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 STOP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촛불대선 이후 정부가 해야 할 첫 번째 성평등 노동정책, 성별임금격차 해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원들이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성평등 노동정책 요구 성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자전거로 이동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뉴시스·여성신문
5월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 STOP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촛불대선 이후 정부가 해야 할 첫 번째 성평등 노동정책, 성별임금격차 해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원들이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성평등 노동정책 요구 성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자전거로 이동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뉴시스·여성신문

갈수록 심각해지는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으로 보장하고 현장에 반영하기 위한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같은 일을 하고도 ‘여자라는 이유로’ 더 적은 급여를 받는 폐단을 없애고 임금을 투명하게 공개해 차별을 줄이자는 취지다.

‘세계에서 가장 기울어진 운동장’ 한국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2014년 기준 3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크다. OECD 평균(15.5%)의 두배를 넘고, 15년 연속 1위를 지킬 정도로 독보적이다. 남성이 100만원을 번다고 가정하면 여성은 63만원을 번다. 왜 그럴까? 성별 임금격차는 여성이 비정규직에 집중돼 있고, 소규모 기업에 입사해 보조적인 업무를 맡게 되는 것과 상관관계가 크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제1차 양성평등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9세 이상 국민의 49.3%가 ‘직장 내 성별 직무 분리’가 있다고 여겼고, 38.6%는 ‘채용 시 남성 선호’가 있다고 생각했다. ‘여성 승진 차별’이 있다는 답변도 29.6%로 ‘유리천장’과 ‘유리벽’ 형태의 직장 내 성차별은 여전하다.

게다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여성은 일과 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경력단절을 겪은 후 재취업을 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이전보다 낮은 임금에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은 전체 여성노동자의 54.5%나 된다. 여성노동자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인 셈이다. 남성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36.7%다. 고등교육을 받고 기술과 경험을 갖췄더라도 단지 성별로 인해 여성에게 주어지는 ‘좋은 일자리’는 매우 한정적이다. 그러나 ‘남성 생계부양자-여성 생계보조자’라는 가부장적 인식은 우수한 여성인재마저 ‘육아 크레바스(빙하에 생긴 거대한 틈으로 빠져나오기 힘들다)’로 등 떠민다.

1997년 ‘동일노동 동일임금’ 협약 비준

국제노동기구(ILO)가 100호 협약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기본적 인권으로 규정한 지 올해로 66년째다. 2017년 5월 10일 현재 173개국이 비준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 비준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 의의와 한계, 선진국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만으로는 성별 임금격차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지만, 이 제도가 성별 임금격차를 축소하는 가장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 “임금격차를 축소시킴으로써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고, (여성)노동력의 적절한 활용과 배치에도 기여하며, 여성이 주소득원인 가구가 빈곤의 늪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에 한계가 있다. 이 제도가 도입돼도 정교하지 않거나 사용자가 법을 준수하려는 의지가 약하면 임금격차가 축소되지 않거나 효과가 미미하다. 김준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장은 “노동시장 안에서 산업·업종·직종·기업규모·고용형태별 분리가 심각한 경우 이 제도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경력이나 근속연수가 임금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호봉제·연공급제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임금격차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OECD 국가 중 가장 큰 성별 임금격차와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의 현저한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고평법)’이 유일하다. 고평법 제8조제1항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동일한 사업장 또는 사업 내에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 유사·동종의 근로자가 없을 경우에 차별을 인정받을 수 없고 △동일가치노동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의 구체성이 부족하다. △근로자의 정보청구권 또는 사용자의 정보제공의무 등을 두고 있지 않아 근로자는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지 알기 어렵고 △동일임금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 금지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동일임금의날 제정 운동이 활발하다. 현재 관련 법안이 2013년 제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으나 아직도 계류 중이다. 2014년부터 동일임금의날 제정을 위한 입법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한국YWCA연합회는 올해로 4년째 캠페인을 이끌며 연내 ‘동일임금의 날’ 제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기간 중 ‘임기 중 OECD 평균격차 15.3%’를 이루고,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으로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장은 “올해 상반기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에 동일임금의 날 제정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며, 나아가 실질적인 정책이 시행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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