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처럼 생긴 실리콘 컵 ‘월경컵’

편하다, 생리통 준다, 냄새 없다 등

사용후기 늘면서 월경컵 관심 급증

한 번 구매하면 10년 사용은 거뜬

미국·유럽에선 레나컵·디바컵·루넷컵 등

30여개 브랜드 경쟁하며 시장도 성장

월경용품 선택권 차원서 정보 필요해

 

질 안에 삽입해 혈을 받아내는 월경컵은 체내형 생리대인 탐폰과 일회용 생리대를 주로 사용하던 국내 여성들 사이에 그야말로 ‘핫’하다. ⓒLunette Cup
질 안에 삽입해 혈을 받아내는 월경컵은 체내형 생리대인 탐폰과 일회용 생리대를 주로 사용하던 국내 여성들 사이에 그야말로 ‘핫’하다. ⓒLunette Cup

종 모양처럼 생긴 실리콘 컵인 ‘월경컵’(생리컵)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질 안에 삽입해 혈을 받아내는 월경컵은 체내형 생리대인 탐폰과 일회용 생리대를 주로 사용하던 국내 여성들 사이에 그야말로 ‘핫’하다. 먼저 사용해 본 여성들의 입소문이 월경컵의 인기를 이끌었다. 최근 생리대에서 독성물질이 포함된 휘발성 화합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월경컵 같은 대안월경용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제품이 없다보니 직구는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먼저 월경컵을 사용해본 이들이 꼽는 월경컵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이다. 월경혈이 밖으로 나와 산화할 일이 없으니 냄새가 덜하고, 2~4시간 마다 갈아줘야 하는 생리대에 비해 자주 갈아줄 필요도 없다. 세척 방법도 간단하다. 사용할 때는 물이나 세정제로 닦아주고, 평소엔 끓는 물에 5~10분 정도 소독해 보관하면 된다. 이 때문에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말을 넘어 “질의 삶이 달라진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2014년부터 월경컵을 사용해온 김수정(26)씨는 주변에 월경컵 사용을 권할 만큼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생리대를 사용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생리대에 비해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만 10년 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친환경적인데다 생리할 때 굴 낳는 느낌도 없다. 이젠 생리대는 절대 못쓴다”며 “특히 자신의 질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어 여성들이 한 번씩 시도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지앤모어 전략기획팀장인 노아림(30)씨도 “밤에 잘 때 샐 걱정이 없으니 정말 편하다”고 했다. 월경컵 사용 3개월 차인 그는 “처음엔 질 안에 손가락을 넣는 다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면서도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삽입과 제거가 쉬웠다”고 했다. 노씨는 특히 “피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며 “생리대에 묻는 피는 검거나 뭉쳐있는 경우도 많고 냄새도 났지만 월경컵에선 월경혈의 형태를 제대로 볼 수 있어 오히려 더 좋았다”고 했다.

월경컵은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선 70년 전부터 판매를 시작해 레나컵을 비롯해 디바컵, 페미사이클, 루넷컵 등 현재 30여개 브랜드가 출시돼 있다. 국내에선 ‘해외직구’를 통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제품이 없어 직구를 통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어서다. 다행히 월경컵 마니아들이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월경컵 직구 방법도 공유하면서 장벽은 많이 낮아졌다. 배송료를 포함해 3~4만원이면 아마존과 월경컵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고금숙(39) 여성환경연대 팀장은 10년 전 재사용 월경용품에 대한 관심으로 월경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중간에 잃어버려 면생리대를 썼는데 밖에서 처리하는 게 불편해 다시 월경컵을 구입했는데, ‘이거 없이 어떻게 살았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편했다”고 했다. 최근 월경컵 사용자 50여명을 만나 인터뷰한 고 팀장은 “사용자 대부분이 월경컵의 편안함에 대해 크게 만족했다”며 “‘월경컵은 신세계’라는 후기가 정말 많았다”고 소개했다. 

물론 월경컵이 생리통을 없애주는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월경컵 사용 이후 허리통증이 심해지거나 없었던 골반통이 생기는 부작용 사례도 종종 있다. 그러나 고 팀장은 여성들이 다양한 월경용품을 접하며 자신에게 가장 잘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학교 성교육 시간에 생리대뿐만 아니라 월경컵에 대해서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월경용품 선택권 차원에서라도 그동안 개인 정보로만 공유된 월경컵 정보를 공공부문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월경컵을 사용하기 전에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아는 게 가장 중요하고 제품에 대한 정보와 사용법에 대해서도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올바른 사용방법과 부작용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Tip. 월경컵 올바르게 사용하기 (자료: 이지앤모어)

<월경컵 삽입하기>

① 손을 깨끗하게 씻는다.

② 자신에게 맞는 월경컵 접는 방법을 선택한다.

· C자 접기 : 월경컵을 평평하게 누른 후, 알파벳 C 모양이 되도록 반으로 접기

· 7자 접기 : 월경컵을 평평하게 누른 후, 한쪽 모서리를 접어 숫자 7 모양으로 만들기

· 펀치다운 접기 : 월경컵 크기를 더 작게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손가락으로 월경컵의 가장자리 부분을 안쪽으로 눌러 접기

 

월경컵 접는 법 ⓒLENA Cup
월경컵 접는 법 ⓒLENA Cup

③ 쪼그려 앉거나 한쪽 다리를 올리거나 변기에서 살짝 엉덩이를 든 승마자세 등 월경컵을 질 내부에 삽입하기 편안한 자세를 잡는다.

④ 몸의 힘을 뺀 후, 접힌 상태의 월경컵을 엉덩이 쪽으로 향하도록 질 내부에 삽입한다.

⑤ 질 내부에 완전히 삽입 후, 월경컵을 부드럽게 놓아주면 월경컵이 접힌 상태에서 펴지면서 질 벽에 고정된다. 월경컵 아래 부분을 눌러준 후, 360도 회전시키면 월경컵이 질 내부에서 잘 펴진다.

* 처음 사용하기 전에 끓는 물에 월경컵을 넣어 5~10분 간 소독한다.

<월경컵 제거하기>

① 손을 깨끗하게 씻는다.

② 월경컵 삽입 시와 마찬가지로 편안한 자세를 잡아준 후, 근육의 긴장을 풀어준다.

③ 손가락을 넣어 월경컵의 아래 부분을 살짝 눌러 공기를 뺀다.

④ 월경컵의 아래 부분을 잡고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며 밑으로 잡아 당겨준다.

⑤ 혈이 쏟아지지 않게 기울여서 월경컵을 완전히 제거한다.

⑥ 월경컵을 비우고 뜨거운 물로 씻어준 후 다시 사용한다.

*월경컵의 손잡이(stem) 부분만 잡고 아래쪽으로 당기면 내부의 기압이 낮아져 그대로 꺼내기 힘들다. 월경컵 아래 부분을 눌러서 공기를 빼준 후, 제거해줘야 한다.

 

 

테라는 국내에서 월경컵 정보를 찾기 어려운 점에 아쉬움을 느끼고 직접 정보공유 공간을 마련했다. ⓒLunette Cup
테라는 국내에서 월경컵 정보를 찾기 어려운 점에 아쉬움을 느끼고 직접 정보공유 공간을 마련했다. ⓒLunette Cup

인터뷰-월경컵 정보 블로그 운영자 ‘테라’

성경험 없으면 월경컵 사용 못한다고요?

‘생리컵 정보 Terra’(http://terrabozi.tistory.com)는 월경컵 사용자는 물론, 월경컵을 처음 사용하려는 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블로그다. 지난 2월에 연 이 블로그엔 이미 6만여명이 다녀갔다. 블로그 운영자인 ‘테라’는 스스로를 월경컵 마니아라고 소개했다. 그는 블로그 외에도 트위터 계정(@Terrabozi)을 통해 최신 월경컵 정보를 공유하며 월경컵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테라는 국내에서 월경컵 정보를 찾기 어려운 점에 아쉬움을 느끼고 직접 정보공유 공간을 마련했다. 그는 “월경컵 정보를 찾아 헤맬 당시엔 국내에 월경컵에 대한 개별 후기는 있었지만 정보들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어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상당히 힘들었다”며 “게다가 월경컵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월경컵에 대한 부정적인 후기가 많았다”고 했다. 간혹 월경컵을 추천하는 후기글엔 여성혐오적인 댓글이 쏟아질 정도였다.

해외서 각종 고급 정보 모아 SNS서 공유

당시 여성혐오 반대 커뮤니티인 ‘메갈리아’를 통해 월경컵을 처음 접한 그는 해외 사이트를 돌며 최신 정보를 모았고, 직접 사용한 후기를 정리해 메갈리아에 이른바 ‘월경컵 영업글’을 올렸다. ‘월경용품=생리대’인 상황에서 월경컵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알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가 쓴 ‘나의 골든컵 찾기’라는 제목의 글은 다른 여성 커뮤니티로 퍼지며 화제가 됐다.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월경컵 블로그를 시작하며 월경컵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보다는 장단점을 충분히 다루고, 월경컵 부작용에 대한 정보도 함께 실었다.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해 여성들이 월경컵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테라는 블로그에 월경컵 정보와 함께 여성의 질에 대한 여성혐오적 선입견을 깨기 위한 다양한 글도 함께 싣고 있다. 월경컵 글에 달리는 성경험이 없으면 월경컵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부터 질이 늘어질 수 있다는 편견까지 여성 성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니가 엉터리로 알고 있는 질막(처녀막)에 관한 이야기’ ‘버진의 생리컵 사용법’ 등의 글을 쓴 테라는 “굳건한 처녀막 미신과 여성의 질이 미래에 있을지 없을지 모를 남편의 잠재적 소유물로 여겨지는 인식에 사람들이 의문을 품어주길 바랬다”고 했다.

여성 성기에 얽힌 편견에 금 내고파

그러면서 테라는 “월경은 여성들만의 은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남자들도 알아야하는 정보”라고 했다. 그는 “‘월경을 처리하는 일’은 인류의 반이 겪었고, 겪고 있고, 겪을 것인 인간 보편 존엄성과 관련된 일”이라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 더 활발하게 이야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Tip. 내게 맞는 월경컵 고르는 법

생리양·질길이·방광 민감도 고려해야

테라는 월경컵을 고를 때는 출산 여부나 나이보다는 생리양, 질 길이, 방광 민감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월경 중에 자궁 경부까지 질 길이를 재고 구매해야 한다. 테라는 “질 길이보다 긴 월경컵을 선택하면 질구에 월경컵이 머물러 이물감을 느낄 수 있고, 질 길이 보다 너무 짧으면 (초보자의 경우) 월경컵을 제거할 때 당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지뢰컵’을 피한 것으로 정확할 필요는 없다.

질 길이는 중지나 검지의 마디 수로 가늠한다. 손가락 한 마디만에 닿으면 매우 낮은 포궁(자궁), 두 마디만에 닿으면 낮은~보통 포궁, 손가락 끝까지 아무것도 닿지 않으면 높은 포궁이다. 테라는 “이 과정을 꺼려하는 분들도 있는데 막상 해보면 되려 신기하고,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여성 성기에 대한 공포나 혐오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월경컵 제품 마다 단단함 정도도 다르다. 이는 방광 민감도나 활동성에 따라 컵의 경도를 로는면 된다. 대표적으로 부드러운 컵은 메루나 소프트, 스쿤컵, 페미사이클 등이 있다. 테라는 ‘생리컵 골라주는 플래쉬 퀴즈’(http://putacupinit.com/quizk)를 참고해 선택해볼 것을 권했다.

초보자의 경우, 월경컵 삽입과 제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테라는 “제품에 동봉된 설명서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니 제 블로그나 다양한 후기를 통해 시간을 들여 자세한 사용법을 찾아 읽어 보시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국내 첫 월경컵 허가 위해 뛰는 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

찬사 쏟아지는 월경컵 국내서는 불법 

식약처 허가 위해 ‘블랭크 컵 프로젝트’ 시작

이지앤모어 크라우드펀딩에 1800명 몰려

 

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월경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제조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그러나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비용은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식약처 허가를 받으려면 수개월간 임상시험 등 안정성 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소요 비용만 2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임상실험의 경우 같은 원료를 사용했다면 다른 업체들은 받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주저하는 상황에서 ‘이지앤모어’를 이끄는 안지혜(31) 대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소셜벤처가 해내기엔 무모한 도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안 대표는 성공을 자신했다. 이지앤모어 뒤에는 18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연대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첫 월경컵 출시 허가를 받기 위한 ‘블랭크 컵 프로젝트(Blank Cup Project)’ 이야기다.

이지앤모어는 지난 4월 5일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난 5월 1일 현재 목표 금액 5000만원의 75%인 37000여만원. 1753명이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안 대표는 “월경컵을 써보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다양한 월경용품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지앤모어는 저소득층 소녀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소셜벤처기업이다. 소비자가 월경용품을 구입하면 그만큼 저소득층 소녀에게 생리대가 기부된다. ‘깔창 생리대’ 이슈로 주목받았으나 관심은 사그라들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던 안 대표의 눈에 든 게 바로 월경컵이다.

안 대표는 한 달에 한 번 여성들을 초대해 ‘월경컵 수다회’를 열고 사용후기와 니즈를 분석했다. 30여개의 월경컵 제품을 사용해보며 장단점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이지앤모어의 첫 월경컵인 ‘블랭크 컵’도 디자인했다. 널리 사용되는 ‘레나컵’보다 밑둥을 넓혀 접었을 때 삽입이 조금 더 쉽도록 만들었다. 안정성을 따져 원료도 의료용 실리콘을 사용하기로 했다. 내년 1월 계획대로 식약처 허가가 이뤄진다면 6월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허가 받은 월경컵을 만날 수 있다.

안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의 월경컵이 국내에서 제조돼 여성들이 쉽게 월경컵을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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