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찬조연설 나서

아들 잃은 후 애끓는 심정 절절히 드러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9일 서울 광진구 서울시민안전체험관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 6차 포럼에 참석해 ‘초인종 의인’ 고 안치범씨의 어머니 정혜경씨로부터 신발을 전달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9일 서울 광진구 서울시민안전체험관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 6차 포럼에 참석해 ‘초인종 의인’ 고 안치범씨의 어머니 정혜경씨로부터 신발을 전달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초인종 의인’ 고 안치범씨의 어머니 정혜경씨가 30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TV 찬조연설자로 나섰다.

정씨는 30일 오전 9시10분 SBS TV를 통해 방영된 찬조연설에서 아들을 잃은 후의 애끓는 심정을 절절하게 들려줬다.

정씨는 “저는 솔직히 정치같은 건 잘 모르는 평범한 주부다. 하루종일 남편과 아이들, 살림 걱정이 다였다”며 “그랬던 제가 오늘 이런 자리에 서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물여덟살 나이에 저 세상으로 간 제 아들 치범이를 위해 그리고 저처럼 자식 가진 부모님들을 위해 이 자리에 서기로 마음먹었다”며 지난해 화재 사건을 떠올렸다.

정씨의 아들 치범씨는 대학 졸업 후 성우가 되기 위해 학원 근처인 서울 서교동에 원룸을 얻어 취업 준비를 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9월 9일 새벽 5층짜리 원룸 건물에서 화재가 나자 119에 신고한 후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가 층층이 다니면서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려 이웃을 대피시켰다. 그 사이 소방차가 도착했고, 다행히 원룸에 있던 주민들은 모두 무사히 밖으로 피신했지만 자신은 끝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정씨는 “아들은 연기에 까맣게 그을려 질식한 채로 쓰러져 있었다.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후 옷을 벗기자 목부터 가슴까지 까맣게 타들어가 있었다”며 “수술을 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열흘하고 삼일이 지난 뒤 끝내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치범이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 저는 많은 생각을 했다. 혼자서 숨죽여 울기도 많이 했다”며 “아들 치범이를 떠나 보내는 날, 마지막으로 아들의 손과 얼굴을 어루만져 봤다. 그리고 치범이의 귓가에 대고 말해줬다. ‘잘했다 아가야. 잘했어. 잘했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사는 세상, 서로 돕는 의로운 일하는 게 당연한 상식이 돼서 모두가 맘편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을 바랐고 용기 있게 행동으로 옮긴 제 아들 치범이가 저는 자랑스럽다”고 했다.

정씨는 “치범이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사놓고 아직 신지 못한 새 운동화가 있는 걸 봤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하얀색 운동화였다”며 “남편과 의논 끝에 치범이의 운동화를 우리 치범이가 바라던 세상을 만들어주실 분에게 드리기로 했다. 문재인 후보는 그 운동화를 받아들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정씨는 “한 나라의 대통령은 나라를 굳건하게 하고 잘살게 하는 큰일도 해야 하지만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리고 보듬어주는 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치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된다’는 말을 들었다.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는 지도자, 그런 지도자만이 우리와 우리 자식들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설과 함께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정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연설문을 읽어 내려갔고, 간혹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정씨는 연설 마지막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치범아 보고싶다, 내새끼.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리고 나니 후회가 밀려온다. 아직도 엄마는 네가 그냥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네 방에 불을 켜놓고 있다”며 애끓는 모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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