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시장 25조 규모…5년만에 32% 성장
소비유형 빌려 입고 쓰는 공유경제로 전환
SK플래닛 프로젝트앤 월 구매 9400여건
패션렌털 스타트업, 회원가입·수익률 늘어
‘당신의 체형과 가장 비슷한 형태를 알려주세요.’ ‘평소 고민이 있던 신체 부위를 선택해주세요’ 길고 긴 10여번의 테스트를 끝내면 맞춤형 옷 3벌이 집까지 배송된다. 스타일리스트가 코디해 준 옷은 원할 때까지 무제한으로 빌릴 수 있다. 지난 3월 오픈한 패션 렌털 서비스 ‘윙클로젯’의 이야기다. 특히 30~40대 여성 사이에서 이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신규 회원가입 신청이 몰리는 바람에 업체 측은 5월 한 달간 회원가입을 받지 않는 상황이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국내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과거 ‘소유’를 목적으로 한 소비 유형이 ‘렌털’로 변하고 있는 것. 지난 21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렌털시장은 25조9000억원 규모로, 지난 2011년 19조5000억원에서 5년 만에 32.8% 성장했다. 연구소는 이같은 추세에 따라 내년 렌털시장 규모가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패션업계 렌털의 성장 또한 주목해볼만 하다. 백화점과 홈쇼핑 등 유통업체들이 발 빠르게 렌털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나섰다. 옷도 음악처럼 소유하지 않고 바로 즐기는 ‘패션 스트리밍’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다. SK플래닛은 지난해 9월 말 패션제품 렌털 서비스 ‘프로잭트 앤’을 론칭했다. 3월 말 기준 ‘프로젝트 앤’의 가입자 수는 9만5000여명, 월 구매는 9400여건에 달했다.
프로젝트 앤에는 올해 출시된 의류·가방·액세서리 등 3만여점의 제품이 준비돼 있다. 오즈세컨, 오브제, 오프닝 세러머니 등 인기 브랜드 의류뿐만 아니라 구찌, 페라가모 등 명품 가방도 월 이용료 최저 8만원부터 3~4회 대여할 수 있다. 배송, 세탁비는 무료이며 빌린 옷이 마음에 들 경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7월 명동 본점에서 ‘살롱 드 샬롯’ 1호 매장을 열고 여성 및 아동드레스, 남성 정장 등 의류 상품과 명품 핸드백, 주얼리 등 다양한 잡화 상품의 렌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오픈 당시 의류 매출 구성비가 55% 수준이었으나 셀프 웨딩족‧이벤트족이 증가함에 따라 올해 1~4월 기준 90%로 올랐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9일 잠실점에 ‘살롱 드 샬롯’ 2호점을 오픈했다. 자주 착용하진 않지만 가격대가 높아 구매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빌려주는 ‘한국형 패션 렌털 전문 매장’이다. 2호점에는 총 18개 브랜드의 상품이 있다.
문혜진 롯데백화점 MD 개발담당 바이어는 “최근 비용을 절감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결혼식이나 돌잔치 등을 직접 준비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관련 상품을 한 자리에서 쉽게 대여할 수 있는 매장을 기획했다”며 “향후에는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군을 확대하고 매장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패션 렌털을 주로 하는 스타트업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빌리앤코가 론칭한 ‘윙클로젯’은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사용자의 정보를 고려해 옷을 골라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과 체형 등 정보를 입력하면 이를 바탕으로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옷 3벌을 코디해준다. 윙클로젯은 최근 가입 신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유료 회원 가입을 마감했다. 3월 대비 4월 신규회원 가입이 200% 이상 증가했다. 향후 회원관리 시스템을 리뉴얼 해 6월부터는 더 많은 회원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더클로젯’은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월 7만9000원으로 최대 3회 원하는 명품 가방을 렌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1회에 총 2벌의 원피스가 고객에게 배송되는데 한벌은 고객이 선택한 옷으로, 다른 한벌은 고객의 취향, 체형, 직업 등 개인의 특성에 맞춰 스타일리스트가 큐레이션을 해서 제공한다. 2월에는 2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발돼 투자와 지원을 받고 있다. 더클로젯은 전년 대비 1000%의 성장률을 보였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패션업계는 약 10년 전부터 이같은 서비스를 실시해왔다. 일본에서도 패션렌털 전문점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 패션렌털 서비스는 ‘에어클로젯’이다. 전신사진을 등록하고 월정액 약 7만원만 내면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고른 의류 3종을 빌려 입을 수 있다. 국내 업체인 윙클로젯, 더클로젯과 유사한 시스템이다.
전문가들은 패션렌털 시장이 공유경제의 핵심으로 불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소비심리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패션렌털 산업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철현 윙클로젯 부장은 “이제는 소유하기 보다는 공유한다는 개념으로 가전제품도 렌털 시장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이 의류라는 특수성 때문에 패션렌털을 생소하게 생각했을 수 있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일본 패션렌털 서비스 업체인 ‘에어클로젯’은 2년 전부터 이미 가입자 수 10만명을 기록했다”며 “윙클로젯 또한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간다면 향후 1~2년 이내 회원수 수만 여명 정도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