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관객 대부분인 콘서트 타깃…희생자 대다수 여성

당당한 여성 꿈꾸는 10대 소녀들의 롤모델인 그란데

여성 처형·성노예화 등 IS의 여성 대상 폭력 행위 지속

 

2016년 라디오디즈니뮤직어워드 시상식에서 ‘위험한 여성(Dangerous Woman)’ 공연 영상 중. ⓒarianagrande.com
2016년 라디오디즈니뮤직어워드 시상식에서 ‘위험한 여성(Dangerous Woman)’ 공연 영상 중. ⓒarianagrande.com

사망자 22명을 포함 80여명의 사상자를 낸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자살폭탄 테러가 여성을 공격 목표로 한 ‘여성 혐오 테러’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미즈블로그, 위민인더월드 등 여성 언론 뿐 아니라 뉴욕타임즈, 타임, 슬레이트 등 다수의 해외 언론들이 이번 공격의 배경에 ‘여성 혐오’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하는 ‘이슬람국가’(IS)는 파리, 런던, 브뤼셀 등 이전에도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를 자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테러에서 눈에 띄는 점은 10~20대의 젊은 여성들이 많이 모이는 콘서트, 그 중에서도 여성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란데의 이번 투어 제목이 ‘위험한 여성(Dangerous Woman)’이라는 점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팬 층은 다양하지만 콘서트 관객의 대다수는 10대 소녀들과 그 부모들이고 이번 테러의 희생자의 대부분도 여성이었다. 그란데는 “누구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내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내가 결정한다”는 등의 가사로 강한 여성을 노래하며 10대 소녀들의 ‘히어로’가 된 인물이며 평소 성차별과 여성의 대상화에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슬레이트는 “맨체스터 테러는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공격”이라 주장하며 “이번 사건은 테러 행위이기도 하지만 그 장소는 그란데의 이미지를 우상화하는 젊은 여성들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타임은 “이번 테러는 ‘소녀시절(girlhood)’, 즉 독립심이 싹트기 시작하고 자신감 있는 여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단계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공격”이라며 “많은 여성들에게 있어 아리아나 그란데는 10대와 어른의 격차를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연예 매거진 업록스(Uproxx)의 음악부문 편집장인 케이틀린 화이트는 “콘서트에 참가한다는 것은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첫 단계 중 하나이며 이 경험을 친구와 공유함으로써 처음으로 가족 밖에서의 사회적인 교류를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즈블로그의 칼럼니스트 그레첸 게일스는 여성을 목표로 삼는 테러에 대한 언론의 몰이해를 비판하며 “단정 지어 말하긴 어려울지 모르지만 강한 여성을 롤모델로 여기는 젊은 여성들을 처벌하려는 목적으로 이번 테러의 날짜와 장소를 선택한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 IS의 본래 콘셉트는 아니지만 여성에 대한 처형이나 여성을 성노예로 삼아 그들의 정체성과 민족성, 가정까지 빼앗는 등 여성을 목표물로 한 IS의 폭력은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테러 공격으로 보는 시간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여성매거진 버스트(Bust)가 맨체스터 폭탄 테러의 여성혐오 측면에 대한 토론을 제시했을 때 일부에서는 “자신들의 주장을 강요하려 한다”거나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 인류에 대한 잔혹 범죄로 보아야 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편 아리아나 그란데는 진행 중이던 자신의 투어 일정을 6월 5일 이후로 연기하고 희생자 가족의 장례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6월 4일 다시 맨체스터로 돌아와 희생자 가족들을 위한 자선공연을 열고 수익금 전액을 희생자 가족에게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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