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들, 15일 광화문서 직접행동 나서

‘페미니스트 마이크’ 등 페미니즘 정치 논해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성평등 정치가 답이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7 페미니스트 직접행동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VoteforFeminism) 행사가 열렸다. ⓒ여성신문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7 페미니스트 직접행동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VoteforFeminism) 행사가 열렸다. ⓒ여성신문

“페미니즘은 택시 아저씨들도 젊은 여성에게 존댓말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페미니즘은 머리길이, 치마길이, 자궁과 얼굴이 나를 재단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엔 페미니스트들의 힘찬 선언이 울려 퍼졌다. 밝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엔 성평등 사회를 염원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페미니스트 직접행동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VoteforFeminism) 현장은 페미니스트 1100여명(주최측 추산)의 열기로 뜨거웠다. 페미니즘으로 사회 변혁을 꾀하는 여성단체, 온라인 페미니스트 그룹, 대학 내 여성주의 모임, 성소수자 단체 등이 함께 했다.

페미니스트들은 각자가 꿈꾸는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를 이야기했다. ‘페미니즘은 OO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를 주제로 진행된 행사 3부에선 100여명의 페미니스트들이 릴레이 선언에 나섰다.  

 

3부 ‘페미니즘은 OO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발언에 나섰다. ⓒ여성신문
3부 ‘페미니즘은 OO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발언에 나섰다. ⓒ여성신문

“페미니즘은 ‘젖꼭지가 당당한’ ‘여성의 섹스도 즐겁고 재밌는’ ‘혼자 사는 여성이 당당히 배달음식을 시킬 수 있는’ ‘나이, 성별, 성 정체성 상관없이 나 자신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성과 모든 사회적 약자가 혼자 밤거리를 걸어도 강간, 살해당할 공포가 없는’ ‘혐오발언에 불편하다고 말하는 게 당연한’ ‘조권과 비투비가 걸그룹 춤을 춰도 웃음거리 되지 않는’ ‘돈 없어도 혼자 살아도 집 걱정 없는’ ‘여성감독이 너무 많아서 그 이름들을 셀 수도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등 ‘페미니즘 사회’를 바라는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가 광장을 울렸다.

행사에 참가한 이들은 참가자들의 모습을 통해 희망을 느꼈다는 소감을 밝혔다. 장이정수 여성환경연대 대표는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갖고 있는 젊은 페미니스트가 많다는 것에 감동했다”며 “울컥했다”고 말했다. 장이 대표는 “구석구석 보면 언니들도 많다. 영페미니스트와 1세대 페미니스트들이 함께 하는 것을 보며 힘이 났다. 계속해서 같이 연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호랑이의 기개를 빌려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격파하겠다는 의미”에서 호랑이 잠옷을 입고 ‘성별임금 격차 꺼져’ 피켓을 든 참가자들. ⓒ여성신문
“호랑이의 기개를 빌려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격파하겠다는 의미”에서 호랑이 잠옷을 입고 ‘성별임금 격차 꺼져’ 피켓을 든 참가자들. ⓒ여성신문

페미니즘 단체에서 활동 중인 김과자(가명·30대)씨는 “정치에서 배제당하던 여성들이 함께 맞서 싸우고 한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며 “정치 세력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행사엔 남성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여성민우회 회원인 신필규(29·남)씨는 “페미니스트 한 명 한 명이 만들고 싶은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뭉클했다. 힘이 많이 나는 행사였다”고 전했다. 이날 호랑이 잠옷을 입고 온 신씨는 민우회 회원들과 함께 ‘성별임금 격차 꺼져’라는 피켓을 들었다. 그는 “호랑이의 기개를 빌려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격파하겠다는 의미에서 입었다”고 설명했다.

김호영(30대·남)씨는 “페미니즘의 정치세력화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의 인식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제도권 정치다.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페미니즘에 목소리를 내는 후보를 투표하자는 운동은 시기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2017 페미니스트 직접행동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VoteforFeminism) 행사가 열렸다. ⓒ여성신문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2017 페미니스트 직접행동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VoteforFeminism) 행사가 열렸다. ⓒ여성신문

 

행사에 참가한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즘은 여성의 섹스도 즐겁고 재밌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행사에 참가한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즘은 여성의 섹스도 즐겁고 재밌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3부 발언 이후 참가자들은 피켓을 들고 행진을 이어나갔다. ‘수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암탉이 울어야 세상이 바뀐다’ ‘너 지금 뭐하냐? 몰카 찍지 마, 보지 마, 팔지 마!’ ‘페미나치는 무슨, 내가 나치면 너희 진작 묻었어’ ‘누가 무고인지 너는 알잖아?’ 등 일상 속 성차별 격파, 여성에 대한 편견 타파, 페미니즘 사회 염원 등을 담은 문구는 통쾌함을 자아냈다.  

행진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페미니즘이 뭐야?’ ‘여성우월시대에 무슨….’” 흥미로운 표정으로 행진 대열과 피켓을 촬영하는 이들도 있었다. 

광화문역-종각역-안국역을 거친 행진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마무리됐다. 이날 행사 사회를 맡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우린 오늘 페미니즘 정치를 이야기했다. 이 자리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성평등 정치를 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페미니스트들은 “5월 9일, 우린 페미니즘에 투표한다!”고 답했다. 참가자들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행사를 마쳤다. 

 

행사 이후 참가자들은 피켓을 들고 행진을 이어나갔다. 광화문역-종각역-안국역을 거친 행진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마무리됐다. ⓒ여성신문
행사 이후 참가자들은 피켓을 들고 행진을 이어나갔다. 광화문역-종각역-안국역을 거친 행진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마무리됐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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