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22일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페미니스트 유권자의 목소리’집담회를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22일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페미니스트 유권자의 목소리’집담회를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페미니스트 유권자의 목소리’집담회 22일 열려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앞다투어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여성의 대표성을 강화할 남녀동수 내각 구성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상정 후보만 전적으로 동의할 뿐,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이재명 유승민 후보는 조건부 동의를 표명해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남녀동수 내각에 대해 후보들이 소극적인 입장을 내세우면서 정책의 중요성에 비해 대선이나 개헌 논의에 핵심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권수현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부대표는 22일 여.세.연이 주최한 ‘페미니스트 유권자의 목소리’집담회에서 대선주자들이 각종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힌 여성정책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권 부대표는 다양한 여성정책 중에서도 남녀동수 내각 구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젠더 균열, 세대균열, 소득 불평등 등 수많은 문제를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다양성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랬듯 고학력, 중산층 이상, 50대 이상의 이성애 지향적인 남성들만으로 구성된 내각에서 이들이 제시하는 해결책들은 우리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익숙한 해결책들이며, 미래를 향해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반면 남녀동수 내각을 통해 이들과 다른 사람들에 의해 채워질 수 있고 새로운 상상력과 새로운 세계가 가능할 수 있다며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캐나다 내각이 다양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남녀동수 내각에 전적으로 동의한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고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예비후보는 “남녀동수 내각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고 초대 내각이 어렵다면 임기 동안에 단계적으로 남녀동수 내각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권 대표는 “문 후보가 ‘여성의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밀어줘야 한다’고 언급함으로서 암묵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동시에 여성을 임명하는 것을 (남성의 여성에 대한) ‘시혜’로 보는 태도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22일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페미니스트 유권자의 목소리’집담회를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22일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페미니스트 유권자의 목소리’집담회를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도 “초기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30% 정도로 시작해서 임기 안에 양성평등 내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50%를 약속하지 못해 여성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예비후보는 “청문회를 통한 검증 기준에 따라야 하므로 인위적으로 동수를 맞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안 후보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평가하며 그 이유로 ”장관 후보가 청문회를 통과할지 여부는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지 안희정 후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닌데도 청문회 기준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안희정 후보가 여성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청문회 기준을 통과할 여성이 부족하거나 없다는 전제한 게 아니라면 여성들에게만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자 하는 남성들의 모순적인 인식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녀동수 내각 구성을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후보들의 공통된 생각은 내각을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갖춘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적다는 의식이 전제되어 있는 것으로 여전히 남녀의 능력에 대한 성차별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남녀동수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여성인재에 대한 적극적인 탐색 노력이 요구된다. 여성인재를 찾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고 이렇게 답하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집담회에서는 20~30대 페미니스트들이 대선주자들의 정책 중에서도 여성안전, 기본소득, 청년정책, 여성대표성, 차별금지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서강대학교 여학생협의회 채영, 경하, 박유형(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문유진(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이재연(서강대학교 사회과학부 성평등주체)씨가 발언자로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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