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웹툰 작가들의 잇따른 ‘여혐’ 파문
남자 웹툰 작가들의 잇따른 ‘여혐’ 파문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05.01 07:11
  • 수정 2017-05-03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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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 박태준 등 남자 웹툰 작가들

30대 여성 “나이 숨길 수 없는 늙은 여자”라 폄하

과격하고 적나라한 여성폭력 묘사·여성혐오 왜곡

네이버, 작품 속 차별·혐오 발언 및 성적대상화 규제 안 해

“보수적일 정도로 작품 수위에 엄격한 기준 적용” 어불성설 

남자 웹툰 작가들의 작품 속 ‘여혐’이 연달아 파문을 낳고 있다. 네이버 웹툰 ‘복학왕’, ‘외모지상주의’를 연재 중인 기안84와 박태준은 각각 여성과 ‘여성혐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드러내 논란이 됐다. 논란이 있었지만, 네이버웹툰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오히려 “사회현상을 그대로 다룬 것” “(네이버는) 보수적이라고 할 정도로 작품 수위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작가들은 공식 사과문이나 별도의 공지도 띄우지 않은 채 문제가 된 장면을 수정했다. 

 

기안84 ‘복학왕’ 141화 ‘전설의 디자이너’(4월11일자). 해당장면이 논란이 되자 작가는 별도의 사과문 없이 대사를 수정했다. ⓒ네이버웹툰 캡처
기안84 ‘복학왕’ 141화 ‘전설의 디자이너’(4월11일자). 해당장면이 논란이 되자 작가는 별도의 사과문 없이 대사를 수정했다. ⓒ네이버웹툰 캡처

 

기안84 ‘복학왕’ 141화 ‘전설의 디자이너’(4월11일자). 해당장면이 논란이 되자 작가는 별도의 사과문 없이 대사를 수정했다. ⓒ네이버웹툰 캡처
기안84 ‘복학왕’ 141화 ‘전설의 디자이너’(4월11일자). 해당장면이 논란이 되자 작가는 별도의 사과문 없이 대사를 수정했다. ⓒ네이버웹툰 캡처

“누나는 늙어서 맛없어!!!” 기안84가 지난 11일 141화 ‘전설의 디자이너’ 편에서 30세 여성의 입을 통해 한 말이다. 기안84는 ‘88년생 30세 여성’을 ‘늙은 여자’ ‘아무리 화장을 해도, 명품으로 꾸며도 나이를 숨길 수 없는’ 존재로 묘사했다. 하얗게 뜬 화장, 발목 위로 올라오는 캔버스 운동화, 명품 백, 자신감 없이 주눅 든 태도. 기안84가 서른 살 여자를 그린 방식이다.

해당 편에서 주인공 우기명은 옷을 ‘기가 막히게 잘 만드는’ 디자이너로 등장한다. 누구든 그가 만든 옷을 입으면 인생 최고의 시절로 돌아간다는 설정이다.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얼굴이 콤플렉스인 30세 여성 노안숙은 소문을 듣고 우기명을 찾아간다. 자존감 ‘제로’ 상태인 그는 우기명에게 옷 제작을 부탁할 때도 소심하다. “옷으로 뭐가 변하겠어. 나도 참 한심하다” “보세로 꾸민 신입생이 (명품으로 꾸민 나보다) 훨씬 예쁘다”며 자기를 비하하고, “나이를 먹는 건 잔인한 일이야. 스무 살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선 나이혐오를 드러낸다.

 

하얗게 뜬 화장, 발목 위로 올라오는 캔버스 운동화, 명품 백, 자신감 없이 주눅 든 태도. 기안84가 서른 살 여자를 그린 방식이다. ⓒ네이버웹툰 캡처
하얗게 뜬 화장, 발목 위로 올라오는 캔버스 운동화, 명품 백, 자신감 없이 주눅 든 태도. 기안84가 서른 살 여자를 그린 방식이다. ⓒ네이버웹툰 캡처

남성 중심적 시각을 기반으로 왜곡된 여성상을 그린 기안84에 독자들은 분노를 표했다. 여자를 나이대별로 구분하고, 여성에 대한 특정 이미지를 그려내 편견을 고착화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30세 이상의 여자를 ‘가치 없다’고 여기는 한국사회 내 여성혐오 인식을 재생산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 남성들은 ‘상폐녀’(30대 이상의 여성은 주식시장에서 상장 폐지되는 것과 같다는 의미)라는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누리꾼들은 기안84의 여혐 인식에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30대 여성이 20대를 부러워하는 장면을 보면서 읽어낼 수 있는 건 20대 여성의 젊음에 욕정을 가진 기안의 내면뿐이다. ‘여성의 아름다움=젊음’으로만 해석하는 얕음 어쩌나”(@tube******)

“30대 여성은 가치가 없다는 말도 화나지만 ‘먹는다’는 표현은 더 끔찍하다”(트위터리안 @yeo*******)

“작품은 작가의 사고·사상을 반영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작가가 자기 머릿속을 성별만 바꿔 그려 놨다. 기안84는 30대 남자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하나보다”(@elal***)

“88년생 여자가 나이 열등감에 떨며 다닌다고? 이런 설정은 ‘여자 나이 25살이면 꺾였지’를 기본 마인드로 탑재하고 있으니 나오는 거겠지. 본인은 84년생이면서 TV 나올 때 왜 안 꾸미나”(@seco***********)

“30살이면 객관적으로 젊은 나이 아닌가. 왜 이렇게 묘사하지? 작가 자존감과 자의식이 너무 투명하게 보여서 어이가 없다”(@hexa***********)

 

박태준 ‘외모지상주의’ 127화 ‘첫사랑 1’(4월20일자). 여성과 남성에 대한 폭력 묘사 정도가 다르다. ⓒ네이버웹툰 캡처
박태준 ‘외모지상주의’ 127화 ‘첫사랑 1’(4월20일자). 여성과 남성에 대한 폭력 묘사 정도가 다르다. ⓒ네이버웹툰 캡처

기안84와 친구로 알려진 박태준은 ‘외모지상주의’ 127화 ‘첫사랑’ 편에서 △여성혐오를 왜곡하고 △여성폭력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논란을 낳았다.

문제가 된 장면은 이렇다. 해당 편의 주인공인 이태성은 과거를 회상한다. 이태성은 전 여자친구와 믿었던 친구가 사귀는 걸 본 후 잘생긴 남자에게 자격지심이 생기고, 여자도 때리게 됐다며, 그게 ‘여혐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여자가 바람 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합리화하고, 여성 기피·증오를 ‘여성혐오’로 왜곡해 표현한 것이다.

 

박태준 ‘외모지상주의’ 127화 ‘첫사랑 1’(4월20일자). 해당장면이 논란이 되자 작가는 별도의 사과문 없이 대사를 수정했다. ⓒ네이버웹툰 캡처
박태준 ‘외모지상주의’ 127화 ‘첫사랑 1’(4월20일자). 해당장면이 논란이 되자 작가는 별도의 사과문 없이 대사를 수정했다. ⓒ네이버웹툰 캡처

이밖에도 외모지상주의는 지나친 욕설과 ‘일진’ 미화, 여성 캐릭터의 지나친 노출·몸매 부각 등 성적 대상화, 성폭행 묘사, 폭력 미화 등으로 꾸준히 비판받아왔다. 하지만 지속되는 논란에도 문제요소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외모지상주의_보이콧’이라는 해시태그까지 형성됐다. 누리꾼들은 해시태그를 달고 작가와 작품에 대한 비판의 글을 함께 적었다.

“작가는 선두에서 차별을 전파하고 있으면서도 자기 만화를 ‘외모지상주의와 한국의 각종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만화’로 여기는 듯하다. 본인이 폭력 숭배, 여혐하고 있다는 것도 자각 못하고 있다”(트위터리안 @gjai****)

“여성혐오는 단순히 여성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여성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억압이지, 여자친구가 바람핀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여성혐오의 원인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Kkya***)

“아무리 웹툰이라지만 작가가 작품에 대한 주제의식이나 자기철학이 있는지 의문이다”(@edge*********)

“여혐에 관심은 없고 이슈 되니까 알지도 못하면서 소재로 써먹고 싶은 건가”(@gate******)

“이 작가는 여성캐릭터를 다 ‘썅년’으로 그려 놨다. 여자애들을 꼬리치고, 잘생긴 것만 좋아하는 애들로 묘사해 놨다. 작가가 평소에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J_LI****)

 

박태준 ‘외모지상주의’ 127화 ‘첫사랑 1’(4월20일자). 작가는 지나친 욕설을 대사로 사용한다. ⓒ네이버웹툰 캡처
박태준 ‘외모지상주의’ 127화 ‘첫사랑 1’(4월20일자). 작가는 지나친 욕설을 대사로 사용한다. ⓒ네이버웹툰 캡처

 

박태준 ‘외모지상주의’ 127화 ‘첫사랑 2’(4월27일자). 작가는 지나친 욕설을 대사로 사용한다. ⓒ네이버웹툰 캡처
박태준 ‘외모지상주의’ 127화 ‘첫사랑 2’(4월27일자). 작가는 지나친 욕설을 대사로 사용한다. ⓒ네이버웹툰 캡처

작가의 말에 따르면 첫사랑 에피소드는 총 5화로 구성된다. 박태준 작가는 논란이 된 후 다음 화(4월 27일자)에서 작가의 말을 통해 “첫사랑 에피소드는 가벼운 학원물로, 당황하신 분이 있더라도 끝까지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작품들은 별도의 사과문 없이 대사와 그림만 수정된 상태다.

‘복학왕’과 ‘외모지상주의’는 각각 수요일·금요일 웹툰 1위를 달리고 있다. 전 연령대가 보는 만화인 만큼 작가들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속어 사용과 여성혐오, 폭력 미화, 여성캐릭터 성적대상화는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네이버는 2005년부터 웹툰 서비스를 시작해 국내 1위 웹툰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며, 이달 중엔 네이버웹툰을 별도 법인으로 분할한다. 그만큼 파급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네이버웹툰은 차별이나 혐오 표현, 폭력에 대한 규제는 따로 마련해두지 않고 있다.

 

박태준 ‘외모지상주의’ 127화 ‘첫사랑 2’(4월27일자). 작가는 여성캐릭터의 몸매를 부각하는 등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 ⓒ네이버웹툰 캡처
박태준 ‘외모지상주의’ 127화 ‘첫사랑 2’(4월27일자). 작가는 여성캐릭터의 몸매를 부각하는 등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 ⓒ네이버웹툰 캡처

한동근 네이버 언론홍보팀 사원은 “(문제가 된 부분이) 일부 시각에선 여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사회현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생각될 수도 있다”며 “창작물에 제재를 가한다는 것도 웃기다고 생각한다. 작품은 작가들의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과 관련된 규제나 세부적인 방침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가 전 국민이 보는 플랫폼이고, (웹툰 업계 1위라는) 상징적인 위치가 있기 때문에 작품 수위엔 보수적이라고 할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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