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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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차 한 잔에 피어나는 소요산 역장 부부의 승객 사랑
꽃그림이 그려진 동화책 속을 달리는 것 같은 경원선 열차를 타고 소요산 역에 내리면 동두천의 명산인 소요산과 아주 잘 어울리는 조그만 소요산 역이 그림처럼 앉아 있다. 그리고 그 그림 속을 걸어 들어가 역 안으로 들어서면 달싹하고 맑은 칡차 향기가 우리의 발걸음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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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난로 위의 노란 주전자, 정성껏 마련된 칡차, 소요산을 찾아주어 고맙다는 문구와 함께 차 한 잔씩 들고 가시라는 소박한 글씨 옆엔 푸짐하게 쌓인 종이컵이 놓여 있다. 사람들의 표정엔 어느새 향긋한 미소가 번지고 긴장을 덜어낸 도시인들의 손엔 서로 권하는 칡차가 한 잔씩 들려 있다.



소요산 역은 76년부터 사설 간이역이었다. 지금의 이상순씨(63) 김재숙씨(57) 부부가 이 역을 맡게 된 건 작년 1월 1일이었다.



한 시간마다 신탄리행과 의정부행 열차가 왕래하고 있어 기다리는 승객들이 다소 많은 편이라 추운 겨울날 떨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처음엔 보리차를 준비할까 생각했는데 부인 이씨가 근처에 많이 나는 칡을 이용해 계피와 대추, 생강을 넣어 승객들에게 서비스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겨울엔 따뜻한 칡차를, 여름엔 소요산 생수를 아이스박스에 넣어 시원하게 승객들 목을 축이게 했다고 한다. 평소엔 하루 500여 잔이 나가고 있지만 1000잔 이상 나가는 주말이나 전국적으로 유명한 소요산 단풍축제 때에는 두 딸까지 가세해서 차를 끓여댄다며 유쾌하게 웃는다.



“차 대접 이후 소요산을 찾는 분들이 더 늘었어요. 작년 가을 이후엔 열차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종이컵이나 설탕 등을 들고 오시는데 그 정이 얼마나 따뜻한지 몰라요. 재료비요? 한 15만원에서 20만원 선이에요. 아깝긴요. 제 수입의 10분의 1을 승객을 위해 쓰기로 작정한걸요 뭐. 사실 다 집사람 공이에요. 집사람이 아니면 정말 엄두를 못 낼 일이지요”하며 정색을 하신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이렇게 자꾸 알려지면 부담스럽잖아요. 어이구! 이거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그래, 수입의 10분의 1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선뜻 쓰며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니까 우리도 아무 것도 아닌 양 그냥 경원선 열차를 타고 가다가 소요산 역에 내리면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칡차 한잔 마시자, 그리곤 “역장님, 사모님 정말 잘 마셨어요. 너무 맛있네요. 고마워요. 건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진하게 마음 담아 손이나 흔들어주자. 물론 종이컵이나 조금 무거운 설탕 등을 전해준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동두천 지사=김민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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