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새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의 비전과 방향’을 주제로 개원 34주년 기념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새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의 비전과 방향’을 주제로 개원 34주년 기념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개원 34주년 기념세미나 

‘새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의 비전과 방향’ 주제 논의

올해 정부는 ‘제2차 양성평등 기본계획’ 수립 예정

“획기적·도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제시해야”

 

정권이 바뀌더라도 양성평등 정책은 연속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일 ‘새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의 비전과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개원 34주년 기념세미나에서 대선 이후 출범할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19일 앞둔 4월 20일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올해는 ‘제2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으로,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양성평등 정책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며 “우리사회의 실질적인 양성평등이 실현되기 위한 의미있는 토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여정연이 생활 속에서 뿌리깊이 파고들 수 있는 정책을 많이 제안해왔다”면서 “이제 밖에서 양성평등을 얘기해보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여성은 기본이고 남성 인식개선 많이 되고 잇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도 올해 수립하는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담아내겠다”고 밝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인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직도 우리나라 여성들이 느끼는 성차별은 심각하고, 양성평등 수준은 세계 최하위”라고 지적하고 19대 대선 중이지만 각 당 여성정책을 비교해보면 크게 달라진게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19대 대선을 맞이해서 획기적이고 도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새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의 비전과 방향’을 주제로 개원 34주년 기념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새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의 비전과 방향’을 주제로 개원 34주년 기념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어 기조발제로는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대표부 대사가 ‘EU의 양성평등 정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EU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5개 중점 영역에 초점을 둔 양성평등을 위한 전략적 프레임워크를 채택했다고 소개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및 여성과 남성의 경제적 독립 증진 △성별 임금, 소득 및 임금 격차 해소를 통한 여성 빈곤 문제 해결 △의사결정권의 남녀 평등 추진 △젠더 기반 폭력 근절 및 피해자 보호·지원 △세계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리 촉진 등이다.

이어 주제 발표에 나선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양성평등 정책의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실효성을 얻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사회의 여러 가지 인식적 오류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꼽았다. △‘양성평등은 이미 이뤄졌다’는 착각의 오류 △양성평등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는 오류 △ 젠더 이슈는 그리 절박하지 않다는 오류 △여성의 참여를 확대시키려고 해도 여성인재가 없다는 오류 등이다.

그러면서 성평등 국가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다음 체계적이고 실천 가능한 양성평등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제시했다. 특히 스웨덴에서 양성평등 국가보고서(1987년)를 벤치마킹해서 집중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 보다 정교한 양성평등 로드맵을 만들 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바뀌더라도 양성평등 정책은 연속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평등사회연구실장은 ‘양성평등 정책의 성과와 미래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여성을 둘러싼 사회, 경제, 정책 환경의 변화와 향후 전망에 기반해 향후 역점적으로 추진할 정책을 4대 의제, 10대 정책영역으로 제안했다.

차기 정부의 양성평등 4대 의제는 △가족변화 대응 적극적 가족정책 추진 △노동시장 내 성격차 해소 △성평등, 여성 대표성 수준 획기적 제고 △젠더폭력 및 여성안전 강화 등이다. 10대 정책영역은 △성별임금격차 해소 통한 노동시장 양성평등 실현 △가족변화 대응 적극적 가족정책 추진 △양성평등 일·가정 양립 지원 강화 △정부-가족-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돌봄지원 강화 △공공정책의 성평등을 위한 성 주류화 정책 △여성대표성 실효성 강화 △여성안전정책 △젠더폭력 사각지대 개선 △입법을 통한 양성평등정책 추진 강화 △성인지적 관점에 기반한 통일정책 추진 등이다.

토론자들은 발제자들이 제시한 새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과제에서 보완점과 양성평등에 관한 의견, 여정연의 연구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양성평등 정책의 의미가 무엇이고 왜 싸워야 하는지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고미석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적했다. 또 “양성평등 제도의 혜택이 공무원과 대기업 위주가 아닌 울타리 밖 사람들에게 고루 적용되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양성평등은 ‘정책 중 하나’가 아니라 ‘모든 정책의 기본’이 돼야 하며, 분야별 정책과제를 나누고 각 부처별로 대응하는 것은 정부 칸막이를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비롯된 잘못된 접근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통합적인 국가대전략을 세우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대선후보 10대 공약으로 성평등 정책이 뽑힌 것이 처음”이라면서 “그만큼 정치권이 성평등 정책의 중요성을 점점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정책으로 적극적 성별임금격차 해소와 성평등정책 추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또 여성정책연구원에는 ‘증거에 기반한 정책’ 연구 강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제 제도와 정책적 평등을 넘어 감성적으로 동의하는 평등을 추구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양선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여성계도 그 동안 여성계가 취해온 투쟁, 쟁취형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과 가진 것을 뺏기는 경우 저항감과 갈등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면서 “진정한 양성 평등을 논하는 단계에서 남성들의 소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양성이 화합하고 통합하는 방안이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이밖에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여성 건강 문제 정책화를 홍승아 실장이 제시한 10대 정책에 추가해 줄 것을 요청하자 홍 실장은 이미 내부적으로 발견된 문제라면서 보완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세미나에는 참석자가 200명 넘게 몰려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모하메드 알리 나프티 튀니지 대사, 그레시아 피차르도 도미니카공화국 대사, 다토 로하나 람리 말레이시아 대사, 김태현 제12대 원장, 황인자 전 의원, 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정윤수 한국행정연구원 원장, 우남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이영애 지방자치연구소 대표, 이금순 통일교육원 원장, 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사장,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 원장, 김성옥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민경찬 국무총리소속 인사혁신추진위원회 민간위원장, 김효선 여성신문 대표이사, 김항곤 서울은평경찰서 총경, 최윤희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 한화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소장, 김묘주 한국여성불교연합회 중앙본부 명예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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