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세 박사의 시니어 스토리

 

2003년 68개에 불과하던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늘어나 2017년 4월 현재 1,500개를 넘고 있다. 노인인구의 급증과 함께 정부의 민간요양병원 지원 등으로 인해 일반 중소병원이 요양병원으로 업종변경을 하거나 신규 요양병원이 많이 설립됐다. 요양병원의 수가 급증하다 보니 부실하게 운영되는 곳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과다경쟁으로 인해 경쟁력 없는 요양병원들의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또한 큰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과 달리 환자들에게 시설과 운영면에서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요양병원도 그리 많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막상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하게 되면 어느 요양병원이 좋을지 특별한 기준 없이 무작정 찾아 나서기 쉽다. 대부분 주거지역에 근접한 요양병원을 우선적으로 알아보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일반병원과 달리 통원치료를 하거나 잠시 1~2주일 입원하는 곳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수 개월에서 몇 년, 혹은 연로한 노인환자들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장기간 머물기도 한다. 따라서 요양병원은 처음 선택할 때가 중요하며 그 이후에는 이곳 저곳 다른 곳으로 옮겨 다니기도 수월치 않다.

요양병원 선택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것은 요양병원 적정성 등급의 확인이다. 요양병원 수가를 관리 감독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2008년부터 주기적으로 각 요양병원을 심사하여 그 결과에 따라 1~5등급으로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2017년 3월 말 6차 적정성 평가를 통하여 각 요양병원 등급을 발표한 바 있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www.hira.or.kr).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에 따른 등급 별 요양병원 숫자 (2017년 4월 20일 기준)

 

위 표에서 보듯이 전국에 신고된 1,508개 요양병원 중 1등급을 받은 요양병원은 192개로 13%에 불과하며 2등급 요양병원이 477개로 가장 많다. 이에 반해 등급이 좋지 않은 4~5등급은 184개로 1등급 요양병원과 비슷하며 3등급 요양병원도 276개로 적지 않은 숫자다. 등급 외 요양병원은 2016년 1월 이후 설립되었거나, 적정성 평가에 포함되지 않은 병원으로 등급이 낮다기 보다 심사가 보류된 곳이다.

등급심사 기준으로 사용된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지표를 보면 구조부문 9 항목과 진료부문 13 항목, 총 22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각 항목을 심사하고 그 결과를 점수화하여 총점에 따라 요양병원을 1~5등급으로 산정하였다. 적정성 평가지표에는 의사나 간호사 1인당 돌보아야 하는 환자수, 욕창환자 발생률이나 환자의 건강상태 진행 정도 등이 포함되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적정성 평가 이외에도 요양병원 운영자의 환자우선철학, 간호사나 요양보호사의 친절도, 환자나 보호자의 만족도 같은 정성적인 면도 좋은 요양병원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지표에는 이러한 정성적인 지표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다소 의료인력과 행정적인 평가에 치우친 면도 없지 않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1등급을 받은 요양병원이 2등급 이하 등급을 받은 곳에 비해 모든 면에서 낫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1등급 요양병원부터 우선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1등급 요양병원 중 즉시입원 가능여부, 환자와 진료과목 일치여부, 비용, 내부시설, 주거지와의 거리 등을 살펴 본 후 마땅한 요양병원이 없으면 2등급 등 하위등급으로 넓혀서 살펴보면 된다. 

두 번째로 고려할 것은 입원하고자 하는 환자의 질병 상태에 따라 특화된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치매, 암, 뇌졸중, 신장장애 등 특정 질병이 있다면 각 질병에 따른 맞춤형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춘 곳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번째는 비용을 들 수 있다. 급여부분은 모든 요양병원이 큰 차이가 없지만 비급여 부분은 천차만별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상급병실을 갖추고 비급여로 진행되는 한방 및 기타 약물이나 물리치료 프로그램이 다양한 요양병원을 선택하는게 좋다. 그만큼 좋은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단, 비급여 부분은 환자 본인이 100% 부담해야 함으로 비용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반대로 비용에 집착하여 평균보다 너무 저렴한 요양병원을 선택하면 식사품질이나 환자케어서비스 등이 좋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참고로 요양병원 등급은 호텔등급과 달리 시설등급이 아니어서 등급에 따라 입원비용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1등급 요양병원이 5등급 요양병원보다 비용이 꼭 높은 것은 아니다.

네 번째로는 집과의 거리이다. 자주 방문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보호자의 집과 가까운 곳이 좋다. 아무래도 거리가 멀면 그만큼 방문주기도 길어지고 불편해 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필수적인 것은 가급적 많은 요양병원을 방문하여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것이다. 야간 시 적절한 냉난방 온도와 습도, 주간 시 채광 정도, 입원실 내의 지린내 여부, 식사품질, 치매케어/운동/종교/레크레이션 프로그램 여부, 간병인 및 입원환자 분위기 등을 눈 여겨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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