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페미액션, 대선 후보자들에 ‘낙태죄 폐지’ 공약 촉구

“낙태죄, 여성과 의사만 처벌해 여성의 몸과 삶 통제”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선후보자들에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약속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선후보자들에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약속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대 여성들로 구성된 여성단체가 대선후보자들에게 낙태죄 폐지를 촉구했다.

페미니스트 액션그룹 불꽃페미액션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자들에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약속을 요구했다.

불꽃페미액션은 “형법상 낙태죄(형법 제269·270조)는 여성과 의사만 처벌해 성관계 파트너에 대한 책임을 방관하고, 여성의 몸과 삶을 통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남자들은) 콘돔을 끼지 않고 성관계 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체외사정을 하면 걱정할 것 없다는 이야기를 공중파 방송에서 자랑스럽게 한다. 또 공교육 성교육 역시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돼 (여성들이) 피임법 지식과 피임의 중요성을 자각하기란 매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선 여성만이 임신의 무거움을 홀로 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낙태죄 폐지’는 모든 대선 후보자들의 기본 공약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법 제269·270조는 ▲약물 등의 방법으로 낙태한 부녀(婦女)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거나 받지 않고 낙태하게 한 자에 대한 처벌만 규정하고 있다.

불꽃페미액션은 “낙태죄가 사문화됐다는 말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며 “실제로 (남성들은) 낙태죄를 빌미로 여성에게 금전을 갈취하거나 이별, 이혼 요구를 묵살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프로라이프 의사들의 낙태 고발 이후, 여성단체에는 ‘낙태죄를 빌미로 나에게 폭력을 구사한다, 협박을 가한다’는 여성들의 상담이 쏟아졌다고 불꽃페미액션은 설명했다.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선후보자들에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약속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선후보자들에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약속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 단체는 또 “낙태죄 폐지뿐만 아니라 모자보건법 14조 개정 역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자보건법 14조는 임신중절수술의 허용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본인 또는 배우자에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 ▲인척 간 임신 ▲임신이 임산부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의사가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불꽃페미액션은 “(정부가)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 장애나 신체 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 낙태를 허하고 있다”며 “이는 장애인 여성들의 재생산권을 제한하고, 국가가 국민을 선별함을 뜻한다”고 비판했다. 또 준강간으로 임신을 하거나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위협할 때도 배우자의 동의를 요구함으로써 여성들의 재생산권을 남성이 통제할 수 있음을 비판했다.

2011년 유엔은 ‘사회경제적인 사유’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합법화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낙태죄 폐지는 여성들의 공통된 요구로 드러난다. 지난해 10월 폴란드에서는 낙태전면금지법이 발의되자, 10만 여명의 시민들은 ‘검은시위’로 분노를 표출해 법안이 폐기됐다.

낙태죄는 지난 2012년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시술 의사와 여성들을 고발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낙태죄는 헌법소원심판까지 올라가 4대 4로 찬성·반대 의견이 갈리면서 합헌 판결이 났다. 불꽃페미액션은 “2012년 대선으로 인해 낙태죄 논의가 멈췄고, 그 후로 4년이 흘렀다”며 “한국 여성들은 낙태죄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검은시위도 벌였다. 낙태죄 폐지는 이제 모든 대선 후보의 기본 공약이 돼야 한다”면서 “그래야 진정한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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