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 전담부처 신설 가장 큰 성과

가족법 개정·여성고용 안정은 미흡

법제도 시행과 정책 내실화 기해야

@3.jpg

▶ 김대중 정부는 여성정책에서 전담부처의 설치를 가장 큰 업적으로 인정받는 반면, 정책의 실효성 등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는 중간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10일 한국여성개발원에서 열린 여성지도자 신년인사회. 사진·민원기 기자 minwk@womennews.co.kr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지 만 3년.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여성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김 대통령의 여성정책에 대한 성적은 어떠할까.

최근 여성부 신설 등 여성정책 전담 행정기구를 설치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것이 여성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이전 정부와 달리 여성관련 법의 활발한 제·개정도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노태우 정부 5년간 19개 여성관련법이 제·개정되었고 김영삼 정부는 5년간 49개의 법률을 제·개정한 데 비해, 김대중 정부는 3년간 45개의 여성관련 법을 제·개정했다. 이 가운데 특기할 만한 법으로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농업농촌기본법, 교육기본법, 방송법,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관련 법조항을 마련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난 달 22일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김대중 정부 여성정책 3년 평가 및 정책제안을 위한 토론회’에서 정현백 정책기획위원은 “김대중 정부는 여성정책에 한해서는 돈 안들이고 전시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선택했다”며 실질적인 집행과 실효성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던졌다.

또 김엘림 수석연구위원(한국여성개발원)은 “여성정책 추진시 적극적인 여론수렴 과정과 홍보를 거치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그렇다면 대선공약은 어디까지 지켜졌을까.

사회참여=30% 여성할당제 약속이 지켜진 것은 16대 국회의원 선거로 역대 가장 많은 숫자인 16명의 여성의원들을 배출시켜 전체 5.8%를 차지했다. 하지만 각료 임명에서는 4명 이상을 약속한 데 반해 99년까지 1명, 현재 2명이다. 정부 산하 위원회의 여성 참여율도 2000년 25%가 목표였으나 20.4%로 미달했다.

여성영역의 확대로 세계화·정보화·통일시대의 여성인력을 양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나 정보화 부문의 주부 대상 교육을 제외하면 별로 성과가 없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 등을 비롯한 남북교류에서 여성 대표자의 참여율이 낮았고, 각종 남북공동위원회에 여성위원의 참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경제참여=이전까지는 고용상의 남녀차별만을 문제삼았던 데 반해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재화·용역·시설 등까지 남녀차별 시정 범위를 넓혔다. 또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여성기업인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고용 확대와 고용안정에 있어선 여성노동계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2000년 10월 현재 남성 경제활동참가율은 74.4%로 전년도 대비 0.8% 감소하였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5%로 전년도 대비 0.3% 감소해 남성보다 감소폭이 적지만, 여성가장 실업자의 수가 97년에 비해 1.2배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남성에 비해 비정규직화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여성노동계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의 보호방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관련법안조차 상정되고 있지 못하다.

또한 이미 공약한 바 있는 산전후 휴가 확대와 비용의 사회분담화 등 모성보호 관련법이 여전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예산까지 확보한 상태임에도 법안 심사가 4월 임시국회로 미뤄질 전망이라 과연 입법 의지가 있느냐는 여성계의 비난이 거세다.

가족정책=김대중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평등한 가족관계 부문에서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평가 작업은 현재 주부의 가사노동량의 생활시간활용 조사가 이뤄진 상태이고 가사노동 가치의 GDP(국내총생산) 산정까지는 아직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국민연금법·국가유공자예우등에 관한 법률 조항에서 성차별적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약속은 지난 연말에 지켰다.

그러나 평등한 가족의 근간이 되는 가족법 개정에서는 낙제점이라 할 만하다. 97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동성동본불혼제도를 포함한 민법이 3년이 지나도록 개정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인 호주제 폐지에 대해선 정부가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성복지=정재훈 교수(상지대 사회복지학)는 복지 부문에 대해 “4대 보험과 공공부조에서부터 사회복지 서비스와 그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게 이루어졌으나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아” 큰 실속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나라 보육시설의 80% 이상이 민간보육시설이고 탁아를 필요로 하는 아동의 62%만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모자가정, 여성장애인, 여성노인, 매춘여성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폭력방지·인권보호=한마디로 ‘인권대통령’으로서는 미흡했다는 평이다. 남녀차별·성폭력 등을 포함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관련법이 법무부의 이견으로 현재 표류중이다. 또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중 성씨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유보조항으로 남아 있는 동시에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상태라 우리나라의 인권지수는 국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김대중 정부에 어떤 과제들이 남았을까.

김선욱 교수(이화여대 법학과)는 “여성정책의 의미를 노동·교육 등 전반적인 국가 정책속에서 적극적으로 살려내야 한다”면서 “김대중 정부가 여성부를 신설한 것으로 모든 할 일을 다했다는 식이 되어선 안된다”고 경고한다. 김대중 정부 제일의 업적으로 평가받는 여성부 신설의 의의를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해선 여성부가 모든 국가조직 내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권한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한 95년 북경 세계여성대회 이후 선진국들은 50:50의 성균형 정책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면서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무원 사회의 고위직에서는 여성을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고, 각 정당에서 여성정치인의 위치도 ‘구색맞추기식’이 현재의 실정이다. 손봉숙 이사장(한국여성정치연구소)은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30% 여성할당제가 확실하게 정착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성정책 추진의 기본이 되는 제1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이 김영삼 정부때 마련된 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중간평가와 함께 계획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성정책을 실질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예산 확보와 여성발전기금 조성도 당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조성되고 있는 남북화해 분위기에 따라 남북 군사경쟁을 중지하고 국방비를 과감하게 삭감하여 여성·복지분야 예산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여성계는 조언한다.

역대 정부에 비해 그나마 여성정책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현 정부에 이같은 여성계의 강한 비판과 주문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한마디'

“여성정책에 대한 의지는 높이 살만하다. 이젠 모든 정책에서 주류화하는 일이 남았다.” - 김선욱 교수(이화여대 법학과)

“다양한 법제도 개선에는 괄목할 만한 성과, 가족관련 법률 개정은 미진했다.” - 김엘림 수석연구위원(한국여성개발원)

“과거정권보다 여성정책에 관심 많았지만, 여성 고위공직 확대는 미흡했다.” - 손봉숙 이사장(한국여성정치연구소)

“김대중 정부가 이룬 여성정책의 성과는 ‘돈 안들인 만큼의 성과’였다.” - 정현백 위원(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기획위원회)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관련기사>

▶ 김대중·김영삼 정부 여성관련법 제·개정

▶ 여성관련 지표의 변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