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캠퍼스] 개강하자마자 성폭력 사건 쏟아지는 대학가 ①

‘대학’과 ‘성폭력’, 낯부끄러운 조합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되는 중이다. 새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신입생 환영회, OT, MT, 단톡방 등에서 성희롱·성추행·성폭력 사건 발생 소식이 들려온다. 학생회와 학교 본부가 사건을 은폐하거나 불성실하고 부적절한 태도를 보였다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대학에선 새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신입생 환영회, OT, MT, 단톡방 등에서 성희롱·성추행·성폭력 사건 발생 소식이 들려온다. ⓒ뉴시스·여성신문
대학에선 새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신입생 환영회, OT, MT, 단톡방 등에서 성희롱·성추행·성폭력 사건 발생 소식이 들려온다. ⓒ뉴시스·여성신문

■ 서강대

성희롱 사건 1년간 쉬쉬한 학생회...피해자는 고통 호소

‘단톡방 성희롱’ 가해자가 학생회 승인 하에 신입생 커뮤니티 활동

서강대에선 모 학부 학생회가 학내 성희롱 사건에 대해 1년간 쉬쉬해온 일이 최근 드러났다. 학생회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3월께 바로 사건 처리 절차에 나섰다. 그러나 사건 처리 경과 발표도, 징계도,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등 구체적인 2차 피해 방지 노력도 없었다. 피해자조차 아무것도 모른 채 1년이 흘렀다. 그간 가해자 둘은 군대에 갔다. 1명은 가해 사실을 부인했다. 학생회는 피해자에게 뒤늦게야 이를 알린 후 ‘비밀 유지’를 당부했다. 이미 학내에선 유언비어 등 숱한 2차 가해가 발생한 후였다. (▶ [단독] “새내기 키워서 잡아먹어야” 성희롱 사건 1년간 쉬쉬한 학생회)

 

지난 1월에도 서강대에선 과거 성폭력 사건 관련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발생한 모 학과 ‘단톡방 성희롱’ 사건(▶ [단독] 서강대서 ‘단톡방’ 성희롱...여성혐오·지역차별 발언 파문) 가해자들이 새내기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에 가입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학내에선 ‘가해자들이 반성 없이 신입생들을 맞이하는 일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해당 카페는 학생회 승인을 거쳐야 가입할 수 있어, 학생회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2017년 1월 5일 서강대 학내 익명 커뮤니티엔 “왜 xx과 단톡방 가해자가 왜 17학번 새내기 카페에 가입되어있나여? 새맞단(새내기맞이단)이라도 하시나”라는 제보글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캡처
2017년 1월 5일 서강대 학내 익명 커뮤니티엔 “왜 xx과 단톡방 가해자가 왜 17학번 새내기 카페에 가입되어있나여? 새맞단(새내기맞이단)이라도 하시나”라는 제보글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캡처

한편, 해당 학부 학생회는 지난해부터 ‘단톡방 성희롱’ 사건 조사와 분류, 가해자 징계와 사과문 발표 등 처리에 나섰다. 모 학과 학생회장은 피해자에게 수차례에 걸쳐 2차 가해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올해 초 사퇴했다. 가해자 1명도 지난달 학생회를 통해 공개 사과문을 게시했다. 

■ 건국대, 신입생 OT 성추행 사건 발생해 경찰 수사 착수

학생회장이 피해자에 사건 은폐 종용하는 등 ‘2차 가해’

 

건국대 상경대에선 최근 신입생 OT 준비 과정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앞서 지난달 17일 건국대 상경대 새내기 기획단 모임 회의 이후, 회식 자리에서 남학생 A(26)씨가 여학생 B(21)씨의 가슴을 만지고 성추행했다. 피해자는 상경대 학생회 측에 이를 제보했으나, 학생회장은 오히려 피해자에게 “(가해자는) 원래 술 좀 먹으면 그런 오빠야”라고 말했다. 또 “너에게 2차 피해가 갈 수도 있는데 이 게시물을 꼭 올려야 하느냐”며 “작년에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게시물을 올린 학우는 자퇴했다”, “우리 학교에서도 (이번 사건 공론화로 인해) OT, 새터가 없어질 수 있다”며 사건 은폐를 종용하는 발언을 했다. 

B씨의 언니는 이러한 내용을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 알렸고, 상경대 학생회는 진상 조사에 나섰다. 학생회장은 자신의 부적절한 대처에 대한 사과문을 올렸다. 건국대 양성평등상담실과 학교 본부도 사건 처리 절차에 착수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정하기 위한 징계위원회가 구성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도 이 사건에 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건국대에선 지난해에도 모 단과대 신입생 OT에서 재학생들이 ‘25금 몸으로 말해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게임을 진행해 물의를 빚었다. 건국대 측은 학생회가 주관하는 교외 OT, MT 등 행사를 전면 금지했다. 이번 상경대 OT도 전면 취소됐다. 

▶ ‘상습 성희롱’ 서울과기대 교수 복귀에 학생들 “사퇴하라”

▶ 남톡방 성폭력에 몰카 사건까지...“학생사회 내 강간문화 이젠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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