을 것이다. 내가 주도한 게 아니고 당시의 일반적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결코 옳은 일은 아니었다”라고 썼다. 논문 자기 표절·중복게재 문제로부터 자신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성희롱? 문제된 적은 없지만 행여 모를 일이다. 음주 운전? 운 좋게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차례 있었다. 만약 청문회에서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정직한 것인가?”라고 적었다.

다만 그는 “청문회의 강도를 약화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로 옳지 않은 일이다. 현재 기준을 과거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 부조리 투성이였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라고 덧붙였다.

 

② 지난해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서 젠더 감수성 바닥 드러내

안 내정자의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2016)는 ‘남성의 본성을 파악하고, 남성이 행복해질 방법을 모색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남성은 “영웅적인 삶을 추구하고 권력욕이 대단하지만 공감과 소통능력이 부족한 존재, 성욕에 집착하고, 성행위에서 자신의 만족과 위안을 찾는 존재”다. 

책 내용 중 이런 ‘남성의 본능’을 내세워 성매매를 합리화하는 주장이 포함돼 파문이 일고 있다. 안 내정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 한 인물이 성매매금지법을 비판하는 부분을 언급하며 “세속의 법은 결코 시장의 원리와 인간의 본능을 정복하지 못한다. 육체의 본능은 이성의 통제에 저항하고 거부한다. 자신의 몸을 팔려는 여성이 있고, 성적 본능을 제어하기 힘든 사내가 있는 한 매춘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어떤 고결한 종교와 윤리적 이상을 내세워도, 그리고 아무리 엄한 처벌을 내려도 매춘을 근절할 수는 없다”라고 썼다. 이어 “인간의 몸이 재화로 거래된 역사는 길다. 노예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이다”라고 썼다. 

또 한 판사가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걸린 사건을 예로 들면서, 해당 판사가 “격무에 심신이 지쳤”고 “술 한잔”한 후 무심코 성매매를 했다가 운이 나빠 경찰에 걸렸다는 식으로 서술했다. 그는 “문제 된 법관의 연령이라면 대개 결혼한 지 15년 내지 20년”이라며 “아내는 한국의 어머니가 대부분 그러하듯 자녀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고 썼다. 다만 “이런 답답한 사정이 위법과 탈선의 변명이 될 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낡은 통념을 그대로 소개하기도 했다. “논리로 행동하는 남자 대 감각으로 행동하는 여자, 말하지 않으면 인식하지 못하는 남자 대 느낌으로 알아주기를 바라는 여자. 결론을 중시하는 남자 대 과정이 더욱 중요한 여자, 남을 탓하는 남자 대 자신을 탓하는 여자 등등 남녀 뇌의 대비는 아주 풍부하다.” “다급한 순간에 닥쳐올 뒷일을 생각하기 싫은 것이 남자들의 생리” 등이다. 

여성혐오적인 주장도 적지 않다. “남자의 세계에서는 술이 있는 곳에 여자가 있다. 술과 여자는 분리할 수 없는 보완재다. 여자 없는 술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여성의 입지가 넓어진 현대사회에서는 여자들이 원하는 것이 더욱 복잡해 보인다. 일본 여성이 원하는 편안하고 소통 잘 하는 남자, 유럽 여자들이 원하는 기사도 정신으로 무장한 남자...... 그런데 한국 여자들은 이 모두를 함께 원한다. 어떤 여자는 ‘나를 재미있게 해주는 남자’를 이상으로 꼽고는, 여기에 더해 명품가방을 원한다. 이래저래 한국 남자들의 입장은 더욱 딱하고 서글프다”, “남자의 성적 판타지가 여자를 곤란하게 만들 듯이 여자의 로맨스에 대한 환상도 남자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행복한 연애를 위해서는 관심의 말, 행동, 선물 등 끝없는 애정의 표현을 기대한다”는 내용 등이다. 

“임신은 여성의 축복이다. 하늘이 여성에게 내린 가장 큰 축복이 어머니가 될 기회를 부여한 것”이라는 언급도 여성성을 모성으로만 한정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언급하며 “그는 죽음으로써 자신의 명예와 주변인물의 안전을 지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가 선례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자살을 택하는 정치인이나 기업가들이 많다. 나름대로 이기적인 죽음이 아니라 이타적인 죽음으로 포장하기도 한다”고 쓴 부분도 논란이 예상된다. 

 

③ 2006년 펴낸 『조영래 평전』 사실 왜곡 논란

안 내정자가 2006년 펴낸 『조영래 평전』은 당시 유족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사실 왜곡” 비판을 받았다. 1990년 타계한 고 조영래 인권변호사는 제5공화국 군부 독재의 실상을 알려 민주화 운동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인 권인숙 현 명지대 교수의 변론, ‘여성 조기 정년제 사건’ 변론 등을 맡아 여성의 권익 신장에 앞장선 것으로도 유명하다. 안 내정자는 조 변호사의 서울법대 1년 후배였다. 

평전이 발간되자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책이 나왔다”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 내정자가 당시 관련 취재나 인터뷰 등을 소홀히 했으며, 실증보다는 자의적인 서사를 중심으로 인물의 일대기를 집필했다는 비판이었다. 권인숙 교수는 당시 ‘인물과 사상’ 4월호에 ‘조영래평전에는 조영래가 없다’는 제목의 기고를 실어 “‘평전’ 제목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형식과 내용 면에서 평전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않고 있다”며 “안경환 자신의 사회의식과 역사의식에 근거도 없이 조영래를 뜯어 맞추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조 변호사의 동생인 조순경 이화여대 교수도 당시 “평전이라 이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고인의 사상이나 인물됨이 왜곡돼 있고, 그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실 왜곡이 수인 한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안 내정자는 당시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사자로 고통을 받은 분이 상처받고 가슴 아픈 부분은 이해하고 결과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필자로서 염두에 둔 것은 민주화운동사에서 조영래에 대한 기록은 적지 않지만 나는 조 변호사의 시대를 모르는 세대에게 조 변호사의 다른 장점, 즉 그의 통합적 지성을 드러내려 했다”고 말했다.

안 내정자는 지난 13일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에게 이러한 논란 관련 질문을 받고 “청문회에서 상세하게 말씀드리겠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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