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치 키워야 여성 뜬다
지방정치 키워야 여성 뜬다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7.06.13 22:34
  • 수정 2017-07-12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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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동수내각 비결은

활력 넘치는 지방정치에 있다

 

스웨덴 지방정치인 중 여성이

무려 43%… 중앙에 스카우트

남성중심정치 깨야 성평등 달성

세계에서 북유럽만큼 여성정치인들이 넘치는 곳은 많지 않다. 현재 스웨덴의 외교부장관, 재무부장관, 사회복지부장관 등 권력부처의 수장이 여성이다. 노르웨이를 봐도 스웨덴과 별 차이가 없다. 수상, 재무부장관, 국방장관 직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내각의 여성장관 비율이 50%에 이른다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유럽에서 전반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행정부뿐 아니다. 입법부인 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의원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북유럽 5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41.7%에 이른다. 이 중 여성의 상임위 진출율은 스웨덴이 46%에 이르고, 의회 16개 상임위에서 여성의장이 7명으로 47%를 차지하고 있다. 이쯤 되면 여성의 정치 진출과 활동에서 과히 남성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북유럽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정치를 사실상 분점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북유럽 중앙정치에서 여성 활동이 활발한 이유는 바로 지방정치에서 찾을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 기초·광역에서 활동 중인 정치인 수는 4만1200명에 이른다. 여성 지방정치인은 1만7714명으로 43%에 이른다. 이중 4%에 해당하는 1609명만이 유급정치인이고 나머지 지방의원들은 무급으로 정치를 위해 봉사한다. 정치는 봉사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북유럽의 정치특성상 지방정치인 중 상당수가 중앙정치로 스카우트돼 간다.

지방정치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들이 많아 당연히 국회의 정치적 논의는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내용으로 채워지기 쉽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치를 한다는 말이다. 정책 이해가 높다 보니 당연히 정책 입안에도 적극적이다. 매년 회기 때 마나 3000여개의 의원발의 입법안이 제출되며, 이 수치는 의원 1명당 평균 10개 정도에 해당된다.

정책 수준이 높고 전문 식견이 넓은 정치인이 많다 보니 상임위원·위원장 선정이나 정부 요직에 임명할 때 여성 인재가 넘친다. 지방부터 중앙정치까지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남성과 비교해 평균 4대6에 이르니 여성 인재를 공급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여성정치인 중 경륜, 실력, 정책 능력을 모두 갖춘 인재들이 넘쳐나기에 여성 장관, 여성 상임위원장, 여성 상임위원들의 정책수행능력도 매우 뛰어나다.

앤 필립스는 『참여의 정치』에서 사회구성원의 고른 참여 없이는 정책의 편식, 혹은 쏠림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성 중심의 정치적 사고로 여성문제, 가족정책, 소수자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정책적 실행실패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정치학자 피파 노리스는 『정치충원』에서 미래 지도자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비율과 유사한 정치공급풀이 있을 때 고른 인재가 정치에 진출해 정치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보았다. 제대로 작동하는 정치충원 방식이 정치의 수준을 높인다고 본 것이다.

성평등에 입각한 청년정치인들을 지속적으로 지방정치에 투입시키고, 일정기간 지방에서 잔뼈가 굵은 인재 중 중앙정치로 진출할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놓아줄 수 있다면 인재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정책 능력이 뛰어난 지방정치인을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당이 쿼터제를 도입해 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여성뿐 아니라 청년, 다문화가족 출신 정치인들도 지방에서 정치 훈련을 거쳐 중앙정치까지 진출하는 구조로 돼 있어야 국회와 정부요직에 다양한 사회적 대표성을 갖춘 인재를 공급하기 수월해진다.

실수를 통해 배우지 못하면 정치는 퇴보한다. 이제 더 이상의 정치 실패는 국력 쇠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언제까지 같은 실패를 반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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