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정책 간담회를 마치며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25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성평등 서약서를 들고 여성단체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25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성평등 서약서를 들고 여성단체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9대 대선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 범여성계 연대기구’로 구성된 200여개의 여성단체가 여성신문과 함께 주최한 성평등정책 간담회가 막을 내렸다. 대선 후보들이 여성계 현안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고 이를 서약하는 자리였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해왔던 여성계 연대체의 성평등정책 토론회의 ‘2017 버전’이다. 현재 성격차지수(GGI)가 144국 중 116위, 여성장관 1명, 여성 국회의원 비율 17%, 성별임금격차 36%…. 아직도 우리나라 여성의 현실은 가야 할 길이 멀다.

이번 토론회의 성과와 의미를 몇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구글에서 성평등정책 간담회를 검색하면 뉴스만 약 10만건이 검색된다. 여기에 블로그와 SNS 등을 감안하면 전파력은 더욱 광범위해진다. ‘모두를 위한 미래, 성평등이 답이다’라는 간담회 주제,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서약 장면은 대국민적인 뉴스가 돼 널리 퍼져나갔다. 최대의 뉴스메이커인 대선 후보들이 성평등을 외치는 것 자체가 2017년을 특징짓는 뉴스거리였다.

또 ‘따로 또 같이’라는 말처럼 범여성계 연대기구는 이번 간담회를 진행하는 동안 여성단체들의 편차를 넘어서서 최대공약수를 찾아내서 협력했다. 여성운동에 또 한번 가치 있는 ‘연대의 추억’이 생겼다. 저마다 입장이 다른 단체들이 모여 한가지 목표를 이루려면 양보와 협력, 절제와 헌신이 필요한데, 여성운동가들은 ‘이 어려운 일’을 아주 잘해냈다. 이번 연대의 경험은 향후 또 다른 큰 역사를 만드는 에너지로 축적될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다’고 국민과 약속을 했다. 대선 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구체적으로 적은 서약서를 들고 ‘국민 여러분, 저 ○○○은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역사를 바꾼 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앞으로 반여성적 정책이 나오면 여성계는 이 날의 약속 장면을 무한 반복으로 재생하며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가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여했다. 고무적인 일은 대선 후보들의 성평등 인식은 예년에 비해 확실히 높았다는 점이다. 성평등에 대한 기본 인식이 잘 돼 있었고, 정책도 모범답안을 준비해왔다. 이들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차기 정부는 성별임금격차 20% 내로 축소, 내각 여성 비율 30% 이상, 여성폭력에 대한 획기적 대처, 1인가구 지원, 최저임금과 주거문제의 해결,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라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연대기구는 후보들에게 구체적인 수치로 답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차기 정부의 구체적인 윤곽을 그려낸 것은 이번 간담회의 큰 수확이었다.

여성단체들의 역사적인 움직임은 한국여성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여성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재단이 있어, ‘여성운동의 비빌 언덕’ 이 돼주니, 이 또한 귀중한 힘이었다.

성평등 지수가 높은 북유럽의 국가들의 공통점이 있다. 정부가 성평등정책을 국정의 우선 순위에 두고 강력하게 추진해 경제발전과 사회통합 등 주요 국가 현안을 해결해냈다. 국가 최고통치자의 의지는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데에 너무나 중요하다. 19대 대선 후보들은 성평등 선언을 한 첫 번째 대통령 후보들인 만큼, 성평등 민주주의를 획기적으로 도약시키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성평등 대통령 서약서의 실체다.  

사족. 이번 선거에서도 여성비하 해프닝은 필수였다. 간담회 진행 중 한 후보의 성폭력 모의 가담 전력 시비가 있었다. 연대기구의 거의 모든 단체가 개별적인 비난 성명을 내고 항의 행동에 들어갔다. 연대기구 차원에서는 마지막까지 창구를 열어두었으나 후보측은 끝내 일정을 잡지 않았다. 간담회의 긴박한 일정 중에 예상치 못한 ‘무위(無爲)’의 공간이 있었음도 밝혀둔다.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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