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카페’서 시작한 최대 규모 필리핀 커뮤니티

‘필리핀 밤문화 게시판’ 운영해 성매매 후기 나누고

운영진, 정모 열며 “풀빌라에서 어여쁜 ‘바바에’들과”

성매매 관련 글 금지 한다면서 ‘노하우’ ‘후기’ 넘쳐

단란주점·마사지 업소 광고해주며 ‘후원업소’ 명칭도

후원 마사지 업소는 ‘스페셜 서비스’ 공공연하게 홍보

현지서 재단법인 세우고 유흥업소 할인 혜택 내세워

 

회원 수 13만명이 넘는 최대 필리핀 여행·생활 정보 커뮤니티 사이트 ‘마간***’가 한국남성들의 해외 원정 성매매 정보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선 유흥 ‘초짜’를 위한 노하우가 전수되고 성매매 여성에게 ‘내상’(돈만 버렸다는 의미의 은어) 당하지 않는 법이 흔하게 공유된다. ‘동남아 성매매 관광객 수 1위’(한국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로 꼽히는 한국남성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게다가 이를 막아야 할 사이트 운영진이 오히려 ‘필리핀 밤문화 게시판’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후기와 정보를 공유하도록 조장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커뮤니티가 광고비를 받고 ‘후원 업소’로 지정한 업체 일부는 ‘스페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노골적으로 성매매 영업을 홍보하기도 한다.

“웃고 즐기면서 같이 논 바바에들은 터무니없이 6000원(6000페소) 안 부릅니다. 거의 다 4000원이에요. 한 번하고 도망가는 내상 안당하려면 바바에들과 교감을 형성해보세요.”

‘초보자들을 위한 지** 노하우’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국남성들이 즐겨 찾는 유흥업소 이용 방법과 성매매 비용,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약자)있게 성매매를 즐기는 방법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바바에는 필리핀어로 ‘여성’을 뜻하지만, 성매매 관광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선 ‘성매매를 하는 여성’으로 통한다. 마간*** 커뮤니티 곳곳에선 이 같은 성매매 관련 후기와 정보글을 흔하게 볼 수 있다. 2001년 포털사이트 다음(현 카카오) 카페에서 출발한 이 커뮤니티는 규모가 커지면서 2012년 무렵 새 홈페이지를 열었다. 2017년 6월 20일 현재 회원 수는 13만6431명으로 필리핀 여행 생활정보 사이트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필리핀 종합 정보 커뮤니티’를 표방하지만 각종 유흥업소 홍보와 회원들의 성매매 후기글이 공유되면서 일부에선 원정 성매매 정보 창구라는 비난이 나온다.

사이트 운영자는 공지에 “필리핀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유해 내상없는 필리핀 생활과 여행이 모토”라며 “회원님은 성매매를 위해 필리핀을 방문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고 강조해놓았다. 하지만 커뮤니티 메인 화면에 노출된 인기검색어는 필리핀 최대 성매매 집결지로 불리는 ‘앙헬’ ‘앙헬레스’부터 단란주점을 뜻하는 ‘Ktv’, ‘Jtv’를 비롯해 ‘마사지’까지 유흥 관련 키워드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게시물은 회원가입을 해야 볼 수 있는데, 이 가운데 ‘필리핀 밤문화’ 게시판은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히 하며 많은 포인트를 쌓은 회원만 입장할 수 있다. 이곳에선 회원들이 ‘고수’라고 부르는 남성들의 ‘원나잇 스탠드’(하룻밤 성관계) 후기와 성매매 후기가 상세히 올라와있다. 이들은 유흥업소에서 필리핀 여성을 유혹해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고 포장하지만, 대부분 이 여성들에게 대가를 지불한다. ‘평균 가격’까지 형성돼 있다. 유흥업소에서 어떻게 ‘바바에’를 만나 ‘바파인’하고 숙소로 데려가서 아침까지 ‘쏙쏙’ 또는 ‘독서’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성매매 여성의 외모, 성향, 사진까지 적나라하게 포함한 글에는 수십개의 댓글이 달린다. 바파인은 업소 영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유흥접객원을 데리고 나갈 때 업소에 지불하는 돈을 가리킨다. 쏙쏙과 독서는 성관계를 뜻하는 커뮤니티 은어다.

 

최대 규모 필리핀 정보 커뮤니티 사이트 ‘마간***’ 홈페이지 첫 화면. 메인 화면에는 현지 마사지 업체의 광고가 실려 있고, 주간 인기글에는 내상 최소화 방법, 필리핀 여성 검증, 마사지 후기 등 유흥, 성매매 관련 글이 올라와 있다. ⓒ해당 홈페이지 화면 캡쳐
최대 규모 필리핀 정보 커뮤니티 사이트 ‘마간***’ 홈페이지 첫 화면. 메인 화면에는 현지 마사지 업체의 광고가 실려 있고, 주간 인기글에는 내상 최소화 방법, 필리핀 여성 검증, 마사지 후기 등 유흥, 성매매 관련 글이 올라와 있다. ⓒ해당 홈페이지 화면 캡쳐

다양한 내상을 피하는 방법과 어떻게 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여성과 오래도록 함께 있을 수 있는 ‘노하우’가 담긴 글도 인기다. 회원들 사이에 ‘고수’로 꼽히는 한 회원은 4명의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인증사진을 올렸고, 또 다른 유명 회원은 여성 성기를 적나라하게 찍은 사진을 게시판에 올려 추앙받고 있었다. 이처럼 성관계 중 찍거나 여성들이 잠든 사이에 찍은 듯한 사진을 올리는 회원들도 여럿이다. 미성년자와의 성매매를 자랑하듯 기술해놓은 충격적인 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회원이 올린 ‘18세와 첫관계를 가졌다’는 글에는 ‘부럽다’ ‘좋았겠다’는 댓글들이 주르륵 달렸다.

커뮤니티에는 유흥업소에 만난 여성들의 사진을 올리는 ‘바바에 검증’ 게시판도 따로 마련돼 있다. 여기에 연락 중인 여성 사진을 올리면 ‘경험’있는 회원들이 해당 여성이 어디서 일했는지, 몸매와 성향은 어떤지 평가하는 등 점수를 매긴다.

회원가입만 하면 볼 수 있는 ‘질문과 답변’ 게시판에서도 성매매 관련 질문은 쉽게 접할 수 있다. 여기에 ‘앙헬레스 바파인(성매수 남성이 성매매업소에 지불하는 성매매 대가) 비용이 전부 3000으로 통일됐던데 맞나요?’, ‘앙헬(앙헬레스)에 전립선 마사지 있나요?’, ‘바바에(성매매 여성)들과 3섬(쓰리섬) 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등 성매매와 유흥 관련 글이 다수 올라와있다. 친자확인이 가능한 세부 병원 정보를 요청하는 글에는 병원 이름과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댓글도 달렸다.

하지만 이 같은 회원들의 행위를 제재하는 조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성매매 관련 글을 올리지 말라는 공지는 있지만 하루에도 수차례 관련 글이 올라오고 있다. 오히려 운영진이 과거 필리핀 밤문화 게시판에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면 포인트를 두배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운영자는 공지에 “필방 내상기, 홈런기 등 필리핀 밤문화 관련 정보를 공유해달라”면서 회원들에게 요청했다.

운영진은 정기모임을 유흥업소에서 열기도 한다. 실제로 운영진이 주최하는 필리핀 현지 정기모임은 앙헬레스, 말라테, 퀘존시티 등 유흥 관광으로 유명한 지역의 유흥업소에서 주로 이뤄진다. 거의 매달 열리는 정기모임을 알리는 공지에는 “내상없는 필리핀 밤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직접 자리를 만들어주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일부 게시글엔 여성 파트너와 함께 유흥을 즐기는 사진도 함께 게시해 놓았다. 또 다른 정기모임 공지글에는 “풀빌라에서 어여쁜 ‘바바에’들과”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게다가 커뮤니티가 광고비를 받고 ‘후원 업소’로 지정한, 한 마사지 업체는 ‘스페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노골적으로 성매매 영업을 홍보하기도 한다. 이 마사지 업체의 홍보 게시글에는 섹스를 뜻하는 은어로 ‘성매매 가능하냐’는 댓글들도 달려있다. 최근 이 커뮤니티 운영진은 필리핀 현지에서 도시락 나눔 등 봉사활동을 하는 재단법인을 설립했다. 광고비 일부도 여기에 쓴다는 게 운영진의 설명이다. 단란주점 할인 등의 혜택을 내세워 유료회원을 모으기도 한다.

해외에서 성매수를 하다 검거되는 한국인은 매년 늘고 있다.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해외에서 성매수를 하다가 경찰에 검거된 이들은 2012년 38명에서 2015년 387명으로 10배나 늘었다. 일본에서 성매매 혐의로 붙잡힌 사람이 647명으로 가장 많았고, 필리핀이 519명으로 뒤를 이었다. 실제로 한국남성은 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9년 연속 동남아 지역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요 고객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 아동 인신매매 근절 운동을 펼치는 엑팟(ECPAT)코리아 이현숙 대표는 “특히 앙헬레스는 필리핀 최대의 성매매 관광지라고 할 유흥업소가 밀집돼 있는 성매매 집결지 같은 지역”이라며 “한인타운처럼 한국어로 쓰인 유흥업소 간판들이 줄지어 늘어선 거리가 있을 만큼 한국인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성매매 관광이 성장하면 빈곤 아동들이 더욱 쉽게 성매매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지금도 10대가 유흥업소에서 일하더라도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출생등록증에 증명사진이 없어 지인의 출생등록증으로 위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남성의 해외 원정 성매매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으나 원정 성매매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필리핀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던 일명 ‘초등 동창생들 성매매’ 사건은 필리핀 언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계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남성들이 성매매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성매매를 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필리핀에 경찰을 파견, 내사를 통해 성매수자를 검거한 호주 정부 사례를 들며 “필리핀 경찰과의 공조수사와 함께 한국 경찰을 필리핀에 파견해 증거를 수집하고 현지 경찰에 넘겨 수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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