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주/예방의학자

잠에는 두 종류가 있다. 두뇌의 휴식을 위한 ‘뇌의 잠’과 몸의 피로 회복을 위한 ‘몸의 잠’이 있다.

‘몸의 잠’ 시기에 잠을 깨면 뇌가 활동할 준비가 되어 있어서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지만 ‘뇌의 잠’ 시기에 잠이 깨면 잠의 양과는 무관하게 잠을 망쳤다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부득이하게 ‘뇌의 잠’ 시기에 일어났을 때는 10분 정도 꾸벅꾸벅 조는 얕은 잠을 자면 상당한 효과가 있다. 이 경우 집에서도 좋고 버스나 전철에서도 좋고 직장에서도 좋다.

아침에 일어난 뒤 기분이 개운치 않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면 시간 부족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여섯 시간의 잠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 시간으로도 부족하다는 사람이 있다. 문제는 수면의 양의 아니라 수면의 질이다. 짧은 수면을 하고도 싱싱하게 일어나 쾌적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깨어 있는 동안 그만큼 열심히 생동감 있는 삶을 살았다는 증거가 된다.

8시간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대체로 10시에 취침, 6시 기상이 활력 있는 생활을 보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나이가 들수록 수면이 줄고 새벽잠이 없어지는 현상이 있으므로 각자의 리듬에 맞춰 잠을 줄이면 된다.

수면 중에 무거운 이불이나 몸에 꼭 끼는 잠옷 등 몸에 저항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이 모든 요건을 갖추었다 해도 푹신한 침대, 높은 베개는 깊은 수면을 방해한다. 특히 지나치게 푹신한 침대는 몸의 무거운 부분이 집중적으로 파묻혀 혈액 순환에 장애가 됨은 물론 척추가 구부러지고 허리에 힘이 걸려 요통의 원인이 되는 등 부자연스러운 체형을 유발한다. 충분한 시간의 수면을 취하고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잠자리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베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몸에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주먹 한 개가 들어가는 높이가 인체생리학적으로 가장 좋다고 한다. 베개의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척추신경을 자극하여 수면을 방해하며, 너무 딱딱하거나 푹신한 베개도 좋지 않다. 특히 베개가 너무 높으면 두뇌의 혈액 공급이 장애를 받을 수 있고 목디스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침구의 경우 수면 중 흘리는 땀으로 인해 젖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 1회 정도 햇빛에 말리고 충분한 자외선을 흡수하도록 하여야 한다. 잠자리는 개인의 기호나 습관이 중요시되어야겠지만 건강에 유익한 방향으로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잠과 음식과의 관계를 연구한 보고서에 의하면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잠이 덜 오고 반대로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이나 칼슘이 많은 우유를 먹으면 잠을 유발한다고 한다.

될 수 있으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 푹신한 침대, 높은 베개는 삼가라! 싱싱한 하루는 잠자리에 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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